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의 세계 속으로
평생을 무한에 매달린 독일의 수학자 게오르크 칸토어는 무한에 대한 탐구 끝에 ‘수학의 본질은 자유에 있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리고 여기, 모든 형식에서 벗어나 ‘예술적인 무한’을 창조한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가 있다.
작가는 거울의 반사를 이용해 무한한 공간을 창조했다. 원리는 아래 그림❶과 같다. 반사란, 어떠한 물체가 거울에 비칠 때 거울로부터 거리는 같고 방향은 반대인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다. 이때 거울에 맺힌 상을 ‘허상‘이라고 부르는데, 예를 들어 거울 속에 비친 내 얼굴이 바로 허상이다.
만약 거울이 하나면 허상은 한 개뿐이다. 그런데 거울 두 개가 서로 마주보는 순간, 허상이 갑자기 많아진다. 특히, 거울 두 개가 평행이라면 허상은 무한히 반복된다. 아래 그림❷에서 흰 점이 실제 물체, 빨간 점이 첫 번째 반사된 허상, 파란 점이 허상이 다시 반사된 두 번째 허상을 나타낸다.
이렇게 생긴 허상은 한없이 이어진다. 마치 아무리 큰 수가 있어도 1을 더하면 더 큰 수가 또 생기듯, 허상이 반사에 반사를 반복해 이론적으로는 무한개가 된다.
한 개, 두 개, 그리고 무한개
누구나 어릴 때 한 번쯤 가지고 노는 만화경은 예쁜 구슬들이 거울에 반사되어 더 아름다운 무늬를 만든다. 작가의 ‘무한 거울방’ 작품 안으로 들어가면, 마치 내가 만화경 속 구슬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우선 만화경의 원리를 살펴보자. 그림❶은 거울 2개의 각도가 60°인 경우로, 그림에서 빨간 점이 첫 번째 허상이고, 파란 점이 두 번째 허상이다. 즉, 파란 점은 허상이 반사되어 생긴 새로운 허상인 셈이다. 만화경은 거울이 3개라서, 이러한 원리로 서로가 서로의 허상을 반사하면서 화려한 무늬가 만들어진다(그림❷).
한편, ‘천국으로 가는 사다리’ 등 일부 작품은 무한 거울의 원리를 이용하되, 거울들이 완벽한 평행을 이루지 않도록 설치한다. 그 결과 끝없이 이어지는 사다리가 살짝 휘어지며 더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작가는 이런 오묘한 차이를 이용해 물리적인 법칙을 작가 고유의 예술로 승화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