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한 상태에서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는 질병인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앓는 어린이와 청소년 숫자가 최근 몇 년간 급격히 늘어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ADHD 진단을 받은 환자가 18.4%나 증가했다. 하지만 치료약이 일으킬 수 있는 수면 장애나 식욕 감퇴와 같은 부작용 때문에 약물 치료를 꺼리는 부모들이 많다. 12세 이후에 자연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약물 치료를 망설이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최근 약을 먹으면서 빨리 치료하는 편이 학업에는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시나이산 의과대학 헬가 조에가 교수는 아이슬란드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성적과 ADHD 치료약을 처방 받은 기록을 조사했다. 총 1만 3000명 이상의 학생들 중에서 1000명이 조금 넘는 아이들이 4~7학년 사이에 ADHD를 진단받았고, 그 중 317명은 그 시기에 치료를 시작했다.
4~7학년 아이들의 수학과 언어 시험 성적을 조사한 결과, ADHD 진단을 받은 적 없는 아이들의 성적은 평균 점수와 비슷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ADHD 진단을 받고 약물 치료를 받은 아이들은 해가 갈수록 성적이 떨어졌고, 치료 시기가 늦어질수록 점수 하락폭도 커졌다.
이런 현상은 특히 수학 과목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4학년 때 진단을 받고 1년 이내 투약을 시작한 아이들은 7학년까지 평균 수학 점수 하락폭이 1% 이내였던 반면, 6~7학년까지 치료를 받지 않은 아이들은 9% 이상 수학 성적이 떨어졌다.
미국에서는 10명 중 한 명의 어린이가 ADHD를 앓고 있으며, 그 중 3분의 2는 약물 치료를 받고 있다. 조에가 교수는 “ADHD를 앓는 모든 아이들이 약을 먹을 필요는 없지만, 약이 아니더라도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