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독자탐방] 미니 브릿지 융합 수학을 맛보다!

500년 전 유럽에서는 화가이면서 동시에 수학자, 과학자였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 같은 융합형 인재들이 새로운 지식과 예술 작품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21세기인 오늘날에도 수학과 다른 학문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매년 전세계에서 모여 ‘브릿지 학회’라는 특별한 축제를 연다. 도대체 이 모임의 정체는 뭘까?
내년 여름 한국에서 열릴 브릿지 학회를 준비하기 위해 지난 5월 말 서울을 방문한 조지 하트와 레자 사르한기 교수를 만나 궁금증을 풀어 보자.


500년 전 명화 속 장면을 재현하다!


바쁜 방한 일정 중에 <;수학동아>; 독자기자들에게 시간을 내 준 조지 하트와 레자 사르한기 교수는 세계적인 수학자이면서 동시에 예술가다. 그리고 17년 전 처음 브릿지 학회를 시작한 창립멤버이기도 하다. 연구실에 앉아 고상한 수학 이론을 연구할 것만 같은 학자들이 수학과 다른 분야를 융합하는 학회를 시작한 계기는 뭘까?

"20년 전이네요. 갓 대학 교수가 된 저는 수학을 전공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교양으로 수학을 가르치게 됐어요. 어떻게 하면 수학을 어려워하는 일반 학생들에게 흥미를 불러 일으킬지 고민하던 끝에, 평소에 관심 있던 미술과 연극을 활용했습니다. 예술 속에 담긴 수학 원리를 이용해 수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었지요. 하지만 부족한 점이 많아 고민이 컸어요. 그때 제 이야기를 들은 동료 교수가 수학과 미술을 함께 연구하는 모임을 소개해 주었고, 그 곳에서 조지 하트 교수를 만났지요.

그 모임에서 저처럼 예술을 좋아하는 수학자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니, 이런 모임이 매년 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조지 하트 교수와 다른 사람들에게 함께 학회를 만들자고 제안했죠. 마음이 통한 우리들은 2년 동안 준비한 끝에 수학과 미술, 음악, 과학 등 다양한 분야가 어우러지는 브릿지 학회를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브릿지는 ‘다리’라는 뜻이에요. 수학이 그저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분야를 연결하는 다리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에서 학회 이름을 브릿지라고 지었지요.

브릿지 학회의 가장 큰 매력은 단순히 보고 듣는 것을 넘어, 모두가 참여해 융합 수학을 만들어간다는 점이에요. 생각해 보세요. 수학자가 만든 작품을 보면서 그 자리에 모인 공학자와 미술가, 음악가, 그리고 여러분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냅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500년 전 이탈리아 미술가 라파엘로가 그린 그림인 ‘아테네 학당’의 한 장면이 떠올라요. 수학자 유클리드 곁에 모여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며 토론하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들의 모습 같거든요."


문자와 수식을 무늬와 조각으로!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과 예술가, 일반인이 모여 수학과 과학, 예술을 융합한다고? 과연 브릿지 학회에서 만나는 융합 수학은 어떤 모습일까? 두 교수님의 연구를 통해 알아보자.

유수민 : 사르한기 교수님께서는 페르시아 무늬와 모자이크를 연구하신다고 들었어요. 이 연구는 다른 분야와 어떻게 융합되는 건가요?

레자 사르한기 교수 : 제 고향인 이란의 전통 건축에서 사용하는 페르시아 무늬는 약 10~16세기에 발달했는데, 수학적인 의미가 담겨 있어요. 바로 도형으로 평면을 빈틈없이 채우는 테셀레이션 기법의 원조라고 할 수 있거든요.
특히 저는 페르시아 무늬를 수학적인 방법으로 작도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요. 작도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무늬 속에 있는 규칙들을 찾아내야 해요. 그리고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무늬를 몇 개의 단위로 나눌지 결정해야 하죠. 그 다음 직선과 원이나 삼각형 같은 도형으로 기본 단위를 그리는 작도법을 연구한답니다. 어떤 순서로 다각형과 원, 직선을 그려야 반복되는 무늬의 기본 단위를 만들 수 있는지를 찾는 작업이지요.
이렇게 한 가지 무늬를 그리는 작도법을 알게 되면, 그 무늬뿐 아니라 다른 무늬를 만드는 방법도 찾을 수 있습니다. 또 반복되지 않는 무늬를 만들 수도 있죠. 이렇게 만든 무늬는 그 자체로 수학과 미술을 융합한 작품이면서, 동시에 건축과 의상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어요.

백창빈 : 조지 하트 교수님은 주로 입체적인 작품을 만드시는데, 그 안에는 어떤 수학적인 의미가 있나요? 또 앞으로는 어떤 작품을 만드실 예정인지 궁금합니다.

조지 하트 교수 : 이 작품을 보세요. 굉장히 복잡하게 생겼죠? ‘자이로이드’라는 위상수학 개념을 표현한 거예요. 테셀레이션이 2차원 평면에 반복되는 무늬라면, 이 작품은 입체적으로 반복되는 패턴을 만든 거예요.
이 작품을 수식으로 보면 저처럼 수학을 공부하는 사람 말고는 무얼 뜻하는지 알 수 없어요. 하지만 이렇게 형상화해서 보면, 한 가지 입체적인 모양이 반복된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죠. 이처럼 복잡한 수학적 개념을 눈으로 볼 수 있게 만들면, 그 작품 자체가 수학이면서 동시에 예술 작품이 돼요.
저는 요즘 3D 프린터를 이용해서 작품을 만드는 데 관심이 많아요. 입체도형 중에는 조각을 하거나 재료를 조립하는 방식으로는 만들기 어려운 것들이 많은데, 3D 프린터에 수식을 입력하면 복잡하고 정교한 입체도형도 만들 수 있거든요.

브릿지 학회를 맛보다!

두 교수님은 내년 브릿지 학회에서는 <;수학동아>;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행사와 전시가 정말 많이 열릴 거라고 이야기하셨다. 독자기자들이 궁금해 하자, 이튿날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리는 ‘미니 브릿지’ 행사에도 초대해 주셨다.


★ 세계 최초 수학 구조물을 만들다!

지난 5월 26일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린 ‘미니 브릿지’는 내년에 열릴 브릿지 학회를 준비하기 위한 사전 행사로, 교사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와 워크샵으로 구성되었다.
조지 하트 교수는 조노돔을 이용해 창의적인 입체도형을 만드는 워크샵을 진행했다. 조노돔은 공 모양의 틀에 막대를 끼워서 4면체, 6면체, 8면체 등 다양한 입체 도형을 만드는 교구다. 독자기자들은 조지 하트 교수님의 지도에 따라 빨간 막대로 먼저 30면체를 만들고, 거기에 다시 파란 막대를 끼웠다. 그랬더니 30면체가 공 모양의 틀 역할을 하는 새로운 구조물을 만들 수 있었다. 이 구조물은 조지 하트 교수님도 처음 만들어 본 거라고 한다.

"매년 열리는 브릿지 학회에서는 조노돔뿐만 아니라 종이접기, 연극, 영화, 음악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수학을 만날 수 있어요. 그리고 직접 만든 작품을 발표하고 전시하는 기회도 있답니다. 참여 방법은 간단해요. 여러분이 만든 작품을 사진으로 찍어서 설명과 함께 각 분야 담당자에게(www.bridgesmathart.org에서 확인) 보내 주세요. 그러면 간단한 심사를 거쳐 참가 여부가 결정됩니다.

벌써부터 내년 한국에서 열릴 브릿지 학회가 기대되는군요! 저와 사르한기 교수도 이번에 한국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작품을 준비할 예정이에요. 특히 한국 전통 무늬와 공예품을 보고 많은 영감을 받았답니다. 어떤 작품일지 궁금하다고요? 궁금하면 500원~이 아니라, 내년 여름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리는 브릿지 학회에서 확인하세요!"

독자기자의 취재 수첩

세상 곳곳에 숨은 수학을 찾아라!
홍서영(서울 명원초 6)

레자 사르한기와 조지 하트 교수님은 약 20년 동안 수학자와 예술가들이 만나 융합 수학을 연구하는 브릿지 학회를 이끌어 오신 분들이다. 나는 두 분을 만나면서 수학이 건축뿐 아니라 생활 속 여러 곳에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두 교수님은 박물관과 고궁을 둘러보면서, 우리나라 전통 공예나 건축물 속 패턴 역시 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사르한기 교수님은 그 패턴을 연구해 볼 생각이라고 하셨다.
최근 전세계에 한류열풍이 불고 있지만, 우리의 전통 문화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수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전통 문화 속 패턴을 연구해서 브릿지 학회에서 소개하면 참 좋을 것 같다.


수학은 더 이상 딱딱한 학문이 아니다!
유수민(서울 대원국제중 3)

가장 좋아하는 과목인 수학과 다른 학문과의 연계성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던 나에게 이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신 두 교수님을 취재한 것은 정말 좋은 기회였다.
레자 사르한기 교수님은 미래에는 수학과 예술을 융합하는 사람이 세상을 이끌 것이라는 믿음으로 세계 여러 수학자와 예술가들이 교류하는 브릿지 학회를 창시했다고 한다. 그리고 조지 하트 교수님은 테셀레이션의 3차원 개념인 자이로이드를 응용한 작품을 직접 보여 주시면서 위상수학 개념을 설명해 주셨는데, 정말 신기했다.
단지 수학자가 되어서 유명한 난제인 ‘나비어-스톡스 방정식’을 푸는 것이 꿈이었던 나에게 이번 취재는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어려운 문제를 풀거나 수학을 응용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 이전에 수학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수학의 아름다움!
백창빈(성남 수내중 3)

나는 이번 취재를 통해서 전에는 몰랐던 수학의 아름다움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조지 하트 교수님이 이끄는 워크샵에서 조노돔을 이용해 다양한 입체도형을 만들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정육면체부터 마름모로 이루어진 30면체까지 다양한 입체도형을 만들었는데, 가장 신기한 것은 마지막에 만든 30면체 20개를 연결한 커다란 정12면체였다.
어떻게 이런 입체도형을 만들 생각을 하는지 신기했고 정말 대단했다. 수학의 아름다움에 대해 막연하게 이야기하는 것보다 이렇게 직접 만들고, 보고, 만져 보는 것이 수학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 것 같다.


최영준 기자의 첨삭 포인트

세 기자 모두 취재에서 느낀점을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게 잘 정리했어요. 하지만 제목을 쓰지 않거나, 어려운 개념을 설명 없이 이름만 쓴 점은 아쉬웠습니다. 그 부분을 수정하니 세 기자마다 서로 다른 느낌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글이 되었어요.

2013년 07월 수학동아 정보

  • 최영준 기자
  • 도움

    George Heart
  • 도움

    Reza Sarhangi
  • 사진

    장경아 기자
  • 사진

    조가현 기자
  • 사진

    George Heart
  • 사진

    Reza Sarhangi
  • 기타

    백창빈
  • 기타

    유수민
  • 기타

    홍서영

🎓️ 진로 추천

  • 미술·디자인
  • 수학
  • 교육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