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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과 관찰지도교사의 힘 청주교대 과학 영재교육원

 

동문과 관찰지도교사의 힘 청주교대 과학 영재교육원


박지성을 말할 때 히딩크를 빼놓을 수 없듯, 영재에게는 자신의 능력을 일깨워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박지성처럼 좋은 모델이 돼줄 선배가 가까이 있다는 것도 과학영재에겐 큰 힘이 된다. 청주교대 과학영재교육원은 이 모두를 갖췄다.

영재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 관찰지도교사제

청주교대의 한 실험실에 15명 내외의 학생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그런데 실험을 지도하는 강사를 빼고도 교사가 2명이나 더 있다. 옆 실험실도 마찬가지다. 조교 1명 정도야 있을 수 있지만 교사가 2명이 더 있다니 이상하다. 이들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청주교대 과학영재교육원에는 ‘관찰지도교사’라는 특별한 사람들이 교육에 함께한다. 이들은 매 수업시간마다 학생들의 교육활동을 관찰하고 기록에 남긴다. 컴퓨터에 정리한 기록을 보면 각 학생의 행동 특성에 강점과 약점까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점수로는 드러나지 않았던 능력도 찾아볼 수 있다.

관찰지도교사는 청주교대 대학생 중에서 선발하는데, 매번 높은 경쟁률을 자랑한다. 올해는 총 29명의 교사를 선발해 학생 7~8명에 1명씩 배치했다.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한 학생을 2명의 교사가 번갈아 가며 관찰하는 꼼꼼함도 돋보인다. 이렇게 기록된 자료는 학생들이 상급학교로 진학하거나 유학을 준비할 때 추천서에 활용된다.

대학생으로 이뤄진 관찰지도교사는 학생들에게 큰 형이나 큰 누나와 같은 역할을 한다. 자칫 어려울 수 있는 교수와 학생의 관계를 부드럽게 하고, 수업이나 실험 진행을 함께하기 때문에 교육이 더욱 알차게 진행된다. 다른 곳에서 영재를 가르친 경험이 있는 교수들은 이곳 학생이 유난히 활발하고 적극적이라고 말한다. 윤활유와 같은 관찰지도교사 덕분에 학생들이 수업을 즐기고 마음의 문을 활짝 열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기광(가명) 학생의 관찰지도기록 사례

정의 : 기광이는 실험을 주도적으로 하려는 욕심이 있는 학생이다. 그 욕심이 너무 앞서서 덜렁거리다가 실험기구를 깨뜨리거나 흘려서 실험을 망친 적도 있다.

과정 : 기광이는 답을 찾아갈 때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어서 답을 찾는 속도가 다른 사람에 비해 느린 편이다. 하지만 찾아낸 답은 정답인 경우가 많다. 특히 관찰력이 뛰어나다. 초코파이를 진공용기 안에 넣는 실험에서 대부분 학생은 “빵 부분은 큰 변화가 없지만 마시멜로는 매우 커졌다”고만 적었지만, 기광이는 “단단한 정도가 낮은 마시멜로는 압력이 낮은 곳에서 부피가 커지기 쉽다”고 분석해 냈다. 때로는 눈에 보이는 것뿐 아니라 일부러 조작을 한 뒤 관찰하는 적극성도 보였다.

인지 : 수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교수님이 “러더퍼드는 원자 모형을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처럼 생각했다”고 말하자, 기광이는 “원자핵의 인력 때문에 전자가 핵 쪽으로 붙지 않겠냐”는 질문을 했다. 교수님은 좋은 지적이라며 러더퍼드의 문제점을 해결한 보어의 원자 모형을 이어서 설명했다.

사회 : 수업 외의 대인 관계에서 장난도 많이 치고 재미있는 얘기도 잘해 인기가 많다. 다만 활동 중에는 진지함이 떨어져서 다른 조원과 다툼을 하기도 한다.

끈끈한 동문의 정이 숨 쉰다
 

끈끈한 동문의 정이 숨 쉰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그동안 잘 지내셨죠.” 청주교대 과학영재교육원 여름집중교육 기간에 반가운 목소리가 들린다. 영재교육원을 수료한 선배들이 방학을 맞아 교수와 후배를 찾아온 것이다.

올해로 14년째를 맞은 청주교대 과학영재교육원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훌륭한 전통이 생겼다. 교육을 함께 받은 사람들이 동창회 모임을 정기적으로 갖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주로 여름과 겨울에 열리는 영재교육원의 집중교육 때 모인다. 지난해 여름에는 카이스트에 재학 중인 수료생들이 캠프에 참가해 후배들을 위해 수학·과학 7종 경기를 도맡아 진행했다. 일부는 과학탐구토론대회 때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선배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후배들의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

동창회 모임이 끈끈해진 데는 청주라는 지역적 특성이 작용했다. 청주는 서울처럼 큰 도시가 아니어서 공동체 의식이 강해 한번 인연을 맺은 영재들은 하나로 잘 뭉친다. 청주교대가 깔아놓은 ‘멍석’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청주교대에서는 과학영재교육원을 시작하기 1년 전인 1997년부터 ‘신나는 토요일’이라는 행사를 열었다. 청주교대 과학교육연구소에서 개최하는 수학·과학 경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 학생들에게 토요일마다 대학 실험실을 공개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청주교대는 충북 지역의 초중등 과학 영재교육의 핵심 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충북의 과학영재가 한곳에 모인 자리인 만큼 서로가 선의의 경쟁자이자 동반자가 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학생을 아끼는 선생님의 마음이 후배를 사랑하는 선배의 마음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 자연스럽다. 해마다 제작하는 영재교육원 소개지에는 후배들에게 전하는 선배들의 편지가 소개돼 잔잔한 감동을 준다.

과학으로 하나 되는 ‘사이언스 나이트’

청주교대 과학영재교육원에서는 여름과 겨울, 각각 3박 4일과 5박 6일의 집중교육이 진행된다. 모든 학생이 기숙사에서 함께 지내며 아름다운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기회다. 집중교육 첫날에는 조별로 함께 해결해야 하는 공동탐구문제를 준다. 공식 일정 중간의 쉬는 시간마다 여기저기 조별로 머리를 맞대고 토론이 한창이다. 시간의 제약이 없으니 토론은 밤늦게까지 이어진다. 야간탐구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이 제격이다.

겨울집중교육의 마지막 밤에는 ‘사이언스 나이트’라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열린다. 중등과정을 마치는 학생들이 과학연극, 과학마술과 같은 장기 자랑을 펼치는 시간이다. 지금까지 영재교육원에서 배운 것 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내용을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친구와 후배에게 소개한다. 참여하는 학생이나 지켜보는 학생 모두 과학으로 하나 되는, 늦은 밤의 축제는 이곳만의 자랑이다.

미니 인터뷰

호기심 + 집중력 + 창의, 그리고 협력
 

청주교대 과학영재교육원 한대희 원장


안녕하세요. 청주교대 과학영재교육원 한대희 원장입니다. 싹을 보며 나무를 생각하는 수학교육과 교수이기도 하죠. 청주교대 과학영재교육원의 운영 철학은 호기심(Curiosity), 집중력(Concentration), 창의(Creativity)입니다. 영어의 앞글자를 따서 CuCoCr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학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이 호기심이 결실을 맺기까지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며 창의적인 해법을 낼 수 있도록 격려하는 곳이길 바라는 의미입니다.

저는 가운데 Co에 협력(Cooperation)이라는 의미를 덧붙이고자 합니다. “혼자 가면 빨리가지만, 둘이 가면 멀리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현대의 수학과 과학은 공동체 속에서 함께 토론하며 힘을 합칠 때 더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는 학문이 됐습니다. 다른 사람과 대화하면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키워나가고 협력할 요소를 잘 짚어내는 사람이 필요한 시대란 뜻입니다. 그래서 영재학생의 특성이나 능력과 함께 사회성까지 관찰지도하는 것이 의미 있습니다. 청주교대에는 국내 최초로 설립된 초등과학영재대학원 과정이 있습니다. 영재를 관찰지도했던 교사들의, 영재교육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죠. 이처럼 영재를 교육하고 관찰한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면 쌓일수록 21세기를 이끌고 갈 영재들에게 더 나은 교육의 기회가 돌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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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7월 수학동아 정보

  • 이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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