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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퍼즐여행2] 수학 기면증에 빠진 세계

5화


“이…, 이게 무슨 광경이지?”
폴 일행이 수학 가디언즈로서 첫 번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병원에 도착했다. 그런데 연필을 들고 있는 학생, 눈을 뜨고 있는 학생, 고개를 푹 숙이고 웅크리고 있는 학생, 질문을 하려는 듯 팔을 들고 있는 학생 등 여러 사람들이 병원 곳곳에 그대로 멈춰선 채 잠들어 있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자.”


미션1. 괴현상을 파악하라!


지난 달, 평행우주에서 집으로 돌아온 폴은 오랜만에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같은 반 친구가 갑자기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폴은 뒤숭숭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휴…, 친구는 괜찮으려나?”
그때 방에 걸린 큰 거울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설마…?”
거울에서 나타난 건 폴리스였다.
“폴, 드디어 수학 가디언즈 첫 번째 임무가 떨어졌어. 한시가 급해. 지금 바로 출발해야 돼.”
급하게 짐을 챙긴 폴이 거울을 향해 손을 뻗자, 잠시 어지러운 기분이 들더니 어느덧 우주선 안에 있었다. 우주선 안에는 폴리스와 피타, 그리고 하루가 폴을 보고 밝은 표정으로 인사했다. 인사를 마치자마자 폴리스가 다짜고짜 폴에게 질문했다.
“오늘 너희 반 친구 한 명이 수업 시간에 갑자기 쓰러지지 않았어?”
“어?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았어?”
“지금 우주에 사람들이 갑자기 동작을 멈추고 쓰러지는 괴현상이 번지고 있어. 첫 번째 임무는 이 괴현상의 정체를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거야.”
“엥? 우린 수학 가디언즈라며. 왜 괴현상의 정체를 파악해야 하는 거야?”
“전문가들은 이 현상이 수학과 관계가 있다고 여기고 있어. 그래서 우리에게 임무가 주어진 거지.”
폴은 수학 가디언즈로서 드디어 첫 번째 임무를 수행하게 됐다는 흥분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래서 지금 가는 곳은 어디야?”
“일단 이렇게 멈춰 버린 사람들을 수용하고 있는 병원에 가 볼 거야.”
우주선은 시공간 통로를 통과해 병원 앞에 그들을 내려 줬다. 그런데 병원이 거대한 장벽에 둘러싸여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때 장벽 안에서 큰 스피커 음성이 들려왔다.
“병에 감염되면 수학적 능력이 사라지는 것으로 알려졌소. 그러다가 서서히 잠에 빠져들어 결국 아무 동작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지. 이 병은 매우 전염성이 높아서 병에 걸린 사람을 가려내는 일이 중요하오. 문제를 풀어서 당신들이 병에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하시오.”

미션2. 병원을 탈출하라!

폴 일행이 문제를 풀고 병원으로 들어가자, 한 의사가 그들을 맞으며 물었다.
“자네들은 누군가? 대체 이곳에 왜 온 건가?”
“저희는 괴현상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왔어요.”
“그렇군.일단 병원을 보여 주지.”
병실 곳곳을 돌아다녀 보니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병원 곳곳에 기묘한 자세로 멈춰 버린 학생들이 수없이 많았던 것이다.
“이 병은 대체 뭐죠?”
“수학 기면증이라네. 이 병은 100년 전에 전세계를 강타했지. 하지만 약과 백신이 개발돼 완전히 사라졌는데, 왜 이제와 다시 번지는지 영문을 모르겠어.”
“약과 백신이 있다고요? 왜 약을 쓰지 않죠?”
하루의 질문에 의사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약효가 듣지 않아. 아무래도 변종이 돌고 있는 것 같아. 하지만 지금 김 교수가 신약을 개발하고 있으니 거기에 기대를 거는 수밖에.”
“환자들의 병이 심해지면 어떻게 되나요?”
“직접 보여 주지.”
의사는 제한 구역이라고 쓰여진 방 앞에 그들을 데리고 갔다. 그런데….
“퍽! 캬악!”
“악! 유리벽 안쪽에 저 사람들은 뭐죠?”
“수학 기면증이 심해진 환자들이네. 그들은 갑자기 잠에서 깨어나 난폭하게 저항하지. 의식은 없는 것 같아. 우린 이들을 좀비라고 부르는데, 이곳에 간신히 가두어 놓기만 했지.”
그때 병원에 알람이 울렸다. 의사가 통신기로 상황을 파악하다가 사색이 돼 소리를 질렀다.
“뭐?! 좀비 제한 구역 방어선이 뚫렸다고?!”
의사는 비장한 얼굴로 폴 일행에게 말했다.
“어제부터 김 교수와 갑자기 연락이 닿지 않아. 자네들이 신약 개발 상황을 확인해 줄 수 있겠나?”
그러더니 자신의 출입증을 주고는 말했다.
“병원을 나가려면 반드시 출입증 화면에 있는 문제를 풀어야 하네. 그럼 부탁하네.”
폴이 출입증 화면을 켜자 문제가 보였다.
“엥? 스도쿠잖아? 그런데 복도 끝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지 않아?”
“좀비들이야! 따라잡히기 전에 문제를 풀자!”

미션3. 신약을 완성하라!

아슬아슬하게 좀비들의 손에서 벗어나 병원을 탈출한 폴 일행은 이제 김 교수를 찾아야 했다.
“김 교수는 또 어디서 찾는담?”
그때 피타가 시공간 정보 사전을 꺼내더니 김 교수를 검색했다.
“우와! 사전에 김 교수의 정보도 있네?”
“잘 됐어! 연구실이 멀지 않은 것 같아!”
폴은 김 교수의 연구실 주소를 보고는 거리를 두리번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거리에는 폴리스와 폴 일행의 발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그때 하루가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거리가 어쩐지 으스스하다.”
어느덧 김 교수의 연구실에 도착한 폴 일행은 벨을 눌렀다.
“아무도 안 계세요? 김 교수님? 김 교수님! ”
폴이 여러 차례 벨을 누르며 문을 두드리자 안쪽에서 조심스러운 음성이 들려왔다.
“누구시죠?”
“저흰 병원에서 왔습니다. 김 교수님과 연락이 안된다고 신약 개발 상황을 확인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거든요.”
폴리스의 말이 끝나자 열린 문에서 뜻밖에 매우 젊은 여성이 나타났다. 그런데 그 여성은 재빨리 폴 일행을 집으로 들이더니, 급히 문을 닫으며 비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김 교수님이 쓰러지셨습니다. 저는 그 분의 조교예요.”
조교의 말에 의하면 바로 어젯밤 교수가 쓰러져 신약 개발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이어서 조교는 수학 기면증은 수학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 사이에 빠르게 전파됐다고 설명했다. 수학 기면증 발발 초기에는 전염력도 약했고, 한 번 정복된 병이어서 의료계가 방심했다고 했다. 그 틈을 타 갑자기 변종이 등장하더니 병이 빠르게 확산돼 지금의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교수와 조교가 함께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해 이제 막바지 작업만 남겨두고 있었는데, 너무 무리한 탓에 면역력이 약해진 김 교수가 수학 기면증에 걸려 쓰러지고 말았다고 한다.
“신약 개발의 마지막 열쇠는 교수님만이 알고 있어요. 교수님이 쓰러지신 뒤 제가 신약 개발 계획을 참고해 계속 현미경을 들여다봤지만, 마지막 열쇠를 풀 수가 없어요. 이제 다 끝났어요. 흑….”
폴리스가 미완성된 신약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았다. 그건 마치 퍼즐처럼 보였다.
“신약은 자물쇠와 열쇠, 들어가고 나온 퍼즐과 같은 원리로 만들어졌어요. 저 마지막 미완성된 퍼즐 조각만 맞추면 수학 기면증 변종 바이러스를 정복하는 신약이 완성되지요.”

미션4. 네트워크의 중심에 신약 분사 장치를 설치하라!

폴 일행은 간신히 신약 퍼즐을 완성해 일단 수학 기면증에 빠진 김 교수에게 접종했다. 그러자 잠시 뒤, 김 교수가 잠에서 깨어났다.
“정말 고맙네. 자네들은 나뿐만이 아니라 수학 기면증에 빠진 수많은 사람들을 구한 걸세. 하지만 문제가 있네. 이 신약은 아직 매우 소량이고, 수학 기면증의 확산과 좀비 단계로 진행이 매우 빠르게 일어나고 있어 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네. 게다가 병자들 한 명 한 명에게 신약을 접종시킬 의료진도 부족한 실정이지.”
“네? 그럼 신약을 개발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하루의 비명에 박사가 말했다.
“딱 한 가지 방법이 있다네. 수학 기면증 변종 바이러스가 전염성이 매우 강한 것과 마찬가지로, 신약 역시 파급 효과가 매우 크네. 이를 이용해 신약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거야. 바로 수학 기면증에 빠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거나 그들이 가장 많이 스쳐 지나가는 네트워크의 중심지를 찾는 거야. 바로 그 중심에 신약을 뿌리면, 신약의 양은 좀 적어도 이곳을 스쳐 지나간 환자는 모두 치유되지. 또한 이곳을 스쳐 지나간 환자와 마주친 다른 환자에게도 자가 치료 능력이 생성돼 병이 서서히 소멸돼 갈 걸세.”
김 교수의 설명을 들은 폴 일행은 수학 기면증과 좀비가 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중심지를 찾아보기로 했다.
“병원은 어때?”
“병원의 방어선이 뚫려서 이미 환자들이 모두 병원을 탈출한 상태야.”
“그럼 어디서 찾지?”
이때 김 교수가 수학 기면증 변종 바이러스를 탐지하는 기계라며 장치를 내밀었다. 그리고는 지금은 아무런 표시도 하고 있지 않지만, 반경 5km 이내에 수학 기면증 변종 바이러스를 탐지하면 이를 특정한 규칙으로 연산한 뒤 숫자로 표시해 준다고 설명했다. 결국 규칙을 발견해 문제를 풀면, 수학 기면증 환자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네트워크의 중심지를 알아낼 수 있다는 것!
“그럼 그 숫자가 알려 주는 장소에 가서 신약 분사 장치를 꽂기만 하면, 수학 기면증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건가요?”
“그렇지.”
폴 일행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다시 길을 떠났다. 어느 정도 길을 가자 잠잠하던 장치에 숫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첫 번째 임무 종료, 변종 바이러스를 퍼뜨린 범인은?

폴 일행은 신약 분사 장치의 설치를 무사히 마치고 병원에 도착해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휴~, 이제 어느 정도 수학 기면증 환자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 같아.”
“1구역 수학 기면증 환자 0, 2구역 수학 기면증 환자 0, 3구역 수학 기면증 환자 2, ….”
복도를 지나가던 의사는 차트를 읽다가 폴 일행이 말하는 소리를 듣고는 고개를 들어 감사의 인사를 하고 다시 빠르게 병원 복도를 걸어갔다. 기묘한 자세로 잠에 빠진 환자들만 가득하고 의료진의 수는 턱없이 부족했던 병원의 모습은 이제 달라져 있었다. 수많은 의료진들이 활기차게 돌아다니며 환자들을 친절하게 보살피고 있었다. 병원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폴의 머리에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폴리스, 수학 기면증 변종 바이러스 말이야. 좀 이상하지 않아?”
“뭐가?”
“왜 소멸된 바이러스가 갑자기 등장하고, 변종 바이러스가 그렇게 빨리 퍼질 수 있었던 걸까?”
폴의 질문에 하루도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그러고 보니 정말 이상하네?”
폴리스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일리 있는 말이야. 이 사건을 재조사해야 할지도 모르겠군. 혹시나 누군가 변종 바이러스를 일부러 퍼뜨렸다면?”
폴리스의 말에 폴이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설마?! 누가? 왜?”
폴리스 역시 어두운 얼굴로 말을 이었다.
“만약 이 사건의 배후에 어두운 세력이 있다면 재조사는 위험할지도 몰라.”
하루가 입을 열었다.
“일단, 의사 선생님께 이번 사건에서 처음 수학 기면증이 나타난 장소를 여쭤 보자. 처음부터 조사해 보는 거야.”
폴이 지나가는 간호사에게 의사 선생님이 어디 계신지 물었다.
“아마, 연구실에 계실 거예요.”
폴 일행이 연구실 앞에 도착했지만, 연구실 안은 고요했다.
“선생님? 선생님? 안에 계세요?”
그때였다.
“윽! 악!”
선생님의 외마디 비명이 들려왔다. 깜짝 놀란 폴 일행이 연구실 문을 열고 급하게 들어갔지만, 연구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저기 창문이 열려 있어!”
정말 창문이 활짝 열려 커튼만 펄럭이고 있었다. 그리고 아까 비명을 지른 선생님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었다.
“선생님! 선생님이 납치 당했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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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5월 수학동아 정보

  • 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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