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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일기는 나만의 포트폴리오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 실력은 높지만 수학에 대한 호감도는 낮다. 잘하지만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수학의 재미를 모르기 때문에 나오는 현상이다. 수학일기는 수학으로 말하고 표현하면서 수학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좋은 도구다. 수학을 즐기다 보면 실력도 자연스럽게 늘게 된다.


일기는 생활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덧붙여서 하루하루 써가는 개인적인 글이다.자신만의 기록이라 형식이 따로 없다. 그만큼 일기는 다양한 형식으로 쓸 수 있다. 영어로 쓰는 영어일기, 책을 읽고 쓰는 독서일기, 어떤 사물이나 생물을 관찰하고 쓰는 관찰일기 등 다양하다. 생활에서 만나는 모든 것을 일기로 쓸 수 있다면 학생들이 공부 때문에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수학도 일기로 쓸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 수학은 일기로 쓰기 아주 좋은 대상이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고등학생은 수학 공부에 많은 시간을 쓴다. 그만큼 수학에 대한 생각과 고민도많다. 이런 생각과 고민을 마음에 묻어두며 끙끙 앓지 말고, 자유로운 형식의 일기로 기록해보자. 수학이 싫거나 어려운 학생이라면 자신을 돌아보면서 문제의 원인을 찾을 수 있고, 수학이 재미있는 학생은 연구와 탐구의 기록이 될 수 있다. 수학일기는 수학에 관한 내용을 소재로 자신이 겪은 일이나 생각, 느낌을 기록하는 활동이다. 수학에 관한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이다.

수학일기라고 해서 어렵게 생각할 수 있는데, 생활하면서 하루의 일을 기록하거나 인상 깊었거나 느낀 점을 쓰는 생활일기와 비슷하다. 학교나 생활에서 배운 수학 내용과 느낌, 생각을 정리하거나 책이나 체험활동에서 얻은 수학적인 경험을 자신의 생각으로 자유롭게 표현하면 된다. 생활일기가 생활이 중심이라면, 수학일기는 수학을 중심으로 자신의 생활을 연결시켜 쓰는 점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포트폴리오

수학일기는 쓰면 무엇이 좋고 왜 써야 할까? 수학을 공부하는 것과 다른 점은? 요즘 특목고나 대학 입시의 중심 키워드는 입학사정관 제도다. 입학사정관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도전하는 학생의 숨어 있는 능력(잠재력)을 파악해 발전 가능성을 찾아내며, 이 잠재력으로 입학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

학생의 잠재력을 파악할 때 초등학생 때부터 기록한 포트폴리오는 매우 효과적인 자료다. 포트폴리오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노력과 장단점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해서 모아둔 자료를 말한다. 학생에게는 학업과 진학에 관한 자신의 관심과 노력 등을 한데 모은 문서로 볼 수 있다. 자신의 능력을 평가받는 데 활용될 수 있어 진학과 취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여러 포트폴리오 중 하나인 수학일기는 수학에 대한 자신의 능력과 생각을 정확히 담는 포트폴리오인셈이다. 수학은 입시뿐 아니라 생활에서 생각의 깊이를 키우고 다양한 해결 방법을 찾는 아이디어를 얻는 데도 큰 도움을 준다. 이런 관점에서 수학일기는 숨어 있는 자신의 능력을 재발견하도록 돕는 좋은 도구다.

수학을 비롯한 모든 공부에서 시작은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냐를 아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무엇을 잘하고 못하느냐를 아는 것이다. 학교 시험이나 문제집 풀이, 또는 자신이 잘못 안 수학 지식이나 내용을 일기에 기록하면 자신의 수학 학습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일기를쓰면서 수학 공부도 복습할 뿐 아니라, 자꾸 반복되는 실수와 잘못 이해한 부분을 스스로 찾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수학일기가 수학 오답 노트가 되는 셈이다.

또 자신이 수학에 대해 갖는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해 수학에 대한 부담감과 불안감을 극복할 수 있는기회를 만들 수 있다. 잘 풀리지 않아 화가 났거나 실망한 내용과 앞으로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는지를 쓰면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수학일기가 수학다짐 공책이 되는 셈이다.

최근 수학 교육에서는 창의성, 추론, 의사소통 능력이 강조되고 있다. 이런 능력을 높이는 수학활동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수학 문제를 다양한 방법으로 풀어 보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 수학 수업에서는다양한 방법보다 최적화된 방법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방법으로 푸는 기회가 따로 있어야 한다는 것. 이럴 때 수학일기가 해법이 될 수 있다. 즉 수학일기를 쓰면서 자신만의 풀이 방법을 만들고 정리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다른 사람과 풀이 방법을 공유하면 다양한 생각과 문제해결 전략을 경험할 수 있다. 여러명의 생각과 전략을 비교하고 평가하면서 발전할 수 있는 것. 다른 풀이 방법을보면서 자신의 방법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며 관련 내용을 더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다. 더 좋은 생각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다.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포트폴리오



주제를 정하고, 생각을 꺼낸다

이처럼 수학일기는 자신의 수학적 경험으로 얻은 깨달음과 인상을 기록하며, 경험을 더 강하게 기억시킨다. 그런데 이렇게 해도 수학일기를 쓰려면 막상 무엇부터 어떻게 써야 할지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수학일기를 쓸 때는 먼저‘무엇을 쓸지’와‘어떻게 쓸지’를 나눠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을 쓸 것인가는‘주제 정하기’다. 초등학생보다 중학생이 쓸 수 있는 주제가 더 많다. 중학교 때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 용어가 더 새롭고 낯선 용어가 많은데다, 다양한 방법으로 수학을 공부할 기회가 더 많아서다. 글은 처음 시작할 때 많이 머뭇거리다가도 막상 쓰기 시작하면 빠르게 쓸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즉 주제만 잘 정하면 글쓰기가 쉽다는 말이다. 수학일기에 좋은 주제는 분명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어야하며, 새롭고 독창적이고, 가치 있고 유용해야 하며, 자기 경험에서 얻은 것이라는 특징이 있다. 각 특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으로 결합돼 있어야 한다.

수학일기는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쓸지에서는 생각을 먼저 꺼내는 게 중요하다. 생각은 자신의 경험, 주변 사물의 관찰, 상상으로 얻은 수학 지식과 내용을 토대로 일기를 쓰면 자연스럽게 나온다. 생각을 꺼낸 다음에는 생각을 기준에 따라 묶어 분류한 뒤 정리한다. 생각을 묶을 때는 생각그물(마인드맵)과 같은 여러 가지 방법을 이용한다.‘거울 → 반사 → 반사각 → 각 → 각도’처럼 거울이라는 소재에서 시작해 각도라는 수학적 개념으로 연결해갈 수 있다. 이와 같이 여러 가지생각을 관련 있는 것 끼리 묶는 다발 짓기 방법도 유용하다. 또 시간순서나 연관성, 비교, 인과관계에 맞춰 일기의 전체 흐름을 구성하면 일기가 짜임새 있게 만들어진다.

시작은 쉽고 간단하게 하는 것이 좋다. 주제가 잘 잡히지 않는다면 우선 소재로 시작해서 관련 내용을 풀다 보면 본문에서 주제가 드러날 수 있다. 즉 본문 뒷부분에 핵심을 담는 식으로 구성하면 된다.일기의 마지막은 자신이 느끼고 생각한 것을 적으면서 각오나 다짐으로 간단하고 명확하게 마무리하면 좋다. 일기에 생각이나 느낌은 빠지고 사실적인 내용만 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창의적인 글쓰기를 하려면 자신의 생각을 담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펼치는 것이 좋다.


수학일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

사실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쓰는 일기는 기억을 더듬어 써 자신이 중심이 된다. 그런데 수학일기는 수학이 너무 중요하게 언급되면서 자신이 빠진 경우가 종종 나타난다. 그러다 보면 수학일기가 수학 참고서 같이 돼버린다. 수학일기도 진정한 중심은 자신이다. 예를 들어 선생님의 질문에 대해 나름의 대답을 담거나, 다른 친구의 발표나 대답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써보는 것이 좋다. 구체적으로 중학교 수업에서 이원일차 연립방정식을 배울 때 선생님이 가감법으로 풀었다면 자신은 수학일기에서 대입법으로 풀고 어느 방법이 더 좋은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다.

꼭 수학 수업에서 경험한 것만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도 쓸 수 있다. 수학에 관련된 책을 읽고 책의 내용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한다. 예로‘맨홀 뚜껑은 왜 원일까?’‘바코드에 있는 숫자는 어떤 의미이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관한 책을 읽었다면 자신만의 맨홀 뚜껑을 만들어 본다든지, 바코드보다 더 복잡해 보이는‘QR코드’가 왜 나왔을지 생각해보고 기록한다면 수학적 지식도 쌓고 자신의 생각도 정리할 수 있다.

수학일기에 아주 새롭고 어려웠던 것만을 쓸 필요는 없다. 일상 생활이나 사소한 일, 갑자기 든 생각에서 시작할 수 있다. 수학과 연결시키는 생각의 과정을 거치면서 재미있는 일기가 만들어진다. 아무리 위대한 수학적인 원리라 해도 모르고 지나치면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사소한 것이라도 큰 의미를 발견하고 생각을 이어갈 수 있다면 그 가치는 매우 커질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자신이 새롭게 알고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이 알던 지식과 비교하면서 기존의 지식이나 생각을 바꾸면 생각의 힘이 커진다.

일기는 자신과의 비밀스런 대화이다. 남에게는 말하지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해 쓰는 것이므로 자신이 창피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담을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수학일기에 자신의 수학 실력에 대해 어떠한 가감도 없이 정확하게 써야 한다. 그래야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생활이 녹아 있어야 - 수학일기 사례 
 

새로운 아이디어와 생활이 녹아 있어야 - 수학일기 사례



생각을 깊고 넓게 하라

수학일기를 잘 쓰려면 생각을 깊고 넓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생각을 깊고 넓게 할수록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 다양한 방법을 떠올려 그중에서 가장 좋은 방법을 잘 찾아낸다. 또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요즘 학생들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알려져있다. 생각을 깊고 넓게 하려면 다른 사람의 생각을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말과 생각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고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면 다양하게 접근해 생각할 수 있는 능력도 생긴다.

그런데 요즘 학생은‘자신의 생각이 가장 낫다’거나‘다른 사람의 생각이 틀렸다’라고 너무 쉽게 단정한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지 않으려고 한다.그렇게 되면 자신의 생각에만 갇혀 다양하고 깊은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된다. 최근 대학수학능력시험이나 경시대회에 다른 사람의 풀이를 제시하면서, 풀이과정을 완성하거나 어떻게 풀었는지를 묻는 문제가 출제되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사고력과 지구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한 가지에 오랫동안 몰입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여기엔 긴 내용의 글을 읽는 독서가 최적이다. 이런 점에서 독서는 수학일기의 소재를 제공할 뿐 아니라 생각하는 힘을 길러 준다. 양을 풍부히 하면서 질도 높여주는 셈이다.

또 유네스코 수학체험전 같은 행사에서 수학을 직접 체험하면서 수학의 다양한 특성을 경험하는 것도많은 도움이 된다. 체험하는 수학은 책으로 보는 수학과 다른 경험을 제공해, 수학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실제 수업에서 학생이 수학을 체험하면서 수학적 원리를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수학체험교실도 있다. 앞으로 이런 기회가 많아질 예정이므로 관심을 갖고 참가하면 수학일기를 쓰는 데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수학일기는 수학의 목적 중 하나인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정리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서 수학적인 특징을 잘 찾도록 돕는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고,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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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8월 수학동아 정보

  • 이정 교사
  • 진행

    박응서 기자
  • 김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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