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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 100주년, 수학으로 다시 보는 타이타닉


1912년 4월 10일, 영국 잉글랜드의 남해안을 떠나 뉴욕으로 향하는 배 한 척이 출항했다. 이 배는 당시 최고의 과학기술을 자랑하던 선박회사가 만들어 낸 ‘타이타닉 호’라는 초호화 여객선이다. 타이타닉 호는 남다른 규모와 품격, 화려함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타이타닉 호는 출항한 지 나흘 만에 빙산 충돌사고로 대서양 깊은 바닷속으로 영원히 잠들고 말았다.

영화 ‘타이타닉’은 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과학기술의 결정체였던 선박이 비운의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뭘까?
 
 

왜 빙산을 피하지 못한 걸까?

출항 5분 전, 항구 앞 작은 식당에서는 확률게임이 한창이다. 카드에 운명을 건 젊은이들의 목적은 타이타닉 호의 3등석 티켓을 손에 쥐는 것! 마지막 카드와 함께 운명의 주사위는 던져지고, 행운의 여신은 가난한 노동자였던 잭 도슨의 손을 들어 준다. 3등석이 뭐 대수랴, 행운을 차지한 두 젊은이는 새로운 꿈을 꾸며 타이타닉 호에 오른다.

모든 게 완벽해 보이던 타이타닉 호는, 사실 출항할 때부터 사고 원인을 안고 있었다. 스미스 선장은 군더더기 없는 배를 선보이기 위해 *탐조등과 높은 전망대를 과감히 포기했다. 구명보트도 갑판을 가득 메워 배의 아름다움을 해칠까 봐 절반만 실었다. 또한 북대서양 해상에 빙하가 떠다니고 있다는 경고를 받고도, 빠른 시간 내에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당시 최고의 몸값을 받던 예순이 넘은 스미스 선장이 4월에 북대서양으로 빙하가 떠내려 온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심지어 다른 선박들로부터 빙산에 대한 경고를 다섯 차례나 받은 상태였다. 그래도 그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최대한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려는 욕심 때문이었다.

지나친 욕심은 결국 화를 불렀다. 눈앞에 커다란 빙산이 나타난 것이다. 빙산을 발견하자마자 선원들은 급히 배의 방향을 바꾸려고 했다. 먼저 뱃머리는 왼쪽으로 틀어 빙산을 피하고, 빙산을 다 지나면 배의 꼬리 부분은 오른쪽으로 돌려 빙산을 빠져 나올 계획이었다. 배는 항해 중 방해 요소를 만나면, 일반적으로 배를 오른쪽으로 돌려 피한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는 배의 속도가 워낙 빨랐고, 빙산과의 거리가 가까워 배의 방향을 쉽게 바꿀 수 없었다.

*탐조등 : 배에 다는 매우 밝은 전등. 빛을 집중시키기 위한 반사경이 설치 돼 있다. 멀리 떨어진 물체를 탐색하거나 표시등으로도 사용된다.

사실 배는 원을 그리며 *선회하기 때문에 적절한 거리 확보가 필수다. 배가 그리는 원의 크기에 따라 선회 능력이 결정된다. 원의 크기가 작을수록 배는 쉽게 선회할 수 있고, 원의 크기가 클수록 선회 능력은 떨어진다. 이 원의 크기는 배의 규모가 커질수록 더 커지는데, 거대한 배들은 보통 배 길이의 세 배에 이르는 지름(선회경)이 필요하다.
 
 
 


배는 *타를 이용해 방향을 바꾼다. 배를 돌리고자 하는 방향으로 타를 꺾으면 경로가 바뀐다. 그러나 배의 방향은 자동차처럼 순식간에 바꿀 수 없다. 왼쪽 그림과 같이 배를 돌리려면 배의 위치를 90˚회전하기까지 전진거리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타이타닉 호의 길이는 269m로, 약 807m 지름이 필요했다. 게다가 타이타닉 호 정도의 배는 90˚회전하기 위해 200~300초의 시간이 필요하다. 사고 당시 시속 42.5km(≒초속 12m≒23노트)로 달리고 있던 타이타닉 호는, 적어도 빙산과 2.4km(초속 12m×200초)는 떨어져 있어야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타이타닉 호는 빙산을 겨우 280m 앞에서 발견했고, 결국 26초 만에 빙산과 충돌하고 말았다.

*선회 : 배가 곡선을 그리듯 운행 방향을 바꾸는 것.
*타 : 배의 방향을 조종하는 장치

 


배는 어떻게 중심을 잡지?

우당탕! 배의 모든 곳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고가 일어난지 10분, 벌써 4m나 물이 차올랐다. 빙산과의 충돌로 배옆면이 90m 가량 찢어졌기 때문이다.

승객들은 차오르는 물을 피해 갑판으로 모여들었다. 배는 점점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고, 중심을 잃은 사람들은 바닷속으로 미끄러졌다. 배도 중심을 잃은 듯 보였다.

이렇게 커다란 배는 평소에 어떻게 중심을 유지하는 걸까? 지구상에 있는 모든 물체는 지구가 잡아당기는 힘인 중력의 영향을 받는다. 그럼에도 배가 물 위에 뜨는 이유는 배를 물 위로 들어 올리는 힘인 부력 덕분이다. 지구에서 배를 잡아당기는 중력과, 물 위로 띄우는 부력의 크기가 같으면 두 힘이 평형을 이루면서 물에 빠지지 않는다.

여객선의 경우 빈 배의 상태로 물에 띄워 놓으면, 배 자체의 무게에 작용하는 중력과 부력이 평형을 이룬다. 그런데 여기 승객과 화물이 하나둘씩 탑승하게 되면, 배의 무게가 점점 증가한다. ‘(중력)=(부력)’이라는 평형방정식이 깨지는 셈이다. 하지만 곧 배의 무게(중력)가 증가한 만큼 배가 잠기는 부분(부력)이 많아져, 배는 새로운 평형상태를 되찾는다. 그렇다면 타이타닉 호는 왜 중심을 잃은 걸까?

배의 중심은 무게중심과 부심(부력의 중심)으로 결정된다. 배의 무게중심은 항해가 시작되면 파도에 의해 좌우로 흔들려도 그 위치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부력은 배가 물에 잠긴 부분의 부피에 비례하기 때문에 힘의 크기가 변하고, 부심의 위치도 변한다. 달라진 부심의 위치는 배의 균형을 되찾는 힘을 발생시킨다. 이 때문에 배는 기울임의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중심을 잃지 않고 계속 항해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타이타닉 호는 뱃머리부터 물이 차오르면서 무게중심과 부심이 한꺼번에 흐트러졌다. 타이타닉 호는 점점 한쪽 끝이 하늘로 솟아 올랐고, 그 부분에 중력이 과하게 작용해 결국 두 조각이 난 채로 침몰하고 말았다.

많은 이들의 관심과 기대 속에 출항한 ‘꿈의 배’ 타이타닉 호는 이렇게 인간의 지나친 욕심으로 꿈의 배 대신 ‘비운의 여객선’으로 역사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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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4월 수학동아 정보

  • 염지현 기자
  • 도움

    유병용 공학박사
  •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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