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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수의 산학유랑기

정부터 무량수까지 조선시대 수 이름


 
1,000,000,000,000. 일, 십, 백, 천, 만,……, 억, 십억, 백억, 천억, 만 억, 십만 억, 천만 억. 무려 천만 억. 정말 큰 수인걸!
누구를 바보로 알아요? 세상에 십만 억, 백만 억, 천만 억이라는 말이 어디 있어요? 이건 1조예요. 산학연구가라더니 나보다도 몰라. 누구 말이 맞는지, 우리 내기할래요? ‘설마 조선시대에는 도형 이름처럼 수 이름도 달랐던 건 아니겠지?’

조선시대에는 1경(1016)이 1조


현재 우리는 일, 십, 백, 천, 만 다음에 십만, 백만, 천만, 억이라고 한다. 같은 방법으로 세 자리를 더 건너뛰면 ‘조’라고 부른다. 이런 식으로 네 자리마다 새로운 이름으로 부른다. 그런데 조선시대에는 여덟 자리마다 새로운 단위를 사용했다. 즉 억 다음에 십억, 백억, 천억, 만억, 십만 억, 백만 억, 천만 억이고, 그 다음에 조가 나온다. 현재는 일, 만, 억 사이에 십, 백, 천만 사이에 넣지만, 조선시대에는 일, 억, 조 사이에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천만을 추가한 것이다. 따라서 현재와 이름은 같지만 뜻하는 수는 차이가 있다. 수 이름이 현재처럼 바뀐것은 19세기 이후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큰 수의 명칭은 일부터 무량수까지 총 21가지다. 이 중 항하사부터 무량수까지는 불교에서 유래됐다. 항하사는 인도 갠지스 강의 모래라는 뜻으로, 셀 수 없이 무수히 많은 양을 뜻한다. 무량수는 극락세계에 사는 백성의 수명은 헤아릴 수 없이 길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찰나는 10-88을 뜻하는 수

조선시대에 작은 수는 어떻게 불렀을까? 현재는 소수점을 사용하기 때문에 작은 수의 명칭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선시대에는 소수점을 이용한 표현이 없었기 때문에 자주 사용했다.



작은 수도 큰 수와 마찬가지로 여덟 자리마다 새로운 이름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진과 사 사이에는 천만 진, 백만 진, 십만 진, 만 진, 천진,
백진, 십진이 나온 다음 진이 된다.

그런데 작은 수를 이렇게나 많이 알 필요가 있었을까? 조선시대 최고의 산학자 경선징이 쓴 <;묵사집산법>;에는 ‘진 이하는 이름은 있지만 모두 쓸데가 없다’라고 쓰여 있다. 이것으로 보아 실제 이렇게 작은 수는 자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

큰 수와 마찬가지로 작은 수도 19세기 이후부터 진 이하의 관계도가 변했다. 현재 진은 10-9, 애는 10-10, …, 육덕은 10-19, 허와 공을 합쳐 허공(10-20), 청과 정을 합쳐 청정(10-21)이라고 나타낸다.

탄지부터 정까지는 역시나 불교에서 유래된 말이다. 탄지는 손톱이나 손가락을 튕길 때 쓰는 말이고, 찰나는 지극히 짧은 시간, 허공은 모양과 빛이 없는 상태, 청정은 죄가 없이 깨끗하다는 의미다.

태반은 절반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조선시대에는 분수를 일컫는 말도 있었다. 현재도 많이 쓰는 말 중에 태반은 절반을 훨씬 웃돌 때 사용한다. 그런데 조선시대에는 2/3를 태반이라고 불렀다. 사실 밭의 길이나 넓이처럼 실생활 수학에는 딱 떨어지는 정수보다는 분수가 더 많다. 따라서 조선시대에는 분수 계산법이 매우 중요했다. 그래서인지 자주 사용하는 특별한 분수에는 이름을 지었다. 1/4은 역반, 1/3은 소반, 1/2은 중반, 2/3는 태반, 3/4는 강반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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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9월 수학동아 정보

  • 조가현 기자
  • 사진

    동아일보
  • 자료출처

    장혜원(진주교육대 수학교육과 교수) <수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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