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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으로 더욱 화려하게! 분수 디자이너 류경민


 
한여름 땡볕 더위를 잊기 위해 사람들은 보기만 해도 시원한 분수를 찾는다. 최근에는 단순히 물을 뿜어내는 것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선율이 있는 분수 음악회나 빛을 이용한 화려한 분수 영상쇼 등 하나의 공연 예술로 분수가 주목받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기능이 있는 분수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수학과 과학은 물론 음악, 미술이 융합된 종합 사고 과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여수박람회 대표 볼거리인 ‘빅오 쇼(해양분수쇼)’는 물론, 국내의 다양한 분수를 설계한 류경민 디자이너를 만나 보았다.

분수는 수학이다


얼마 전 개막한 여수박람회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공연은 매일 밤 9시 30분에 시작되는 ‘빅오 쇼’다. 분수 공연을 보기 위해 줄을 서고,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 신경전을 벌일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해상분수에서 최대 70m 높이로 물이 솟구치며 만들어 내는 웅장한 물기둥에 각양각색의 빛이 어우러지는 모습은 그야말로 화려한 볼거리다. 여기에 물을 스크린 삼아 나타나는 3차원 영상은 이것이 과연 물이 맞는지 눈을 의심하게 할 정도다.

대체 어떻게 이런 공연이 가능 걸까?
“수학공식 덕분이죠. 이런 분수를 만들려면 펌프가 물을 뿜어 올리고, 배관이 원하는 위치까지 물을 실어 나르고, 노즐(물이 나가는 분출구)이 원하는 모양으로 물이 나가도록 해야 돼요. 그런데 이 모든 게 가능하려면 수리적 계산이 필요하답니다.

예를 들어 노즐에서 물줄기가 지름 10mm로 높이 10m까지 올라가게 해야 원하는 연출이 가능하다면, 펌프에서 노즐까지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부터 따져 봐야 합니다. 또 길은 직선으로만 이루어져 있는지, 아니라면 몇 번이나 꺾이는지, 꺾일 때마다 힘은 얼마나 잃는지 등 수학공식을 이용해 계산해야 알맞은 펌프를 결정할 수 있죠. 만약 이 계산이 잘못되면 물줄기가 나오지 않거나 마구 솟구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계산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분수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지는 20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아직까지 체계적으로 정리된 이론이 없어, 소방용으로 개발된 수학공식을 상황에 맞게 수정해서 쓰고 있죠. 따라서 수학공부는 필수죠.”

수학적 사고의 결정체, 분수 설계

분수 설계의 과정은 수학 문제를 푸는 과정과 비슷하다. 어떤 분수를 설치할지부터 펌프와 배관, 노즐의 선정과 위치 잡기, 분수 연출법의 결정은 논리적인 사고와 철저한 계산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음악분수 제작 과정

1 분수 종류 선택

분수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음악분수, 레이저 쇼가 가능한 분수, 바닥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는 분수, 벽을 타고 물이 흘러내리는 분수 등 다양하다. 따라서 주변 환경을 고려해 알맞은 분수를 선택한다.
예를 들면 주변에 어떤 시설이 있는지, 소음이 발생하면 안 되는지, 물을 충분히 끌어올 수 있는지, 분수를 돌릴 전기를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지 등 모든 조건을 고려해서 분수의 종류와 연출 방법을 결정한다.
 

2 세부 사항 결정

도서관 근처 공원에 음악분수를 설치한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음악의 소리가 도서관까지 들리지 않도록 소리의 크기를 계산한다. 분수를 가동하는 시간은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이는 시간대나 도서관에 피해를 주지 않는 시간대를 바탕으로 정한다.
음악은 공원에 많이 오는 사람의 취향을 고려해 선정한다. 대개 설문조사로결정을 하는데, 낮에 어르신들이 모여 자주 담소를 나눈다면 트로트나 민요를 튼다. 도서관 마감 시간에는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들을 위해 클래식을 틀어 준다.
 

3 설계도 작성

1, 2단계에서 결정된 상황을 바탕으로 ‘오토 캐드’라는 설계 프로그램을 이용해 설계도를 만든다. 분수는 연출 방법에 따라 안개분수, 워터스크린, 폭죽분수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설계도에는 어떤 연출 방법을 사용할 것인지도 구체적으로 나타낸다. 분수의 연출 방법이 결정되면 펌프와 배관, 노즐의 종류, 물의 양, 물 높이 등을 수학공식을 이용해 구한 뒤 설계도에 표시한다. 최소의 전기량으로 분수를 연출할 수 있도록 펌프와 배관, 노즐의 위치를 계산해 배치한다.
 

4 분수 설치

설계도가 완성되면 실제로 분수를 설치한다. 만약 새로 개발된 분수라면 분수가 제대로 돌아가는지 컴퓨터로 시뮬레이션을 한 다음 실제로 분수를 설치한다. 설치하는 과정에서 여러 번의 테스트를 거친다.
 






 
분수는 수학, 과학, 예술이 융합된 종합 학문

화려한 영상미와 음악이 있는 분수를 설계하려면 대학에서 어떤 공부를 해야 할까?
“아직까지 분수 설계에 대해 가르치는 학교는 없기 때문에 생태와 시설물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조경학과를 졸업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분수도 하나의 시설물이거든요. 저도 조경을 공부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분수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회사에 입사하면서 본격적으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분수 설계에 대해 배울 수 있는 학교가 없다는 말에 놀랐다. 얼핏 생각해 봐도 분수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공부가 필요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능력을 갖춰야 할까?
“분수를 설계하는 과정에는 수학뿐만 아니라 과학적 지식과 음악적 재능, 미적 감각이 필요해요. 먼저 분수를 디자인하고 도면을 그려야 하기 때문에 미적 감각은 반드시 필요하죠. 특히 조명을 이용한 화려한 볼거리를 연출하려면 색에 대한 감각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조명은 미적 감각만을 따져서 결정할 수가 없어요. 전기 용량에 맞게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따라서 전기에 대한 지식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물론 전기 설계를 담당하시는 분이 따로 있지만, 기본적인 정보를 알고 설계를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어요. 음악도 마찬가지예요. 공연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디자이너가 음악에 대해 알아야 그에 맞는 연출을 할 수 있습니다.”

분수 설계는 수학, 과학, 음악, 미술이 융합된 하나의 종합 학문인 셈이다. 그렇다면 분수 설계에 대한 전망은 어떨까?
“여수 엑스포를 계기로 사람들의 분수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뀔 것 같아요. 하나의 시설물인 줄 알았던 분수가 공연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체험했을 테니까요. 따라서 앞으로는 이런 분수 공연이 활발해질 것 같아요. 저도 상당히 바빠지겠죠?”

사실 분수는 꼭 있어야 하는 시설물은 아니다. 없다고 해서 불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더운 여름 시원한 물줄기로, 삭막한 공간에 화려한 볼거리로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하나의 공연 예술임에 틀림없다. 앞으로 분수가 더욱 화려하게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2012년 07월 수학동아 정보

  • 조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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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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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 여수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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