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문제를 풀려면 보통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최근 이스라엘 히브리대 심리학과에서 실시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의식이 전혀 개입하지 않아도 독서나 수학과 같은 다단계 추론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순간에도 무의식이 의식을 대신해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란 하신 박사는 학생 270명을 대상으로 양쪽 눈에 서로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는 실험을 했다. 오른쪽 눈에는 몬드리안의 추상화 같은 색색의 이미지를 1초에 10번씩 빠르게 바꾸면서 보여 주었다. 동시에 왼쪽 눈에는 여러 개의 단어로 이루어진 문장 표현이나 숫자로 계산된 식을 보여 주되, 0.7초에 걸쳐서 천천히 등장시켰다. 그리고 실험 대상이 문장과 계산식을 발견하고 읽어내면 화면에서 사라지게 했다. 오른쪽 눈에 비친 이미지가 계속 바뀌면 우리 의식은 변화에 집중하게 되고, 왼쪽 눈에 비친 문장이나 계산식은 인식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오른쪽 눈은 의식의 영역과 연결되고, 왼쪽 눈은 무의식 영역에 연결된 셈이다.
실험 결과 학생들은 의식적인 영역을 집중하지 못하게 할 때도 ‘옷으로 다리미를 다렸다’ 같은 틀린 문장을 인지하거나, ‘8+7’ 같은 간단한 계산을 해낼 수 있었다. 무의식만으로도 문장을 인식하고 숫자 계산을 해낸 것이다.
연구를 이끈 하신 박사는 “이번 실험으로 인간이 무의식만으로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의식과 무의식에 대한 지금까지의 이론은 수정이 필요하다”고 의미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