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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디지털건축연구실 탐방 건축, 예술 작품이 되다!


건축가는 수학자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어떠한 형태도 기하학으로 표현하고, 실제로 짓기 위해 모든 값을 수치로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단순한 계산을 넘어서 수학을 활용해 건축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디지털건축연구실 국형걸 교수다. 게다가 그의 디자인은 미술관에 전시될 정도로 멋스럽다. 과연 그 비결이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이화여자대학교 건축학부 디지털건축연구실을 찾아가 보았다.
 

기하학이 건축과 예술로 변신하다

건축가들은 언제나 더 참신한 디자인을 하고 싶어 한다. 장식이 많고 화려하거나, 깔끔하고 세련된 디자인 등 각자가 추구하는 방향은 여러 가지지만 늘 혁신을 추구한다. 교수님은 그 중에서도 기하학으로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고 건축에 적용하는 연구를 하는 분이다. 이를 위해 기하학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는데, 그 결과 탄생한 작품들이 남서울미술관과 서울대미술관 등에 전시될 정도로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다. 독자기자단이 찾아간 교수님의 연구실에서도 가장 먼저 예술적인 건축 사진들이 눈길을 끌었다.
 
이화여대 정문에 설치한 ‘ELIA 프로젝트(Opening Chronometry)’. 플라스틱 원판만을 이용해서 도너츠 형태의 조형물을 만들었다.

"기하학은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담는 그릇이에요. 먼저 미술관 속 온실인 ‘플로팅 가든’을 소개할게요. 남서울미술관에서 열린 ‘인공 정원’ 전의 작품 중 하나로, 여러 작가들이 인공 정원을 하나씩 만든 전시였어요. 저는 구형의 온실을 3개 만들었답니다.
처음에 온실을 만들기로 결정하고, 유리창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했어요. 궁리 끝에 아래 그림처럼 투영법을 사용하기로 했죠. 투영도는 수학적인 개념으로, 공간에 있는 물체의 형태를 평면 또는 곡면에 나타내는 그림이에요.
저는 반구에 격자를 투영해서 온실 느낌의 ‘인공 정원’을 연출했어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도면을 그린 후에 기계를 이용해서 수치대로 정확하게 골판지를 잘랐어요. 조립은 미술관 안에서 제가 직접 했고요. 실제로 만든 것은 구의 절반뿐이지만, 바닥에 거울을 깔고 반사시켜서 완벽한 공 모양을 완성했답니다.
이 작품에서 한 것처럼, 어떤 면에 투영한 격자를 따라서 종이를 연결하면 어떠한 모양도 만들 수 있어요. 이 원리는 건축물에도 적용할 수 있죠. 이 외에도 제 작품이나 건축에 쓰이는 기하학은 여러 가지예요. 그때그때 가장 적합한 개념을 사용해요."
 
남서울미술관에 전시된 ‘플로팅 가든(Floting Garden)’(오른쪽).

수학적으로 그려 보는 파라메트릭 디자인

건축물의 디자인이 다양해지면서 건축가들은 더 효율적으로 설계하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만약 어떤 프로그램이 있어서 여러 가지 모양을 자유자재로 다듬어볼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그 해답 중 하나가 바로 파라메트릭 디자인이다. 파라메트릭 디자인은 아주 일부의 변수만 바꿔 줘도 전체 모양을 쉽게 조절할 수 있도록 건축의 알고리즘을 짜는 것이다.
 
프랑스의 포머리 샴페인 하우스의 지하 동굴에 전시된 ‘소리공장(La Fabrique Sonore)’. 샴페인이 터지는 소리에서 힌트를 얻어 5층 높이의 거대한 스피커 모양으로 만들었다.
 
파라메트릭 디자인에서는 매개변수인 ‘주름을 접는 방향’에 따라 표면의 결이 다양하게 바뀐다.

이유빈 : 파라메트릭 디자인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국형걸 교수 : 파라메트릭 디자인은 건축물의 일부를 바꿨을 때, 전체 모양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컴퓨터로 구하는 방법이에요. 이해하기 쉽도록 제 작품인‘ 소리공장’을 예로 들어서 설명해 줄게요. 큰 깔때기 모양인데, 자세히 보면 주름이 있어요. 파라메트릭 디자인으로 여러 가지 주름을 만들어 보고, 가장 아름다운 모양을 선택했답니다. 왼쪽 그림에서 접는 방향을 살짝만 틀어도 전체적인 느낌이 확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죠? 이 경우는 접는 방향이 매개변수인 셈이에요. 내 마음에 들 때까지 매개변수를 바꿔 보면서 딱 맞는 디자인을 찾아가는 것이죠. 주로‘ 그래스호퍼’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해요.

연제원 : 건축 설계에서 파라메트릭 디자인을 쓰면 어떤 점이 좋은가요?

국형걸 교수 : 컴퓨터에서 다양한 모양을 자유롭게 그려 볼 수 있기 때문에 디자인 과정이 효율적이에요. 그리고 건축물 주변 상황의 변화에 맞게 적용하기가 쉬워요. 둥굴게 솟은 언덕에 타일을 깐다고 상상해 볼까요? 딱 맞게 깔려면 타일을 한 장 한 장 약간씩 다르게 잘라야 해요. 손으로 계산하기는 굉장히 어렵죠. 이때 파라메트릭디자인을 이용하는 거예요. 지형을 매개변수로 놓으면 컴퓨터가 타일의 크기를 자동으로 계산해 줘요. 언덕뿐 아니라 울퉁불퉁한 곳 등 어떠한 지형도 가능하답니다.

이화여대 디지털건축연구실 체험기

교수님의 설명에 이어서 독자기자단은 직접 디지털디자인 과정에 참여해 보는 뜻깊은 기회를 가졌다. 파라메트릭 디자인 자체는 어려워서 하지 못했지만, 기본적인 작업 절차를 따라해 보는 시간이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원하는 모양을 설계하고, 그 도면대로 기계를 이용해서 제작해 보았다.

1.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설계하기
건축 디자인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인 ‘라이노서러스’로 도면을 그렸다. 명령 창에 ‘box’라고 입력하니 화면에 직육면체가 생겼다. 마우스로 크기를 조절하고 ‘unfold’라고 명령하여 직육면체의 전개도를 펼쳐서 도면을 작성하였다.

2. 기계를 이용해서 도면대로 부품들을 제작하기
완성한 도면대로 레이저 커터를 이용해 잘랐다. 전개도에는 3~4개의 선이 이어져 있는데, 우리가 보기에는 일직선이지만 컴퓨터는 각각을 다른 선으로 인식한다. 레이저가 선을 여러 개로 나눠서 한 번에 하나씩 자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3. 부품들을 조립하여 설치하기
자른 전개도를 손으로 접어서 완성했다. 컴퓨터 화면 속의 도면이 실물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 독자기자단은 직육면체와 원기둥 등 간단한 모양을 만들었지만, 교수님의 작품처럼 복잡한 건축물도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교수님도 그림이 건축물로 완성될 때 가장 뿌듯하다고 한다.

독자기자의 취재 수첩

파라메트릭으로 건축의 혁신을 만들어 내다

연제원(서울 인헌초 6학년)

국형걸 교수님에게 파라메트릭과 건축은 무엇인지 배웠다. 그 중에서 건축은 수학과 예술의 경계라는 말이 기장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집과 매일 접하는 건물들이 다 사람이 생각해서 만들어 낸 것이라고 하니 신기하게 보였다. 의자의 높이는 얼마큼이 적당하며 책상의 높이는 어느 정도여야 공부하기 좋은지, 또 사람이 다니기 편한 문의 높이는 얼마인지를 다 생각하며 물건을 만들어 내야 한다니…. 한 마디로 모든 물건들은 사람에게 맞춰져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이화여자대학교 국형걸 교수님을 만나고 나서
홍준영(대구 매호중 1학년)

처음 교수님 연구실에 들어갔을 때에는 조금 놀랐다. 벽에 가득한 사진들과 도면들!
교수님의 작품들 중 ‘양면 극장(Bilateral Theatre, 오른쪽 사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영화관에서는 사람들이 옆 사람과 이야기 하지 않고 영화만 본다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양쪽으로 좌석을 배치하고 중간에 스크린을 설치해서 영화를 보면서 동시에 사람들도 볼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교수님이 작품을 만드실 때 사용하는 프로그램인 라이노서러스를 조작해 본 것도 기억에 남는다. 그것은 여러 가지 입체 도형들을 2, 3차원에 그리는 프로그램이다. 구, 토러스, 실린더 등을 그릴 수 있었다. 이런 것들을 2D 도면으로 변환한 뒤, 작품을 제작하는 거라고 설명해 주셨다.
막연히 ‘아, 건축은 어렵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프로그램 체험과 교수님의 설명 덕에 쉽게 배울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한계가 없는 파라메트릭 디자인을 경험하다!
이유빈(서울 신길초 6학년)

교수님이 즐겨 쓰시는 파라메트릭 디자인에서는 라이노서러스와 그래스호퍼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기자들은 컴퓨터실에서 라이노서러스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여러 가지 입체 도형의 모습을 구상해 보았다. 교수님의 도움을 받아 만든 입체 도형을 전개도로 표현하고, 그 파일을 메일로 보냈다. 실험실에서 레이저 커터로 앞서 만든 전개도를 자르는 모습을 보았다. 레이저 커터가 강약을 조절해 전개도의 접히는 부분까지 만들어 내는 걸 보니 신기했다. 탐방을 계기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건축에 대해 관심을 갖게 돼 좋았다.

김선희 기자의 첨삭 포인트

홍준영 기자는 취재한 사실과 느낀 점을 적절히 섞어서 생동감이 넘친다는 장점이 있어요. 연제원 기자와 이유빈 기자는 디지털 건축 디자인에 대한 전반적이 내용을 잘 정리했군요. 하지만 세 친구 모두 제목과 글의 연관성이 다소 떨어져 아쉽습니다. 글을 대표하는 구체적인 제목을 짓는 연습을 하면, 더 좋은 기사를 쓸 수 있을 거예요.

2013년 08월 수학동아 정보

  • 김선희 기자
  • 도움

    국형걸
  • 사진

    장경아 기자
  • 사진

    국형걸
  • 기타

    홍준영
  • 기타

    이유빈
  • 기타

    연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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