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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취재] 융합수학의 달인들이 모였다!

2013 엔스헤더 브릿지학회


“수학이 따분하다고?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매년 전세계에서 모여 수학의 참 재미를 널리 알리는 융합수학의 달인들이 있다. 그림과 음악, 만들기, 게임과 컴퓨터 그래픽까지 어떤 분야든 수학과 융합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가진 달인들이 올해는 네덜란드에 모였다. 지난 7월 27일부터 31일까지 네덜란드 엔스헤더에서 융합수학 달인들의 축제인 브릿지학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올해는 또 얼마나 새롭고 놀라운 융합수학을 준비했을까?
2013년 브릿지학회 현장을 <;수학동아>;에서 직접 찾아가 보았다.


브릿지학회, 엔스헤더에 새바람을 몰고오다!


<;수학동아>;를 통해 한국에도 잘 알려진 브릿지학회는 전세계에서 모인 융합수학의 달인들이 수학과 과학, 미술, 음악 등을 융합한 다양한 작품과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다. 올해도 어김없이 전세계 16개 나라에서 온 250여 명의 융합수학 달인들이 네덜란드 엔스헤더라는 작은 도시에 모였다.

그런데 수도인 암스테르담이나, 네덜란드 융합수학을 대표하는 화가 마우리츠 에스허르의 박물관이 있는 헤이그가 아닌 국경지역의 작은 도시에서 브릿지학회가 열리게 된 이유는 뭘까? 이번 엔스헤더 브릿지학회를 준비한 조직위원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재난이 휩쓸고 간 도시를 융합수학으로 힐링한다!

이번 브릿지학회를 준비한 조직위원은 총 일곱 명이다. 그중 데이브 블랑크는 나노과학을 전공하는 물리학자고, 마사 헤이브먼은 미술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화랑을 운영하고 있다. 수학과 아무 관련이 없는 두 사람이 엔스헤더에 브릿지학회를 유치한 이유는 이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싶어서다.

엔스헤더는 원래 섬유산업이 발달한 지역이었다. 하지만 값싸게 옷을 만들 수 있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공장이 이동하면서 도시가 침체에 빠졌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0년에는 도시에 큰 불이 나서 23명이 목숨을 잃고 947명이 다쳤다.

이후 침체된 도시를 변화시키려는 지역 지도자들은 엔스헤더를 교육도시로 탈바꿈시키고자 노력했고, 그 결과 세계 각국에서 온 약 2만 명의 학생들이 공부하는 교육도시로 점차 자리잡아 가고 있다.

조직위원들이 브릿지학회를 유치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브릿지학회를 통해서 많은 학생들과 지역 주민들이 어렵고 복잡한 수학이 아닌 아름답고 흥미로운 수학을 함께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브릿지학회의 핫이슈는 나노?

브릿지학회의 첫날에는 주제강연이 열린다. 올해도 주제강연을 시작으로 5일 동안 150가지가 넘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연구 발표가 이어졌다. 이번 엔스헤더 브릿지학회의 주제는 ‘나노’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해럴드 크로토 교수와 저술가 코에르트 멘스부르트가 주제강연을 맡았다.


수학과 잡지 덕분에 노벨상 타다!

해럴드 크로토 교수는 일명 ‘축구공 분자’라고도 불리는 풀러렌을 발견해 1996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화학자다. 풀러렌은 탄소 60개가 구형으로 배열된 분자로, 나노과학의 출발점이 된 물질이다.

그런데 왜 화학자가 이번 학회의 주제강연을 맡은 걸까? 게다가 나노과학이 중요한 분야긴 하지만, 수학과는 큰 관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해럴드 크로토 교수가 강연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자, 학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나노과학과 수학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게 되었다. 크로토 교수가 우연히 잡지에서 본 지오데식 돔에서 힌트를 얻어 풀러렌의 분자구조를 추측하게 됐다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크로토 교수는 자신의 실험 결과와 잡지에서 본 지오데식 돔을 참고해서 발견한 분자의 형태를 추측한 뒤 수학자들에게 도움을 청했고, 결국 풀러렌 분자 구조를 밝혀낼 수 있었다.

"저는 어릴 때 어린이 신문을 즐겨 읽었어요. 그때 읽은 것들이 제게 도움이 됐던 것처럼, <;수학동아>;가 한국 어린이들이 수학에 흥미를 갖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브릿지학회에 나노 슈퍼마켓이 떴다!

코에르트 멘스부르트는 디자인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예술가이자 과학자로, 인간의 기술이 바꿔 놓을 미래 사회를 예측하는 책을 펴내 유명해졌다. 해럴드 크로토 교수의 뒤를 이어 강연한 그는 나노과학이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예측했다.

특히 나노기술을 적용해서 새롭게 등장할 거라고 예측되는 제품을 소개하면서, 직접 제작한 ‘나노 슈퍼마켓’이라는 이동식 전시장을 행사장에 끌고 왔다.
 

우리 생활을 바꿀 나노기술 BEST 4

1. 나노 와인

나노 와인은 수백만 개의 나노캡슐을 담고 있어서 원하는 대로 맛과 색깔, 향기를 조절할 수 있는 제품이다. 전자레인지에 넣고 원하는 맛을 선택하면, 나노캡슐에서 빠져 나온 물질이 와인의 맛과 색, 향기를 조절하는 원리다.

2. 가오리 신발
가오리 신발은 지금도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이다. 나노미터 크기인 유전자를 조작해 원하는 색깔과 패턴을 가진 가오리를 만든 뒤, 그 가오리의 가죽을 이용해 만드는 신발이다.

3. 트위터 임플란트
트위터 임플란트는 인공 치아 속에 설치된 나노미터 크기의 센서와 기계 장치가 우리가 먹는 음식이 무엇인지, 건강 상태가 어떤지를 실시간으로 체크한다는 개념이다. 먹지 말아야 하는 성분이 담긴 음식을 먹거나 갑작스럽게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경고를 보내거나 의사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4. 마법의 미트볼
마법의 미트볼은 나노기술을 이용해 입맛에 맞게 인공 배양 고기로 만든 요리다. 아직은 비싸고 맛도 없지만, 앞으로는 값싸고 맛있는 인공 고기를 생산할 수 있을 전망이다.

보고 듣고 느끼는 오감 만족 수학 축제!

브릿지학회에서는 매년 참가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수학 예술 작품 전시와 연극, 음악, 마임 공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특히 올해는 3D 프린터 열풍을 타고 다양한 3D 프린팅 작품이 전시되었을 뿐만 아니라, 직접 현장에서 3D 프린터로 수학 작품을 만들어 보는 기회도 제공됐다.

눈과 귀로 감상하는 수학!

브릿지학회에서는 매일 다채로운 수학 행사가 열린다. 전세계에서 모인 수학 예술 작품 전시를 비롯해 온가족이 함께 융합수학을 체험하는 가족의 날 행사와 연극의 밤, 음악의 밤 등의 공연이다.

특히 올해 음악의 밤에서는 작곡가이자 음악 이론가인 미국 프린스턴대 드미트리 티모체코 교수가 작곡한 곡을 암스테르담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현악 4중주로 연주했다. 수학적인 규칙에 따라 음악을 작곡했을 때와, 수학적인 규칙 없이 무질서하게 작곡했을 때 음악이 우리 귀에 어떻게 다르게 들리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내 손으로 직접 만드는 수학!

특히 올해 브릿지학회에서는 참가자가 직접 디자인한 수학 구조물을 3D 프린터로 출력해 주는 행사가 눈길을 끌었다. 방법은 간단하다. 3D 프린터 전문가에게 원하는 작품의 도안을 보여 주면 컴퓨터로 입체적인 모양을 설계해 준다. 그런 뒤 3D 프린터로 전송하면, 자신이 디자인한 수학 구조물을 출력할 수 있다.
 

내년 브릿지학회는 한국에서 즐기자!

브릿지학회 넷째 날에는 내년 학회 개최지를 소개하는 행사가 열렸다. 내년 개최지는 바로 우리나라 국립과천과학관으로,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브릿지학회를 개최한다. 특히 내년 브릿지학회는 2014세계수학자대회와 같은 기간 동안 열려 참가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에 2014세계수학자대회 조직위원장인 포스텍 박형주 교수와 국립과천과학관 브릿지학회 준비팀이 직접 2014세계수학자대회와 서울 브릿지학회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리에 모인 참가자들은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열리는 브릿지학회에 대한 큰 기대를 나타냈다.

내년 한국에서는 또 얼마나 새롭고 흥미로운 융합수학을 만날 수 있을까? <;수학동아>; 독자들도 자기가 만든 수학 구조물이나 예술 작품, 연구 결과를 발표할 수 있으니, 지금부터 준비해서 꼭 도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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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9월 수학동아 정보

  • 엔스헤더=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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