“응? 또 타자고? 난 화장실이 가고 싶어서…. 더는 못 타겠어.”
“그리고 보니 앤드류 선배는 아까부터 저 아래서 뭐 하는 거야?”
“토러스 매듭에 대해서 연구한대. 이 미끄럼틀이 토러스 매듭을 닮았다나 뭐라나?"
“그래요? 그럼 전 앤드류 선배랑 같이 토러스 매듭에 대해서 연구할래요.”
“제인, 뭐야? 나만 빼놓고? 나도 같이 가!”
토러스 위에 그려지는 매듭
동서양을 막론하고 끈으로 만든 매듭은 아름다운 장식으로 사용되고 있다. 밧줄로 만든 매듭은 캠핑을 할 때, 위기상황에서 구조 활동을 할 때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그런데 이런 매듭이 수학과 만나 DNA 구조나 바이러스의 행동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먼저 수학에서의 매듭이란 무엇인지 알아보자. 일반적으로 매듭은 실이나 끈을 가지고 고리를 만들거나 꼬아 묶은 것을 말하지만, 수학에서는 끈의 양쪽 끝이 연결된 것을 일컫는다. 따라서 원도 매듭의 일종이다.
매듭이론은 19세기 말 분자의 화학적 성질을 연구하기 위해 시작됐다. 원자들이 꼬여 있는 모양에 따라 화학적 성질이 달랐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의 수학자 피터 테이트는 매듭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교차점의 수에 따라 매듭을 중복 없이 분류하기 위해 노력했다.
20세기 중반에 이르자 많은 수학자들이 매듭의 특정 집합에 대해 연구했다. 대표적인 연구가 토러스 매듭이다. 토러스 매듭은 수학 도넛인 토러스 위에 그릴 수 있는 매듭으로, 대표적으로 원, 교차점이 3개인 세잎매듭, 별 모양의 오엽매듭 등이 있다.
여기서 세잎매듭은 일반적으로 끈을 한 번 묶은 다음 끈의 양 끝을 연결한 것으로, 토러스를 세로로 2번, 가로로 3번 감은 형태다. 세잎매듭은 왼 세잎매듭과 오른 세입매듭 두 가지로 나뉜다. 둘은 거울에 비춰봤을 때 똑같은 모양을 가지는데, 수학적인 성질은 서로 다르다. 두 매듭이 수학적으로 같은 성질을 가지려면 둘 중 한 매듭을 중간에 자르지 않고 주어진 조건에 따라 변형했을 때 나머지 다른 한 매듭이 되어야 한다.
이런 수학 분야의 매듭 연구는 바이러스를 정복하는 기초가 되고 있다. 바이러스는 세포를 공격할 때 매듭이 없는 DNA 염색체 고리를 깨뜨린 다음 염색체와 결합해서 매듭을 이룬다. 따라서 바이러스가 우리 몸속에 들어와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 알아내려면 매듭이론이 필수다.
DNA 복제의 비밀을 푸는 데에도 매듭 연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DNA가 복제되려면 꼬여 있는 이중 나선을 분리해야 해야 하는데, 이때 최소한의 횟수로 꼬인 이중 나선을 끊는다. 이를 설명할 때 매듭이론이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