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와 성경, 1년과 하루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12란 숫자야. 그리스 신화의 신과 성경 속 예수의 제자는 각각 12명이고, 1년은 12달, 하루 24시간 역시 오전과 오후로 12시간씩 나눠지지. 뿐만 아니라 피아노 건반은 한 옥타브가 12개의 반음으로 이루어지고, 12개로 구성된 십이지도 있어. 여러 분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12. 12에 무슨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건 아닐까?
제1코스 2011년의 간지, 어떻게 구할까?
기미년 삼일운동 1919년, 임진왜란 1592년, 을사조약 1905년…. 역사 시간에 각 사건들의 연도를 어렵게 외웠건만 쓸 데가 없어서 허탈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바로 이 연도가 올해의 간지를 알아 내는 힌트를 준다.
기미, 임진, 을사가 바로 간지로, 간지는 고대부터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던 주기의 이름이다.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의‘십간’과,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의 ‘십이지’가 어우러져서 총60가지의 간지가 나오는데, 이는 10과 12의 최소공배수가 60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나의 간지는 60년마다 다시 등장한다.
그런데, 간지 중 십간은 10년을 주기로 하기 때문에 아래 표와 같이 각 해의 일의 자리의 수를 알면 해당하는 십간을 쉽게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을사조약이 1905년 을사년에 체결됐다는 점을 알고 있으면, 을미사변 역시 같은 십간인 ‘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을미사변이 일어난 해의 일의 자리의 수가 5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실제로 을미사변은 1895년 을미년에 일어난 사건이다.
간지 중 십이지는 12년을 주기로 반복되므로, 특정 해의 간지를 알면 얼마든지 다른 해의 간지도 알아낼 수 있다. 간지를 이미 알고 있는 특정 해와, 간지를 알고자 하는 해의 연도 차이를 12로 나눈 나머지에 따라 십이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알고자 하는 해 - 십이지를 이미 알고 있는 특정 해) = 12 ×(몫) +(나머지)
예를 들어 2011년의 간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우선, 2011년은 일의 자리의 수가 1이므로 십간 중‘신’에 해당한다. 그리고 임진왜란이 1592년 임진년에 일어났다는 점을 이용해 2011년의 십이지도 구할 수 있다. 2011-1592=419=12×34+11이므로, 2011년의 십이지가‘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2011년의 간지는‘신묘년’이다. 같은 방식으로 2012년 간지도 계산해 보자.
제 2 코스 소인국 왕은 왜 걸리버에게 1728인분 식량을 줬을까?
‘걸리버 여행기’는 주인공 걸리버가 대인국과 소인국 등을 넘나들며 기이한 사건을 겪는 내용을 다룬 소설이다. 그런데 걸리버 여행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소인국에 도착한 걸리버에게 왕이 소인 1728명 분의 하루 식량을 제안한 것이다. 소인국의 왕은 어떤 근거로 1728이라는 숫자를 생각해 냈을까?
걸리버 여행기는 영국의 작가 조나단 스위프트가 1726년에 발표한 소설이다. 주인공 걸리버는 소인국,대인국, 하늘을 나는 섬 라퓨타, 말의 나라 등에서 이상한 사건을 겪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소인국과 대인국의 이야기만 각색해 소개되고 있지만, 원작 소설에는 흥미로운 상상과 당시 영국 사회에 대한 신랄한 풍자가 담겨 있어 사실 성인 독자에게 더욱 볼거리가 많은 소설이다.
우선, 걸리버는 소인국 사람과 몸의 형태가 비슷하다. 그래서 소인국의 수학자들은 각도기를 사용해 걸리버의 키가 소인국 사람의 12배 정도 되는 것을 알아 낸다. 그리고 닮음비를 이용하면 걸리버의 부피를 구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작가는 걸리버 몸의 부피가 소인국 사람 1728명의 몸을 합한 것과 같기 때문에 식량도 1728명 분량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다시 의문이 생긴다.
작가는 왜 소인국과 걸리버의 키의 비로 10이라는 계산하기 쉬운 숫자 대신 복잡한 12를 사용했을까?그건 당시 영국이 12진법과 관련이 있는 도량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미터법이 국제사회의 표준이 된 이후 지금까지도 영국은 기존에 쓰던 도량형을 함께 쓰고 있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피트, 인치라는 길이의 단위이다.
1피트는 12인치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작가는 걸리버를 건장한 성인 남자의 키에 해당하는 6피트(약 180cm)로 놓고, 소인의 키를 같은 숫자인 6인치(약 15cm)로 설정하려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걸리버와 소인의 키의 비가 12:1이 된 것이다.
제3코스 축구공에는 OOO이 언제나 12개?
평소에도 축구를 좋아하지만 월드컵이나 한일전, 박지성 선수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더욱 열광하는 열혈 축구팬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축구 속에도 12가 숨겨져 있다. 바로 화려하고 다양한 디자인으로 저마다 개성을 뽐내고 있는 축구공! 제3코스에서는 축구공에 숨겨진 12를 찾아보자.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새로운 월드컵 공인구‘자블라니’가 발표됐다. 자블라니는 기존의 축구공과 달리 8조각의 가죽을 이어 붙여 완벽한 구형에 가깝게 만든 새로운 축구공이다. 하지만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축구공은 12개의 검은색 정오각형과 20개의 흰색 정육각형으로 이루어졌다. 이건 1970년첫 번째 월드컵 공인구인‘텔스타’에서 시작된 디자인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축구공의 구조는 정이십면체와 관련이 있다. 정이십면체의 모서리를 삼등분한 점을 기준으로 해서, 각 꼭짓점을 잘라내어 만든‘깎은정이십면체’가 바로 축구공의 모양과 같기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축구공에 들어가는‘정오각형의 개수 = 12’는 절대 변할 수가 없다. 만약 정오각형과 정육각형으로 축구공처럼 구 모양과 유사한 입체를 만들려고 한다면, 그 때 사용하는 정오각형의 개수는 항상 12개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이 결과는 수학적으로 아래와 같이 증명할 수 있다.
건축과 화학 구조에도 영향을 미친 12
축구공의 모양은 건축과 화학 구조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유명한 건축가인 리차드 버크민스터 풀러는 건물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으면 안전한가를 연구했고, 특히 지오데식 돔에 관한 많은 업적을남겼다. 지오데식 돔은 내부에 기둥을 받치지 않고 적은 재료로 넓은 공간을 만들어 내는 효율적인 반구형 구조물로, 안정적인 구조와 독특한 외관이 특징이다.
특히 그가 캐나다 몬트리올에 만든 거대한 지오데식 돔‘엑스포67’은 스몰리, 컬, 크로토란 3명의 화학자들의 연구에 영감을 주었다. 이후 이 과학자들은 플러의 돔과 유사한 형태인 탄소 원자 60개가결합된 분자를 발견했고, 자신들이 만든 물질에 풀러의 이름을 따서‘풀러렌’또는‘버키볼’이란 이름을 붙인다. 이 공로로 그들은 1996년에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한다. 20개의 육각형과 12개의 오각형으로 이루어져 있는 대표적인 나노 물질인 풀러렌은 그 발견과 함께 안정성이 뛰어난 신소재로 각광을 받게 되었다. 또한 나노 튜브와 새로운 고분자들의 발견으로 이어지며 나노 기술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
정오각형과 정육각형으로 이루어진 다면체는 반드시 12개의 정오각형을 가져야 한다는 수학적인 원리에서부터 축구와 건축, 그리고 첨단 화학이 시작된 것이다.
제우스, 아테네, 포세이돈…. 그리스 신화 속 올림포스 12신의 이름이야. 이처럼 12는 고대의 신화에서부터 현대의 화학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연관돼 있는 신비의 숫자인 것 같아. 이로써 숫자 12에 관한 짧은 여행도 끝이 났어. 하지만 앞에서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다시 한 번 읽어 보며 12의 의미를 되새겨 봐. 12에 대해 더욱 깊이 이해하며 한 해를 잘 마무리하는 수학동아 친구들이 되길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