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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야구 하는 고릴라가 나타났다! 미스터 고

매스미디어

올 여름, 세상에 없던 특별한 고릴라가 왔다. 야구 방망이를 이쑤시개처럼 들고, 쳤다 하면 홈런을 날리는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이다. 아시아 최초 3D 디지털 캐릭터로 만들어진 <;미스터 고>; 탄생의 비밀과, 야구 속 수학 이야기도 만나 보자.


야구 하는 고릴라, 한국 야구단에 입단하다!

안녕? 난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이라고 해! 나의 유일한 친구이자 가족은 룡파 서커스를 이끄는 소녀 웨이웨이야. 난 웨이웨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껏 함께해 왔어. 얼마 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빚을 갚기 위해 웨이웨이가 힘들어 하고 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내가 가족처럼 웨이웨이의 곁을 지키며 힘을 북돋아줘야겠지?

나로 말할 것 같으면 285kg의 거대한 몸집에 사람의 20배에 달하는 엄청난 힘의 소유자로, 힘뿐만 아니라 2000개의 단어를 알아들을 정도의 지능도 있다고. 거친 외모와는 달리 사려 깊은 성격이니 날 보고 겁먹지 않아도 좋아.

참! 내 특기는 서커스와 야구야. 고릴라가 어떻게 야구를 하냐고? 이게 다 야구광이었던 할아버지 덕분이야. 난 할아버지와 함께 오랫동안 야구 훈련을 해 왔어. 그래서 이제는 서커스보다 야구를 더 잘하지.

그런데 어느 날 한국에서 사람이 찾아왔어. 그 남자는 자신을 야구 에이전트 ‘성충수’라고 밝혔지. 나와 웨이웨이의 이야기가 국경을 넘어 한국에서까지 큰 화제가 됐다나? 그는 내가 야구하는 모습을 봤다며, 웨이웨이에게 날 한국의 프로야구단에 정식으로 데뷔시켜 줄 테니 한국으로 가자고 말했어. 웨이웨이는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성충수의 말에 함께 한국에 가기로 결심했지.

알고 보니 성충수는 돈이라면 무엇이든 하는 악덕 에이전트로 소문이 났더군. 어쨌든 그 사람 덕분에 고릴라 최초로 프로 야구단에 입단할 수 있었어. 정말 놀랍지?

예상대로 나의 등장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어. 그리고 난 뛰어난 야구 실력으로 사람들의 두려움과 불신을 잠재웠지. 고릴라 특유의 힘과 속도, 그리고 오랜 훈련 결과 다져진 야구 실력으로 쳤다 하면 홈런을 날리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기 시작한 거야! 후훗~, 이제 내가 전국민의 슈퍼스타가 되는 건 시간 문제라고!


악덕 에이전트 성충수는 세이버매트리션?

‘야구하는 고릴라’를 한국에 데려와 야구계를 발칵 뒤집어 놓는데 성공한 성충수. 그는 뭐니뭐니해도 돈이 최고인 베테랑 에이전트다. 고릴라를 프로 야구 4번 타자로 기용하는데 성공하다니, 성충수가 아니었다면 누가 이런 생각이나 했을까?

이는 성충수가 훌륭한 세이버매트리션이기 때문이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다. 투수가 던지는 공은 스트라이크, 볼, 아웃, 파울 등 수많은 결과를 낳고, 타자에게는 홈런, 안타, 출루율, 장타율 등 다양한 결과들이 기록된다. 이렇게 다양한 야구 기록들을 수집해 수학적으로 연구하는 방법을 ‘세이버매트릭스’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일을 하는 전문가들을 ‘세이버매트리션’이라고 부른다.

영화 <;머니볼>;의 주인공 빌리빈 단장은 가장 잘 알려진 세이버매트리션이다. 빌리빈은 실제 미국 메이저리그의 만년 하위팀 오클랜드 구단의 단장으로, 영화 <;머니볼>;의 모델이 됐다.

오클랜드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가난한 구단으로, 실력 좋은 선수들을 비싼 연봉으로 데리고 올 처지가 안 됐다. 그러니 오랫동안 연패에서 벗어날 길이 없었다. 하지만 빌리빈은 팀에 경제학자를 영입해,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복잡한 고등수학의 도움을 빌려 저평가된 선수들의 야구 기록을 분석했다. 그리고 이 기록을 바탕으로 좋은 선수들을 싸게 영입해 20연승이라는 대기록을 만든다.

성충수의 행동 뒤에도 야구 기록을 철저히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세이버매트릭스의 방법이 있었을 것이다. 고릴라를 한국의 야구단에 입단시켜야겠다는 판단 역시, 쳤다 하면 홈런인 링링의 야구 기록을 분석한 결과였을 것이다. 실제로 최근 세이버매트리션의 연구 결과가 선수들의 연봉 협상시 중요한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세이버매트릭스를 이용하면 팀의 득실점을 바탕으로 기대 승률도 예측할 수 있다. 기대 승률을 예측하는 공식은 그 형태가 마치 피타고라스의 법칙(a²+b²=c²)을 닮았다고 해서, ‘야구 경기의 피타고라스 정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식은 세이버매트리션들이 수십 년 간 메이저리그의 실제 기록을 토대로 여러 조건에서 득점과 실점이 어떻게 변하는지 변화시켜 가며 회귀분석★을 한 결과 만들어졌다. 처음 이 식이 만들어졌을 때에는 n=2였으나, 후속 연구를 통해 미국 메이저리그의 경우 n=1.83,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n=1.87일 때 더 나은 예측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회귀분석★ 둘 이상의 변수 사이의 관계를 분석하는 추측통계의 한 분야.

기호와 숫자의 스포츠, 야구장 전광판 읽기

야구는 수학으로 즐기는 스포츠다. 야구를 즐기기 위해 꼭 세이버매트리션들처럼 야구 기록을 수학적으로 낱낱이 분석할 필요는 없다. 야구에서 주로 쓰이는 약어를 익히고 야구장 전광판을 읽는 방법만 알아도, 영화 <;미스터 고>;를 이해하는 건 물론이고 실제 야구 경기를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전광판 속 숫자와 알파벳들은 어떤 정보들을 담고 있을까?
 

<;미스터 고>;가 만들어지기까지!

<;미스터 고>;에서 최고의 몸값을 지닌 배우는? 바로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이다. 링링이 등장하는 장면은 1000여 컷으로, 이 장면들을 만들기 위해 120억 원 정도가 사용됐다. 그렇다면 대체 가상의 캐릭터 링링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걸까?
 

쳤다 하면 홈런! 링링은 홈런의 비밀을 알고 있었을까?

링링은 쳤다 하면 홈런을 날리는 4번 타자다. 타자들이 홈런, 장타를 치기 위해서는 스윙 스피드, 배트의 무게, 공과 배트가 충돌했을 때 어느 부위에서 충돌하는지와 고도나 온도, 바람과 같은 자연적인 조건 등을 고려해야 한다.

일단, 공을 멀리 보내려면 투구 속도가 빨라야 한다. 그래야 방망이에 맞았을 때 충돌 에너지가 많이 생성된다. 같은 이유로 방망이의 스윙 속도도 빨라야 한다. 이승엽 선수의 경우, 스윙 속도가 시속 140km에 이르렀다.

홈런은 대개 스위트 스폿에서 나온다. 스위트 스폿은 충격을 가했을 때 전혀 진동하지 않는 곳으로, 공을 쳤을 때 힘이 가장 잘 실리는 부분이다. 보통 방망이 끝에서 약 12~17cm 지점으로 알려져 있다. 공에도 스위트 스폿이 있다. 바로 공의 가장 볼록한 지점에서 약 1.9cm 아래 떨어진 지점이다.

공을 맞힐 때 각도도 중요하다. <;야구의 물리학>;을 쓴 로버트 어데어 예일대 물리학과 교수는 공이 배트에 맞아 35°로 날아갈 때 가장 멀리 날아간다고 계산했다. 만약 강한 뒷바람이 분다면 최적 각도는 40° 정도로 조금 높아진다.

하지만 이를 다 생각하고 치는 선수는 없다. 하물며 고릴라인 링링이 이런 것을 다 계산하고 공을 칠 리가 없다.

스포츠과학 전문가들은 홈런 타자는 재능과 훈련을 각각 절반씩 갖췄을 때 탄생한다고 말한다. 링링 역시 야구에 대한 타고난 재능과 야구광인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훈련 덕분에 4번 타자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2013년 07월 수학동아 정보

  • 김정 기자
  • 사진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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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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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덱스터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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