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수학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안녕하세요? 청소년을 위한 수학 토크콘서트를 기획, 진행한 수학동아의 고선아 편집장입니다!”
7월 1일 저녁 7시, 서울 하나고에서 국내 최초로 시도된 수학토크콘서트가 열렸다. 최근 김제동의 토크콘서트를 비롯해 각종 토크콘서트가 유행이긴 하지만, 수학 토크콘서트는 이번이 국내 최초다. 그래서인지 시험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하나고 학생들이 모여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는 수학이 어떻게 토크콘서트로 새롭게 탄생했을까?
최근 수학 교육은 커다란 변화의 계기를 맞고 있다. 올 초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수학교육선진화 방안을 발표했고, 지난 달에는 2012국제수학교육대회가 서울에서 열렸다. 또한 오는 2014년에는 서울에서 국제수학자대회가 열린다.
이에 <;수학동아>;는 수학을 어렵고 멀게만 느끼는 청소년들에게 수학의 재미와 필요성을 알릴 수 있는 강연을 기획하기로 했다. ‘국내 대표 수학자와 명사가 함께 대화하듯 수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더불어 음악과 뮤지컬이 함께 어우러진다면 어떨까?’
이렇게 시작된 수학 토크콘서트는 총 2회로 기획됐다. 2014 국제수학자대회 조직위원회 후원으로, 박형주 포스텍 수학과 교수와 강석진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가 참여했다. 명사로는 이화여대 수학과 출신인 진양혜 아나운서와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참여했다.
수학 토크콘서트는 음악이 어우러지며 흥겨운 콘서트로 완성될 수 있었다. ‘폴클랑 졸리스텐’은 클래식에 수학을 접목해 뮤지컬 공연을 하
는 국내 유일의 팀으로, 수학의 참재미를 전하자는 <;수학동아>;의 뜻에 동참해 수학 토크콘서트에 합류했다.
폴클랑 졸리스텐은 수학 토크콘서트에서 <;피타고라스의 음계>;라는 수학 뮤지컬을 공연했다. 수학과 음악이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한 수학자 피타고라스를 비롯해, 피보나치, 베토벤, 바흐, 모차르트 등 천재 수학자와 음악가들이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연주를 하는 형식이다. 특히 원주율의 각 숫자를 음계로 바꿔 만든 음악을 즉석에서 연주하며 수학 토크콘서트 분위기는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1강 복잡한 걸 단순하게 만들어 주는 수학!
수학 토크콘서트 1강은 서울 하나고에서 열렸다. 진행은 박형주 포스텍 수학과 교수와 진양혜 아나운서가 맡았다. 박형주 교수는 강연을 시작하자마자 질문을 던졌다.
“진양혜 아나운서는 생일이 언제인가요?”
“왜요? 선물 사주시려고요?”
“하하, 그럼 13명의 사람이 있을 때 생일의 달이 같은 사람은 몇 명일까요?”
“음…. 2명 아닌가요?”
진 아나운서의 대답에 박형주 교수는 환하게 웃으며 ‘비둘기 집의 원리’에 대해 설명했다. 비둘기 집의 원리란, 칸이 총 9개인 비둘기 집에 비둘기 10마리가 날아들었다고 가정할 때 적어도 한 칸에는 두 마리 이상의 비둘기가 들어간다는 확률 이론이다.
“따라서 13명의 사람이 있으면 생일 달이 같은 사람은 반드시 2명 이상 존재하는 거예요. 진 아나운서가 정말 쉽게 맞혔으니, 이번엔 좀 어
려운 문제를 내 볼게요. 서울에는 머리카락 수가 같은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요?”
박형주 교수는 사람의 머리카락 수는 약 15만 개이고, 서울 시민은 1000만 명 정도라면 역시 비둘기 집의 원리를 적용해 머리카락 수가 같은 사람도 반드시 두 명 이상 있다고 설명했다. 설명을 듣던 진 아나운서는 기쁜 얼굴로 말했다.
“저는 수학과를 나왔는데 가끔 ‘수학과 나오면 뭐 해? 덧셈뺄셈만 잘 하면 되지’ 이런 말을 들어요. 그럴 때 할 말이 없었는데, 이젠 수학이 복잡한 현상도 단순명쾌하게 답할 수 있게 돕는다고 말해 줘야겠어요.”
난 셜록 홈즈형일까? CSI형일까?
“아나운서는 말로 다른 사람을 설득해야 할 때가 많아요. 그런데 수학적 사고를 사용해 설명하면 설득에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진 아나운서는 셜록 홈즈형 사람인 것 같군요.”
셜록 홈즈란 코난 도일의 추리 소설에 등장하는 유명한 탐정이다. 그는 사건의 단서를 하나씩 논리적으로 추리해 사건을 해결한다.
“연역법은 큰 원칙이 있으면 그 원리로부터 결론을 도출해요. 귀납법은 하나하나 관찰해서 그 사실들로부터 원칙을 끄집어 내고요. 보통 연역법은 수학이나 물리학에서, 귀납법은 생물학이나 실험에서 사용합니다.”
즉 셜록 홈즈는 귀납법을 사용해 사건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관찰하고 논리적인 과정을 통해 사건을 해결한다는 말이다.
“수학적 사고 과정을 통해 자기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사람을 셜록 홈즈형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요.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사(MS)의 창업자인 빌게이츠나 최고경영자인 스티브발머가 있지요. 그들은 하버드대 수학과 출신이지만, 수학 지식보다는 논리적 사고를 활용해 MS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 냈습니다. 한편, CSI형 사람도 있습니다. CSI형 사람들은 논리적 추론뿐만 아니라 수학 지식을 직접 활용해 수사를 합니다.”
박 교수는 CSI형 사람으로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을 꼽았다.
“‘나이팅게일’ 하면 주로 간호사만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그녀는 통계학을 활용해 공중보건을 창시했어요. 이처럼 수학적 틀만 갖고 있으면 경영학, 인문학, 공학 등 어떤 영역에서든 그 분야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습니다. 꼭 수학자가 아니더라도 여러분이 수학과 친해져서 자기 분야의 선구자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제1강, Talk Talk!
진양혜 아나운서
방송이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수학에서 배운 ‘논리적 사고의 힘’을 실감하며 살고 있어요. 실제 생활에서 수학 지식을 직접 활용하진 않지만 결단을 내릴 때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훈련의 덕을 보고 있지요. 아직 수학의 매력을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전 지난 달 열린 ‘2012 국제수학교육대회(ICME-12)’의 홍보대사도 맡았는데, 앞으로도 앞장서서 수학의 매력을 알리고 싶어요.
돌발질문
Q 교수님! 수학자가 과학자보다 좋은 점이 있나요?
A 실험을 하는 학문은 실험실에 얽매여 살아야 하지만, 수학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어요. 따라서 자기 시간을 마음껏 누릴 수 있지요.
또한 최근 수학의 난제는 여러 사람이 함께 고민해야 풀립니다. 따라서 워크숍이나 세미나가 많지요. 실제로 저도 지난 1년 중 3개월을 출장으로 보냈습니다. 여행을 좋아한다면 수학자가 되세요.
2강 축구 안에 수학 있다!
2강은 호곡중학교에서 열렸다. 굵은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강석진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와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이 학생들과의 만남을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왔다. 호곡중 학생 200여 명이 강당을 꽉 채웠고, 강석진 교수의 이야기로 토크콘서트가 시작됐다.
“한 위원님과 만났으니 축구 얘기를 해 볼까요? 경기 중 공격수가 노마크 상태로 슛을 하면, 골키퍼가 막 앞으로 나올 때가 있는데, 왜 그런지 아세요?”
강 교수는 닮음의 원리로 설명했다. 닮음비가 두 배 늘어나면 넓이는 네 배 늘어나는 것처럼, 골키퍼가 앞으로 나와 선수와의 거리가 1/2로 줄어들면 슛을 막을 넓이는 1/4로 줄어들기 때문에 골키퍼가 앞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한 위원도 승부차기의 예를 들었다.
“승부차기 할 때 원래 골키퍼는 골라인을 떠나면 안 돼요. 그런데 골키퍼들이 선수들에게 심리적인 잔상을 남기기 위해 앞으로 쑥 나왔다가 들어가곤 합니다. 선수가 공을 차기 전 앞으로 나온 골키퍼를 보면, 공을 찰 넓이가 줄어든 것처럼 보입니다. 골키퍼가 안쪽으로 들어가더라도 왠지 공을 찰 구석이 줄어든 것 같은 심리적 효과가 있지요.”
사실 두 사람은 서울대 선후배 사이로, 7년 전 서울대 축구대회에서 만난 인연을 갖고 있다. 그 특별한 인연 덕분에 더욱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강연이 이어졌다.
“수학을 전공하면 어떤 사람이 될까요? 사실 수학자처럼 흥미진진하고 가슴 뿌듯하고 박진감 넘치는 직업이 없습니다. 물론 여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학생들도 많겠지요.”
강 교수는 우주인 후보였던 고산 씨의 예를 들었다. 고산 씨는 강 교수의 제자로, 공부뿐만 아니라 축구도 잘했다고 한다. 어느 날에는 권투 신인 선수권 대회에 나가더니 다음 번에는 히말라야를 등정하고, 이어 우주인 후보에 지원할 정도로 열정적인 학생이었다고 전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수학과를 나오면 뭐든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강석진 교수의 열정적인 강연 후에는 어떻게 하면 수학을 잘할 수 있는지 학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우리 과 교수님 중에는 뭘 계산 하든지 계속 틀리는 분이 계십니다. 그걸 보면 계산 능력이 꼭 필요한 건 아닌 것 같아요. 엄밀한 사고나 창의력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열정입니다.
만화 <;슬램덩크>;의 주인공 강백호는 엉터리인데도 “난 천재니까”란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하지만 타고난 뻔뻔함과 열정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농구 천재 서태웅도 인정하는 훌륭한 농구 선수가 됐잖아요? 누구나 애정을 갖고 열정적으로 노력한다면 무엇이든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모두 꼭 꿈을 이루길 바랍니다.”
제2강, Talk Talk!
‘축구공 위의 수학자’로 잘 알려진 강석진 교수와 한준희 축구해설위원의 만남으로 이뤄진 특별한 수학 토크콘서트는 호곡중 학생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마무리됐다. 수학 토크콘서트 2강을 들은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강연 후 학생들과 한준희 위원의 톡톡 튀는 강연 소감을 들어 봤다.
박가희 경기 호곡중 2
수학은 매일 꾸준히 해야 잘하잖아요. 그런데 교수님처럼 수학을 오래 하신 분도 수학을 매일 공부하는 게 힘들고, 슬럼프도 겪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으시다고 말씀해 주셔서 공감이 됐어요. 내가 힘든 건 당연하구나 생각하니 위로도 됐고요.
오늘 강의를 통해 나도 교수님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수학을 알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됐어요.
유정곤 경기 호곡중 2
서울대학교 교수님과 유명한 축구 해설위원님 두분 모두 만나기 어려운 분들이잖아요. 그런데 토크콘서트 형식의 강의라니 정말 설레고 신기했어요. 조금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책으로 볼 때와 달리 두 분의 이야기를 통해 들으니 이해가 훨씬 잘 된 것 같아요. 참, 한준희 위원님은 TV에서 볼 때보다 훨씬 멋지시네요.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 아주대 스포츠레저학부 겸임교수)
강석진 교수님과 함께 한 이번 수학 콘서트에서 ‘오일러’라는 이름과 실로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축구공’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정오각형 12개, 정육각형 20개로 이뤄진 검고 하얀 축구공이 다름 아닌 ‘오일러의 정리’를 따르는 녀석이었다니! 명색이 축구해설가인 제가 지금까지 이를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네요.
이로써 요즈음 출시되는 첨단 축구공들이 ‘완벽한 구형’을 지향한다는 말의 의미도 분명해졌습니다. 옛 시절의 저 유명했던 공이 구형이 아니라 사실은 다면체였으니까요.
수학이 이렇게 축구의 가장 근본적인 곳에 존재하고 있다니, 세상 만물이 수학을 빼고 이뤄질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