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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인터뷰] 금속 공예가, 수학에 푹 빠지다


여기 수학에 푹 빠진 금속 공예가가 있다. 차가운 금속 재료에 따뜻한 자연의 감성을 불어넣는 금속 공예가 윤재원 교수다. 윤재원 교수는 자연 속 수학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는다. 윤재원 교수와 수학과의 운명적인 첫 만남에서부터 자연을 닮은 그의 작품 세계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금속 재료에 따뜻한 감성을 입힌 윤재원 교수

금속 공예란 금속을 재료로 다양한 기법을 이용해 일상생활에 쓰이는 일용품이나 장식품을 만드는 공예를 말한다. 윤재원 교수는 그 중에서도 장신구를 주로 디자인하고 있다.

“저는 컴퓨터를 이용해 금속 공예를 합니다. 컴퓨터와 공예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인식이 큰데요, 저는 디자인할 때부터 컴퓨터 설계 프로그램인 캐드를 이용해요. 디자인이 완성되면 3D 프린터로 플라스틱 본을 뜬 뒤, 금속을 주재료로 실제 작품을 만듭니다.”

금속 공예라고 하면, 금속 재료를 구부리고 줄로 깎고 망치로 두드리는 수작업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금속 공예품을 만들기 위해 컴퓨터 설계와 3D 프린터를 이용한다니,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다르다.

“전 예술이 세상과 홀로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요즘에는 뭘 해도 다 컴퓨터로 하잖아요. 아직도 기성 작가들 중에는 컴퓨터를 활용한 공예품은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아요. 하지만 미래 세대의 작가들은 컴퓨터를 활용한 공예품도 당연하게 받아들일 거예요.

따라서 수학적인 감각이 많이 필요해요. 저 같은 경우는 캐드 작업을 통해 작품 디자인을 확인하는데 작품의 크기나 선의 굵기, 기울기 등 수치에 따라 작품의 형태뿐만 아니라 전체 이미지가 크게 달라져요.

브로치 하나를 만들 때에도 옷 맵시를 신경써야 하기 때문에 브로치의 중량을 잘 계산해야 돼요. 보통 금속 공예에서는 플라스틱 본의 중량에 11을 곱하는 방식으로 필요한 은의 중량을 계산하지요. 단순해 보이지만 이런 계산법 덕분에 옷 맵시를 살릴 수 있는 거랍니다.”

윤재원 교수는 수학적인 감각으로 디자인한 뒤, ‘모꾸메가네’ 기법을 이용해 작품을 만든다. 모꾸메가네란 전통 금속 공예 기법 중 하나로, 금속 표면에 나뭇결 무늬와 같은 독특한 표면 무늬를 만들어내는 기법이다. 우선 은과 동처럼 색이 다른 금속들을 차곡차곡 쌓고 열을 가하면, 판들이 서로 엉겨붙어 하나의 덩어리가 된다. 여기에 드릴 등으로 구멍을 뚫은 뒤 압력을 가하면, 금속 판이 펼쳐지며 마치 나뭇결과 같은 독특한 무늬가 나타난다.
 

자연 속 수학을 꺼내 작품으로 만들다

윤재원 교수의 연구실에 있는 작업장에서는 최근 광주 제희갤러리에서 전시한 것과 같은 수학적 회전대칭을 이용해 만든 금속 컵 작품의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연구실 한켠에는 직접 디자인한 책장을 비롯해, 그 동안 만든 작품들을 전시해 놓은 진열장도 놓여 있었다. 진열장에서 시어핀스키 삼각형을 닮은 플라스틱 본을 비롯해 각종 기하학적 형태의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어떻게 금속 공예 작품에 수학적 아이디어를 녹일 생각을 한 걸까?

“저는 한국에서 금속디자인으로 박사까지 마치고 영국 에던버러대에 가서 다시 공부했답니다. 여기서 참 많은 것들을 배웠어요. 한국에서는 금속공예의 기술적인 부분을 많이 배웠는데, 영국에서는 창의성을 매우 중시하더라고요. 이를 테면, 어느 날 지도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2파운드씩 주시는 거예요. 그리고 이 돈으로 금속 공예품을 하나 만들어 오라고 하셨어요. 2파운드면 고작 4000원 정도인데, 대체 어떤 금속 공예품을 만들어야 하나 정말 고민을 많이 했지요. 시장을 뒤져보기도 하고 자연을 살피기도 하는 등 교실 밖으로 나가 고민하니까 확실히 색다른 아이디어가 나오더라고요.

어느 날은 제가 쉬는 시간에 백합 스케치를 하고 있었는데, 교수님께서 이 모습을 보시더니 출석을 인정해 줄 테니 앞으로 한 달간 식물원에 가서 직접 꽃을 보고 스케치해 오라고 하셨어요. 식물원에 가서 꽃을 직접 관찰하고 스케치를 하다 보니, 식물원에 근무하는 연구자 분께서 제게 관심을 갖고 말을 걸더라고요. 그리고 식물원 내 도서관에 초대해 아주 오래된 꽃 사진 한 장을 선물로 주시곤 꽃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들려 주셨어요. 그때 꽃잎마다 형태가 다를 뿐만 아니라, 꽃잎의 숫자도 다 다르고 줄기가 돌려나는 형태 속에 피보나치 수열이라는 수학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요.

그분 덕분에 전 꽃과 자연 속에 수학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어요. 어쩌면 반대로 세상이 수학적으로 설계됐을지도 모르지요. 우연한 계기로 수학에 관심을 갖게 됐지만, 이때부터 전 자연 속에 들어 있는 수학을 제 작품의 주제로 삼게 됐답니다.”


수학 논문에서 아이디어를 찾다

“최근에는 저뿐만 아니라 자연을 닮은 디자인이 인기예요. 그래서 많은 디자이너들이 자연에서 디자인의 소재를 찾지요. 하지만 주로 자연의 형태에 관심을 갖죠. 그에 비해 저는 자연 속에 들어 있는 수학을 디자인에 접목한다는 점에서 독특한 부분이 있어요.

자연물 중에서도 저는 특히 꽃을 좋아해서 꽃을 주제로 한 디자인을 주로 합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와서도 꽃 속에 피보나치 수 외에 또 어떤 수학이 숨어 있는지 찾아봤어요. 그러다가 한 수학교육대학원 논문★에서 다알리아 디자인에 대해 알게 됐어요. 다알리아 꽃은 국화과의 꽃으로 매우 대칭적으로 생겼어요. 이 논문을 통해 자연 속 다알리아 꽃의 형태를 단순화 시키고 수학적인 회전 대칭을 이용하면 디자인에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지요. 이것이 바로 ‘n-다알리아 디자인’이에요.”

n-다알리아란, n번의 회전 대칭과 각 고리에서 n개의 마름모를 가지는 기하학적 도형을 말한다. 한 점을 기준으로 다각형이 회전이동을 하는 수학적인 면과, 패턴에서 나오는 예술적인 면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아름다운 예술품이 만들어진다.

“저는 다알리아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아 바로 다음 작품 구상에 들어갔어요. 그리고 다알리아 꽃을 주제로 수학적 회전 대칭이란 아이디어를 입체적으로 표현한 금속 컵 작품을 완성했지요. 이 작품은 지난 해 12월 광주 제희 갤러리에 전시를 했답니다.”

끝으로 윤재원 교수는 다음의 이야기로 마지막 인사를 대신했다.

“예술과 수학은 서로 다른 별개의 학문이 아니에요. 오히려 모두 창의적이란 점에서 서로 닮았지요. 전 앞으로도 자연 속 수학에서 작품 아이디어를 찾을 생각이에요. 수학동아 독자들도 수학과 예술이 닮았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금속 공예 작품에도 좀 더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어요.”
 

수학교육대학원 논문★ <;중학교 동아리 활동에서 다알리아 디자인을 통한 수학적 흥미와 태도의 변화에 대한 연구>; (전남대 교육대학원, 박희윤,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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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2월 수학동아 정보

  • 김정(daniel@donga.com) 기자
  • 사진

    김정(daniel@donga.com) 기자
  • 사진

    윤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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