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풍속화 속 수학 김홍도 vs 신윤복

풍속화 속 수학 김홍도 vs 신윤복


최대 서너 시간은 줄을 서서 기다려야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있어요. 열린 지 불과 2주 만에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녀갔지요. 대체 무슨 전시회기에 이렇게 인기가 높은 걸까요? 바로 지난 10월 신윤복의 미인도를 비롯해 김홍도 등의 작품을 공개한 간송미술관의 풍속인물화대전이에요. 그런데 수학동아에서 웬 미술 전시회 얘기냐고요? 지금부터 풍속화 속에 감춰진 수학 이야기를 들려 줄게요.


조선 후기, 문화 르네상스의 꽃을 피우다

올해 풍속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간송미술관의 지난 전시회가 대열풍이었을 뿐만 아니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올해 풍속화실을 새로 열기도 했다.

풍속화란 일상 생활을 주제로 삼은 그림이다. 이전에도 풍속화가 있었지만, 조선 후기가 되면서 그림에 우리 민족 고유의 독자적인 소재와 화풍이 두드러지게 된다. 조선 후기에도 중국 화풍의 영향을 받은 산수나 인물, 사군자 등이 이전처럼 여전히 그려졌지만, 화가들은 일상 생활이나 우리 땅을 좀더 적극적으로 다루었다. 갓을 쓴 조선의 선비, 깎아지를 듯한 금강산 등 실재하는 조선의 인물과 조선의 자연이 그림 속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구도나 색채도 조선 고유의 독자적인 멋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런 변화는 조선 후기의 사회 변화와 관계가 깊다. 당시 영조와 정조 시대에 들어 비교적 일반 서민들의 삶이 윤택해졌고, 실학 사상이 등장하면서 서민들의 지위도 향상됐다. 그 결과 사대부만 즐기던예술에 대해 일반 서민들도 관심을 갖고 감상하게 됐다. 이런 사회적 변화 속에서 김홍도와 신윤복 등 거장이 등장하면서 풍속화가 발전했다.


X note 김홍도와 신윤복에 대한 재미난 상상‘바람의 화원’

2008년에 방영된 드라마 <;바람의 화원>;은 이정명 작가의 동명 소설 <;바람의 화원>;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배우 박신양과 문근영이 각각 김홍도와 신윤복의 역할을 맡아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드라마가 큰 인기를 얻으며‘신윤복이 여자였다’는 설정이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신윤복은 정말 여자였을까?

조선시대 화원들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한 <;화사보략>;에는‘신윤복은 화원으로 유명한 신한평의 아들로, 화원이었으며 특히 풍속화를 잘 그렸다’고 기록돼 있다. 이렇게 신윤복이 아들이었다는 분명한 기록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윤복에 대한 역사 기록이 매우 미흡하다는 점은 여전히 상상력을 자극한다. 실제로 <;화사보략>; 외에 신윤복에 대한 기록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김홍도 그림 속 수학

씨름, 서당, 무동 등 김홍도의 풍속화는 누구나 한번은 본 적이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김홍도는 <;단원풍속도첩>;에 총 25점의 풍속화를 남겼는데, 그 소재와 내용이 정말 다양하다.

김홍도 풍속화의 특징은 먼저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의 행동이 다채롭게 묘사되고, 표정이 익살스럽다는 점이다. 같은 주제를 그린 다른 화가의 그림들과 비교해 보면 이런 특징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대부인 조영석이 그린 <;점심>;과 김홍도의 <;점심>;을 비교해 보자.
 

조영석<;점심>;


조영석이 그린 <;점심>; 역시 일반 서민들이 점심 먹는 광경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인물들의 동작이나표정이 매우 점잖고, 일직선 구도를 사용하고 있다. 이에 비해 김홍도의 <;점심>;은 밥을 먹는 사람, 술을 마시는 사람, 젖을 물리는 엄마와 아기 등 인물들이 폭넓게 배치돼 있다. 또한 한 명 한 명의 행동과 표정이 다 달라 보는 재미를 더한다. 두 작품은 모두 18세기에 같은 주제를 두고 그려졌지만,구도나 표현 방식 등에서 완전히 달라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있다.
 

김흥도 <;점심>;


김홍도가 남긴 <;단원풍속도첩>;의 또다른 특징은 배경 없이 인물만으로 구성해 여백의 미를 살렸다는 데 있다. 배경도 없고 채색도 거의 하지 않아 인물들과 그림의 구도가 더욱 선명히 드러난다.


X note 김홍도(1745~1805?)의 일생

김홍도는 우리에게 신윤복, 김득신과 함께 3대 풍속화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단순한 풍속화가는 아니다. 그는 풍속화뿐만 아니라, 평생에 걸쳐 도석화, 실경산수화, 영모화, 화훼화, 산수인물화, 초상화 등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그림을 남겼다. 그 결과 안견, 장승업과 함께 조선 3대 화가로도 손꼽힌다.

왕의 초상화인 어진을 그릴 정도로 인정받는 화원이었지만, 김홍도의 말년은 행복하지 않았다. 지방 현감에 부임할 정도로 출세했지만, 5년만에 파직돼 혼자 병에 시달리며 쓸쓸히 죽어갔다고 전해진다.


tip 구도란?

구도란 사물의 형태, 선, 색, 명암대비, 공간, 깊이 등의 요소를 알맞게 배열하는 것을 말한다. 작가는 작품을 보는 사람들에게 의도한 시각적 효과를 전달할 수 있도록 구도를 짠다. 그래서 소재나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어떤 구도로 표현하면 좋을지 미리 생각하고 모양이나 색깔, 위치들을 결정한다.


씨름

김홍도는 여러 사람이 있는 풍속을 주제로 삼을때, 원형 구도를 자주 사용했다. 원형 구도는 사진과 그림에서 가장 기본적인 구도 중 하나로, 가운데에 주인공을 놓아 주제에 대해 집중하게 만들고 강한인상을 줄 수 있다.

<;씨름>;에서도 위, 아래에 구경꾼들을 배치하고, 가운데에 핵심 장면인 씨름을 묘사한 원형 구도를 사용했다.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씨름꾼들을 지켜보는 구경꾼들은 마치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듯 그려져 있다. 반면 씨름꾼들은 마치 구경꾼들이 올려다본 것과 같은 각도에서 묘사돼 있다. 이렇게 한 그림 안에 여러 시점을 나타내는 건 동양화만의 특징이다.
 

씨름



tip 씨름 속 비밀 : 마방진

씨름은 그의 풍속도첩 중 가장 많은 인물을 등장시킨 그림이다. 총 22명의 인물이 등장하는데, 이렇
게 많은 인물들 속에는 김홍도가 낸 수수께끼가 숨겨져 있다. 바로 마방진! 그림에서 대각선에 위치한 사람의 수를 합하면 12가 되는 마방진이 들어 있다.


서당

훈장과 학동이 둥글게 원을 그리고 앉아 있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시점이 이동해 훈장 앞에서 울고 있는 소년에게 초점이 집중된다. 이 그림에서 눈여겨볼 것은 뒤에 있는 훈장의 모습이 앞에서 울고 있는 학생보다 오히려 더 크게 그려졌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동양화의 또다른 특징인‘역원근법’을 발견할 수 있다. 단순히 거리와 크기를 비교해 원근법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더 부각시키고 싶은 내용을 더 크게 그리는 것이다.
 

서당



신윤복 그림 속 수학

신윤복은 김홍도와 동시대에 활동한 풍속화가이지만 그림의 성격은 많이 다르다. 둘 다 조선 후기의 일상 생활을 그림에 담았지만, 김홍도는 주로 농민이나 수공업 종사자들과 같은 서민들의 활기찬 일상을 그렸다. 반면 신윤복은 여인들의 생활과 양반들의 풍류, 남녀간의 애정을 주로 다루었다. 신윤복의 작품은 <;혜원전신첩>;에 남겨진 30여 점의 작품과 미인도, 탄금 등이 남겨져 있다.

그의 그림은 선을 기본으로 한 섬세한 표현과 화면의 배경을 가득 채운 구도를 사용한다. 구도를 확 부각시킨 김홍도와 달리 화려한 색채가 눈길을 사로잡는데, 이는 화려한 기녀와 양반들의 풍류를 주로 다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럼 신윤복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만나 보자.


단오풍경

신윤복의 풍속화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으로, 여인들이 초여름 단오날 산골짜기에서 물놀이 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 그림은 3개의 인물군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아래쪽에 몸을 씻는 여인들이고, 두 번째는 화면 오른쪽에 그네를 뛰고 머리를 손질하는 여인들, 마지막으로 왼쪽 위쪽에 이들을 훔쳐보는 두 명의 승려들이다. 두 명의 승려는 굳이 그리지 않아도 주제와 전혀 상관이 없지만, 엉뚱한 인물을 넣어 그림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신윤복은 인물을 그릴 때 계급과 중요도에 따라 인물의 크기를 달리했다. 이 그림에서도 뒤쪽에 있는그네 타는 여인이 훨씬 크고, 머리에 뭔가 이고 가는 낮은 계급의 여인은 앞에 있는데도 훨씬 작다. 이는 <;단오풍경>;뿐만 아니라, <;쌍검대무>; 등에서도 드러난다. 또한 색의 대비를 통해 화면에 생기와 긴장감을 더했다. 그네를 타는 여인의 선명한 다홍치마와 노랑저고리에서 적색과 노란색을 대비시켜 주인공을 부각시킨 것이다.
 

단오풍경



tip 조선 3대 풍속화가, 김득신

김득신은 김홍도, 신윤복과 함께 조선 3대 풍속화가 중 한 명이다. 그는 풍속화 외에도 도석화, 산수화, 영모화 등을 잘 그렸는데, 김홍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의 그림으로 가장 잘 알려진 건‘야묘도추’이며, 김득신의 풍속화 중 해학과 재치가 가장 잘 드러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쌍검대무

관아에서 벼슬아치들이 칼춤을 감상하는 장면을 그린 것으로, 앞쪽에 악사들이 수평으로 앉아 있고, 위쪽에 있는 양반과 기녀들은 마치 위에서 내려다본 것처럼 그려지고 있다. 이렇게 높은 곳에서 멀리아래를 굽어 내려다본 모습으로 그리는 것을‘부감법’이라고 한다. 신윤복은 15°정도 위에서 내려다보는 부감법을 주로 사용했다. 이 그림에선 주인공인 검무하는 두 여인을 부각시키기 위해 가운데에 배치했다. 그리고 밋밋함을 없애기 위해 밑에 수평으로 배치된 악사들의 동작과 배치를 미묘하게 어긋나게 그렸다.

이제 풍속화를 볼 때 구도나 시선 등을 눈여겨 보자. 풍속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쌍검대무



X note 신윤복의 미인도에도 황금비가?!

모나리자, 비너스 등 서양화나 서양의 조각품들을 보면 가장 균형있고 아름다워 보이는 비율인 황금비(1 : 1.618)가 존재한다. 그럼 혹시 우리나라 풍속도의 걸작, 신윤도의 미인도에도 황금비가 숨겨져 있지 않을까? 실제로 계산을 해 보면 미인도 속에도 황금비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➊ 얼굴 속 황금비
눈-입 거리 = 1.6
입-턱 거리 = 1

➋ 배치의 황금비
왼쪽 그림 끝-얼굴 거리 = 1
얼굴-오른쪽 그림 끝 거리 = 1.67

➌ 상반신의 황금비
타래머리-어깨 거리 = 1.6
어깨-치마 위 = 1

➍ 치마의 황금비
치마 최대 길이 = 1.68
치마 최대폭 = 1
 

신윤복의 미인도에도 황금비가?!

2011년 12월 수학동아 정보

  • 김정 기자
  • 사진 및 도움

    민길홍 학예연구사

🎓️ 진로 추천

  • 미술사학
  • 문화콘텐츠학
  • 역사·고고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