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폰, TV, 태블릿, 인터넷과 집 전화~♪ 꿈으로만 이뤄졌던 상상의 언덕을 지나~♬”
줄 서기로 최첨단 통신망을 연구한다?!
차세대 통신망 연구실의 황강욱 교수님을 만나기 위해 찾아간 곳은 우리나라의 똑똑한 과학인재들이 모여 있다는 카이스트. 교수님께서 계신 산업연구동 3층 연구실의 문을 열자, 책상 위에 가득히 놓인 책과 자료들이 먼저 눈에 띈다.
“책상이 좀 지저분하죠?”
머쓱해 하시며 서둘러 책을 정리하신 교수님은 옆집 아저씨와 같이 친절하게 독자기자들을 반겨 주셨다.
카이스트 수학과 황강욱 교수님은 수학의 많은 분야 중에서도 응용수학을 연구하고 있는 수학자다. 현재 수학 이론을 이용해 차세대 통신망을 만드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차세대 통신망 연구실은 어떤 곳일까?
송태솔 : 교수님, 차세대 통신망 연구실에서는 어떤 연구가 이뤄지나요?
황강욱 교수 : 통신이 발전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필요합니다. 통신에 필요한 장비를 개발하는 하드웨어 부분도 있고, 시스템과 같은 소프트웨어 부분도 있죠. 저는 통신에서 음성이나 화상과 같은 각종 정보들이 원활하게 흐르도록 수학적인 모델링을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어요. 마치 차가 많은 도로에서 교통정리를 잘 해야 도로가 막히지 않는 것처럼, 정보가 빠르고 정확하게 전송되려면 통신망을 잘 정리해야 하거든요. 이때, ‘큐잉이론’이라는 수학 이론이 쓰인답니다.
김지원 : 큐잉이론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요. 어떤 이론인지 설명해 주세요.
황강욱 교수 : 큐잉이론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줄 서기 이론’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쉬운 예로 식당에 손님이 오는데, 어떤 시간에 유독 손님이 많이 온다고 생각해 보세요. 손님이 불편을 겪지 않으려면 얼마나 많은 손님이 몰려오는지, 몇 분을 기다리는지 등을 고려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거예요.
큐잉이론은 바로 이렇게 줄을 서는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이론이에요. 얼마나 대기하는지, 대기 시간을 최소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수학적으로 분석해 그 방법을 찾는 것이죠. 이것을 통신에도 적용하면 데이터가 한곳으로 몰리지 않게 조절할 수 있게 된답니다.
줄을 서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큐잉이론!
큐잉이론은 정보통신 연구에만 쓰일까? 큐잉이론에 대해 설명을 들은 독자기자들은 큐잉이론이 정보 통신 분야 외에도 어떻게 쓰이는지 교수님께 여쭤 보았다. 또 큐잉이론은 수학의 많은 분야 중에서도 어떤 분야와 관련이 있는지, 큐잉이론에 대한 심층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큐잉이론의 뿌리는 수학의 확률론에 있습니다. 앞서 예를 들었듯이 손님이 많은 식당에서 대기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세요. 손님의 대기 시간을 줄이려면, 손님이 어느 시간에 얼마나, 몇 분의 간격으로 오는지 알아야 할 거예요. 그렇지만 손님들은 약속하듯 규칙적으로 오지 않아요. 불규칙적으로 오게 되죠.
수학은 이런 불규칙적인 현상에서도 규칙과 패턴을 찾는답니다. 대기자의 수, 시간, 간격 등을 계산해 분포를 찾아 대기하는 시간을 최소화 하는 수학적 모델을 만듭니다. 이렇게 하면 식당에 사람을 많이 쓰지 않더라도 손님의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어요. 직접 실험을 해보지 않고서도 말이지요. 포아송 분포★와 같은 확률모형이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어요.
포아송 분포★ 단위 시간 안에 어떤 사건이 몇 번 발생할 것인지를 표현한 확률모형. 18세기 프랑스의 수학자 시메옹 드니 푸아송이 1838년에 쓴 <;민사사건과 형사사건 재판의 확률에 관한 연구>;란 논문을 통해 알려졌다.
일상생활에서도 줄을 서는 곳은 무척 많습니다. 공중 화장실에서도 줄을 서고, 은행이나 슈퍼마켓은 물론 기차역이나 공항과 같이 줄을 서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큐잉이론이 쓰입니다.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정보의 이동과 물류까지 큐잉이론은 각종 산업 경영 분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이론이랍니다."
이제는 노하우가 아닌 노웨어의 시대!
우리는 현재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를 살고 있다. 그만큼 정보가 넘쳐나기에 이제는 필요한 정보를 잘 찾는 것이 중요해졌다. 정보의 소통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국가경쟁력과도 뗄 수 없는 정보통신의 미래를 교수님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과거에는 노하우(know-how)를 알아야 했지만, 풍족한 정보 속에 살고 있는 지금 시대에는 노웨어(know-where)를 알아야 해요. 원하는 정보는 어딘가에 분명히 있지만,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해진 것이죠.
필요한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찾는 것은 수많은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보의 소통이 점점 필요한 시대가 될 거예요. 그러려면 다양하고 많은 정보들이 원활하게 소통될 수 있는 통신망이 필수적이고요.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신망이 바로 차세대 통신망이에요. 아마도 정확하게 예상할 수 없지만, 미래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놀라운 일들이 눈앞에 펼쳐지지 않을까요?"
교수님은 수학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는 두 독자기자들을 위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생한 진로상담도 해 주셨다.
"처음부터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는 것도 좋지만, 수학을 좋아한다면 수학적으로 생각하는 연습을 해 보는 것을 권하고 싶어요. 예를 들어서‘학교에서 배운 수학의 이론을 내가 표현한다면 어떻게 했을까?’생각하고 정리해 보는 것처럼 말이지요. 이런 훈련을 자꾸 하다 보면, 어떤 문제라도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생기거든요. 학생들에게 이 말을 꼭 해 주고 싶네요."
오늘날 우리는 어디에서도 쉽게 누구와도 통화할 수 있고, 또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이런 일이 가능하게 된 것은 모두 첨단 통신망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황강욱 교수님의 차세대 통신망 연구실은 우리 생활과 밀접한 첨단 통신 연구의 현장이었다. 큐잉이론을 활용한 차세대통신망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교수님의 연구를 응원하며, 우리나라 정보통신의 밝은 미래를 기대해 본다.
독자기자의 취재 수첩
이제는 노웨어의 시대_송태솔(인천 길주초 6년)
큐잉 이론은 정보 통신 기술에서 데이터가 최대한 기다리지 않고 흐를 수 있도록 모델을 만드는 데 쓰인다. 큐잉 모델을 잘 만들면 사용자가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서버에 저장되어 있는 메모리의 손실을 막을 수 있다. 즉 서비스 품질이 좋아진다는 얘기다.
카이스트 수학과 황강욱 교수님은 현재 와이 파이(Wi - Fi)에서 사용자간의 충돌문제를 해결하고 계신다. 교수님께 앞으로 정보 통신 기술이 어떻게 발전할지 여쭤 보았다. 교수님은 아마 언제, 어디서든, 무슨 질문이든, 어떤 단말기든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될 거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교수님의 말씀 중 하나인‘이제는 노하우(know - how)가 아니라 노웨어(know - where)이다’가 기억에 남는다. 어떻게 정보를 얻어야 하는지가 아니라 어디에서 정보를 얻어야 하는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취재를 마치고 교수님과 사진을 찍을 때, 교수님과 같은 분들 덕분에 우리가 편리하게 스마트폰으로 데이터를 주고 받고 인터넷을 하는 것이라는 게 새삼 떠올랐다. 교수님의 근본 목표는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하였다.
나도 꼭 교수님을 본받아서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 이번 취재를 통해서 그 목표에 한 발짝 더 다가간 것 같다.
친절한 수학자와의 만남_김지원(춘천 유봉여고 1년)
황강욱 교수님 연구실에는 책상과 책장에 수많은 책들과 자료가 꽂혀 있었다. 나는 진짜로 수학자를 만났다는 생각에 들떴지만, 혹시나 지루하고 딱딱하진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교수님께서는 매우 인간적인 모습과 친절한 분위기를 갖고 계셨다. 책상에 책이 가득해 지저분하다며 머쓱해 하시는 교수님의 행동을 보며 친근하고도 훈훈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태솔이와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큐잉이론에 대해서도 행여나 우리가 이해를 하지 못할까 봐 하나하나씩 실생활 예를 들어 주시면서,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황강욱 교수님께 가장 인상 깊게 느꼈던 점은, 나의 진로결정에 대한 조언을 해 주셨을 때다. 교수님께서는 자신이 꿈을 이룬 과정을 말씀하시며, 도달할 목표를 결정하는 것에 너무 조급해하거나 치중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자신이 좋아하는 수학을 하면서 꿈을 찾으라고 조언해 주셨다. 내가 만난 첫 번째 수학자에게 꿈에 관한 조언을 듣는 것은 아주 특별한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난 첫 번째 수학자, 황강욱 교수님. 교수님은 친절한 수학자셨다.
장경아 기자의 첨삭 포인트
두 친구 모두 처음에는, 시간순서대로 줄거리를 쓰는 것 처럼 글을 썼었어요. 글을 쓰는 사람이 하고 싶은 핵심이 잘 드러나지 않았지요. 그러나 한 번 글을 수정해 다시 쓴 결과, 지금과 같이 글을 쓰는 사람이 하고 싶은 주제가 명료하게 드러나는 글이 완성됐어요. 송태솔 기자는 앞으로는 노웨어의 시대가 될거라는 걸 알게 된 이후 느낀 점을 잘 정리했고, 김지원 기자는 친절한 수학자를 만났다는 내용을 주제로 자신의 느낌을 잘 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