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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하면 달리기 종목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여기에 재석, 명수, 길이 도전한다. 훈련에 앞서 재석이‘유느님’답게 어마어마한 트레이너를 섭외했다고 하는데…. 달리기 트랙으로 무비무비~!


100m 달리기 8초대 가능할까?

안녕하세요. 볼트입니다. 오늘 여러분의 트레이너가 돼 드릴게요. 자~,훈련의 성과를 높이려면 목표가 있어야겠죠. 각자 100m를 몇 초에 달리고 싶은지 말씀해 보세요. 참고로 100m 달리기 세계기록은 9초 58이랍니다. 제 입으로 말하기 쑥스럽지만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제가 세운 기록이지요. 이 속도로 계속 달린다면 1시간에 37.58km를 갈 수 있어요. 100m 달리기 한국기록은 10초 23으로 알고 있어요. 재석 씨, 100m 달리기 기록표를 좀 소개해주세요.
 

100m 달리기 기록표


한국 여자 초등학생 기록이 12초 64네요. 여러분이세운 목표랑 비교해 보세요. ^^

1896년 제1회 아테네올림픽 때 100m 우승 기록은 12초 0이었어요. 113년 동안 2초 42가 줄어든 셈이죠. 그럼 100m 기록은 얼마까지 내려갈 수 있을까요? 제가 등장하기 전, 일본의 스포츠과학자들은 지금까지 우수한 선수들의 장점을 모아 연구한 결과, 9초 50이 인간의 한계라고 주장했어요. 2008년 12월 미국 스탠퍼드대의 마크 데니 교수는 말과 개, 인간의 달리기 속도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인간의 한계는 9초 48이라고 했어요.

미국의 스포츠 의학전문가인 바실 에이시 박사는 100m를 열 등분해서 10m 구간별로 주요 선수들의 최고 기록을 모은다면 9초 36도 가능하다고 주장했어요. 여기에 바람과 고도, 특수신발 등이 완벽한 조합을 이루면 9초 01도 가능하다고 했죠. 스포츠과학이 더 발전하면 0.02초를 더 줄여 8초 99까지 기록을 줄일 수 있을 거라는 전망도 함께 내놨답니다.
 

100m 달리기 기록 변화^우사인볼트는 39년 동안  0.21초 줄인 세계기록을 2년 만에 0.16초 더 단축했다.


앞으로 제가 출발을 더 빨리 하고 마지막까지 열심히 달린다면 9초 40대까지 가능할 거예요. 이번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 저를 많이 응원해 주세요. 왜 하필 저냐고요? 글쎄요. 저 같은 자메이카 사람이 단거리 달리기를 잘할 수 있는 유전적인 요소가 다른 나라 사람보다 훨씬 많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어요. 100m 결승에서 흑인끼리 메달을 다투게 된 것도 비슷한 이유랍니다.


tip 100m를 8초 70에 달렸다?!

우사인 볼트는 2009년 영국에서 열린 150m 달리기 경기에서 마지막 100m를 8초 70에 달렸다. 100m 거리를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달린 기록이다. 시속 41.38km에 해당한다.


확률을 깨뜨린 기술

단거리 달리기는 흑인들의 무대라는 생각을 깨뜨린 사건이 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중국의 류샹 선수는 110m 남자 허들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허들 경기는 달리는 속도뿐 아니라 허들이라는 장애물을 넘는 기술이 중요하다. 그는 허들을 최대한 낮고 부드럽게 넘는 균형과 리듬감을 자랑했다.


박명수에게 배우는 달리기 완전정복
 

우사인 볼트의 보폭 각은 114˚에 달하고, 보폭은 240cm를 넘는다.


이제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가 보겠어요. 이번 순서의 조교인 명수 씨가 저기 달려오고 있네요. 자세를 한번 보세요. 저렇게 엉거주춤하게 어깨를 많이 흔들면서 뛰면 속도를 내기 힘들어요.

사실 저는 키가 196cm나 돼서 100m 달리기에는 어울리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팔다리가 길면 달릴 때 앞뒤좌우로 흔들리기 쉽거든요. 근육의 힘을 키우고 균형을 잡는 훈련을 계속하면서 단점일 수 있는 긴 다리를 장점으로 바꿨답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100m 달리기에서 우승할 때, 저는 100m를 41.5걸음 만에 뛰었어요. 보폭이 241cm라는 계산이 나오죠. 1초에 4.96걸음을 걸었다는 결과도 있더라고요. 달리기 속도는 보폭과 발을 내딛는 속도에 달려 있어요. 둘 중에서 더 중요한 것은 보폭이에요. 발을 내딛는 속도는 선천적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지만 보폭은 다리 근육을 훈련하면 늘릴 수 있어요. 물론 다리길이가 긴 사람이 유리하겠죠.

보폭을 넓히려면 보폭의 각을 높여야 해요. 보폭 각은 달릴 때 좌우 다리 사이의 각도를 뜻하죠. 쉽게 말해 앞다리의 무릎을 높이 올린다고 생각하면 돼요. 제 경쟁자인 타이슨 게이가 저와 같이 경기를 치른 뒤“옆에서 뛰는 볼트의 무릎이 내 얼굴 높이까지 올라가는 걸 보고 기가 막혔다”고 했던 말이 기억나요.

보폭의 각을 1° 높이면 보폭은 2% 늘어난다고 알려져 있어요. 보폭 각을 5° 높이면 보폭은 10% 늘게 되는 셈이죠. 다만 보폭을 크게 하면 발을 내딛는 속도가 느려지기 마련이어서, 훈련을 거듭해 발을 내딛는 속도도 떨어지지 않게 해야 한답니다. 명수 씨, 총총걸음은 버리시고 무릎을 쭉쭉 올려 보세요. 발을 성큼성큼 내딛으면서 속도를 붙여보세요. 자신도 놀랄 만한 속도가 나올 거예요.

달리는 자세를 배웠으니 출발과 마지막 자세도 가르쳐 드릴게요. 명수 씨, 이번엔 준비 자세를 취해 보세요. 그래요. 명수 씨처럼 사람들은 달릴 때 대부분 일어서서 출발해요. 1896년 제1회 올림픽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100m 달리기를 앞두고 다들 일어서서 출발 준비를 하는데, 미국 선수들은 달랐어요. 두 손을 출발선 바로 뒤에 짚고 엉덩이는 높이 들고 출발을 기다렸죠. 1887년 미국 육상코치 마이클 머피가 개발한‘크라우칭 자세’였던 거죠. 웅크린다는 뜻의 이 자세는 몸무게의 대부분을 두 손과 앞다리에 둘 수 있어 출발 신호와 함께 빠르게 뛰어나갈 수 있었어요. 미국 선수들이 새로운 출발 자세로 좋은 기록을 내자, 크라우칭 자세는 단거리 달리기에서 출발하는 기본자세가 됐답니다.
 

웅크린 자세로 출발하는 '크라우칭 자세'는 제 1회 올림픽에서 선보인 뒤, 모든 선수들이 사용한다.


크라우칭 자세로 출발하려면 땅을 강하게 박차는 과정이 필요해요. 그래서 선수들은 출발을 앞두고 저마다 땅을 파기 바빴어요. 1929년 스타팅 블록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 같은 일이 계속됐죠. 스타팅 블록이 개발된 뒤로는 출발과 동시에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어서 기록이 좋아졌어요. 스타팅 블록을 이용한 출발 자세도 다양하게 개발됐어요.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앞발과 뒷발을 놓는 블록의 위치와 각도가 선수마다 다른 거처럼 말이죠.

최근에는 스타팅 블록이 출발신호 전에 발을 떼는 부정출발을 확인하는 데도 쓰인답니다. 출발신호가났더라도 0.1초 안에 발을 떼면 또 부정출발이에요. 사람은 신호를 듣고 0.1초 안에 반응할 수 없기 때문이죠.

출발 못지않게 마지막 자세도 승부를 가르는 열쇠 중 하나예요. 달리기에서는 머리, 목, 팔, 다리, 손, 발을 제외한 몸통이 결승선을 통과할 때를 기준으로 기록을 측정해요. 어깨나 가슴이 기준인 거죠. 결승선을 앞두고 상체를 앞으로 조금 내미는 것이 유리한 이유입니다.
 

어깨나 가슴이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을 기준으로 기록을 측정하기 때문에 선수들은 마지막에 상체를 앞으로 내민다.


tip 1초에 4걸음 이상 내딛어야

정상급 선수는 100m를 43걸음 전후로 달리고 1초에 4걸음 이상을 내딛는다. 보폭도 230cm 전후다. 여자 선수는 50걸음 내에서 100m를 달리는데, 1초에 4.5걸음을 내딛는다. 보폭은 200cm를 넘는다.


기록 0.01초까지 재지만 0.0005초까지 판독 가능

길 씨가 예능계에 잘 정착하는 데 명수 씨가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죠. 달리기도 마찬가지예요. 달리기 기록에는 본인의 실력만큼이나 중요한 것들이 있어요. 기록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들을 알아 봐요.

첫 번째는 바람입니다. 선수 등 뒤에서 부는 바람은 기록을 단축시키는 역할을 해요. 초속 1m의 바람은 기록을 약 0.07초 줄인다고 하죠.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뒤바람이 초속 2m가 넘는 상태에서 세운 기록은 공인기록으로 인정하지 않아요. 참고기록으로 남길 뿐이죠.

뒤바람과 달리 선수 몸 쪽으로 부는 맞바람은 공기저항을 크게 만들어서 기록을 떨어뜨려요. 굳이 맞바람이 불지 않더라도 빠르게 달리면 공기저항이 생겨요. 저처럼 키 큰 선수는 더 불리하죠.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선수들은 많은 노력을 해요. 공기저항을 가장 쉽게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머리를 깎는 것입니다. 저랑 길 씨가 닮은 게 하나 있어요. 보다시피 머리카락이 거의 없다는 겁니다. 아~, 그렇다고 저를 대머리라고 오해하진 마세요. 곱슬머리라서 그렇지, 깎지 않고 두면 꽤 복슬복슬해지거든요. IAAF는 바람의 영향을 피하기 위해 실내에서 경기하는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를 따로 개최한답니다.

두 번째는 경기장의 고도입니다. 1968년 멕시코올림픽 100m 달리기 결승에서는 9초 95라는 올림픽신기록이 나왔어요. 다른 달리기 종목에서도 신기록이 쏟아져 나왔어요. 올림픽이 열린 멕시코시티가 고도 2240m의 높은 곳에 있기 때문이었답니다. 이곳은 고도가 0m인 곳과 비교하면 기압이 75%에 불과해요. 공기저항이 적다는 뜻이죠. 100m를 10초에 달리는 선수가 2200m가 넘는 고지에서 달리면 기록을 0.106초 줄일 수 있다는 연구도 있어요. IAAF에서는 1000m가 넘는 곳에서 세운 기록에는 기록 앞에 고도(Altitude)를 뜻하는‘A’를 함께 적고 있답니다.

세 번째는 경기장 바닥입니다. 트랙이 깔린 경기장에서는 발이 바닥을 미는 힘이 미끄럼 없이 그대로바닥까지 전해져요. 1968년 멕시코올림픽에서 선보인 우레탄 트랙은 오랫동안 달리기 기록을 줄이는 데 큰 영향을 끼쳤어요. 탄성이 있고 충격을 잘 흡수하기 때문에 중·장거리 경기에도 적합했죠. 대구스타디움에는 단거리 경기에 최적화된 탄성고무 트랙을 깔았다고 해요. 우레탄 트랙보다 딱딱하지만 스파이크가 밀리지 않아 순식간에 속도를 내기에 좋기 때문이죠.

마지막은 계측기입니다. 기록을 정확하게 측정할 뿐 아니라 때로는 순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죠. 1896년 제1회 올림픽대회가 시작된 뒤 100m 달리기 기록은 0.2초 단위로 측정했어요. 그 당시 시계 기술로는 0.2초까지만 측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그러다가 1929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0.1초 단위까지 측정하기 시작했답니다. 이때까지도 사람이 직접 수동시계를 이용해 기록을 측정했어요. 정확성을높이기 위해 세 사람이 각자의 시계로 기록을 쟀어요. 이들 중 두 사람이 측정한 기록이 같으면 그것이 공인기록이 되는 식이었죠. 세 기록이 모두 다르면 중간 기록을 공인기록으로 삼았어요.

1968년 전자계측시대가 열리면서 0.01초까지 측정이 가능해졌어요. 그 뒤 계측기술은 더 발전했지만 기록은 계속 0.01초까지만 측정해요. 다만 순위를 정확하게 가려야 할 때는 사진 판독을 해요. 1초에2000장을 찍을 수 있는 사진기를 쓰기 때문에 0.0005초까지 가릴 수 있지요. 1cm의 작은 차이도 구분해 낼 수 있답니다.
 

사진판독을 하면 1cm의 작은 차이도 구분해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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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8월 수학동아 정보

  • 이재웅 기자
  • 임혜경
  • 도움

    박정기 집행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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