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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에서 움직이는 건물까지, 네덜란드 건축에는 OO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네덜란드’ 하면 먼저 튤립을 떠올린다. 하지만 네덜란드에서 튤립만큼 세계적으로 유명한 것이 바로 건축이다. 나라에서 체계적으로 육성한 건축가들이 세계 곳곳에 ‘네덜란드식’ 건축물을 짓고 있기 때문이다. ‘혁신’을 좋아하는 네덜란드 건축가들은 특히 ‘수학’에서 자주 영감을 얻는다고 하는데…. 수학을 적용한 네덜란드 건축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수학동아>;가 직접 네덜란드로 찾아가 보았다.


큐브 속에 사람이 산다?

네덜란드 제2의 도시 ‘로테르담’은 건축가들의 실험실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한 건물들이 많은 곳이다.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건물은 바로 수십 개의 주사위를 이어놓은 듯한 모습의 ‘큐브하우스’다.

네덜란드 건축가 피에트 블롬이 설계한 이 건물은 육각기둥 위에 정육면체를 얹은 모습이다. 특히 정육면체의 바닥이 지면과 54.7°를 이루도록 띄운 뒤 다시 45°를 회전시켜서, 마치 육각기둥 위에 정육면체의 꼭짓점을 찍어 놓은 듯한 아슬아슬한 형태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건물의 안전에는 이상이 없도록 38개의 정육면체를 이어붙여 서로 지탱하게 했다.

큐브하우스를 설계한 피에트 블롬은 육각기둥 위에 정육면체를 얹은 집의 형태가 나무의 기둥과 가지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서로를 지탱하는 38개의 나무가 모여 하나의 숲을 이루게 했다는 것이다.

큐브하우스를 방문한 금오공대 건축학부 하헌정 교수는 “기하학적인 건축물의 모양도 재미있지만, 기울어진 정육면체가 모이면서 건물 사이에 자연스럽게 주민들을 위한 공동의 공간이 만들어진다는 점이 큐브하우스의 특별한 점”이라고 설명한다. 곳곳에 생긴 공동 공간이 마을 사람들을 자주 모이게 하고, 결국 하나의 마을 공동체를 이루게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큐브하우스는 기하학적인 공간 구조가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엮어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수학으로 지은 최고의 건축물!

“네덜란드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건축을 시작했습니다.”

네덜란드 건축가 피 데 브라윈 씨는 네덜란드에서 건축이 발달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국토의 25%가 해수면보다 낮은 네덜란드는 나라 이름도 ‘낮은 땅’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네덜란드 사람들은 나라가 생겼을 때부터 살아남기 위해 땅을 메우고, 건물을 지어야 했다.

많은 네덜란드 건축가들은 어려서부터 평평한 땅 위로 다양한 형태의 건물이 ‘자라나는’ 모습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고 말한다. 수학적인 개념을 활용해 건축물을 설계하는 것으로 유명한 건축가 벤 판 베르켈 역시 어려서부터 수많은 건물이 자라는 것을 보며 자랐다.

그가 수학을 활용해서 설계한 대표적인 건축물은 뫼비우스 하우스와 메르세데스 벤츠 박물관이다. 뫼비우스 하우스는 안과 밖의 구분이 없는 뫼비우스 띠처럼, 두 개의 독립된 공간을 다시 하나로 이어 주는 독특한 형태로 설계됐다. 벤 판 베르켈은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집을 설계해 달라는 한 부부의 의뢰를 받고, 6년 동안 고민한 끝에 뫼비우스의 띠에서 영감을 얻은 집을 완성했다.

뫼비우스의 띠에서 시작한 벤 판 베르켈의 수학적 건축은 메르세데스 벤츠 박물관에서 꽃을 피운다. 자동차회사인 메르세데스 벤츠사로부터 새로운 박물관을 설계해 달라는 의뢰를 받은 벤 판 베르켈은 메르세데스 벤츠사의 로고와 비슷한 ‘트레포일 매듭’ 형태에서 해답을 찾았다.

매듭이론은 매듭의 형태와 특징을 수학적으로 연구하는 분야로, 트레포일 매듭은 끈을 한 번 묶은 뒤 양 끝을 이어붙일 때 나타나는 가장 단순한 매듭 형태 중 하나다.
 
벤 판 베르컬은 이같은 트레포일 구조를 세 개의 타원이 교집합을 이루고 있는 형태로 재구성해서, 타원들이 회전하면서 솟아오르는 형태의 8층 건물을 설계했다. 특히 세 개의 타원이 교집합을 이루는 가운데 공간은 아무 것도 넣지 않고 비워서 중앙정원 형태로 만들었다.

메르세데스 벤츠 박물관의 수학적인 설계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관람객들이 이동하는 건물 내부 동선을 두 개의 나선이 서로 교차하는 이중 나선 형태로 설계한 것이다. 전시장을 두 가지 주제로 구성하고 싶다는 메르세데스 벤츠사의 요청에 따라 한쪽 나선은 벤츠 자동차의 역사를, 다른쪽 나선은 박물관이 소장한 자동차와 트럭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박물관에 입장한 관람객들은 중앙정원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뒤, 꼭대기층에서부터 각자 원하는 관람로를 선택해 나선형으로 내려오면서 박물관을 관람하게 된다. 이처럼 안팎을 수학적인 구조로 설계한 메르세데스 벤츠 박물관은 2008년 독일 디자인상을 비롯해 수많은 디자인상을 휩쓸었다.
 


수학으로 움직이는 건물을 만든다!

혁신적인 건물 설계에 앞장서온 네덜란드 건축가들은 최근에는 현대 수학의 연구 결과와 첨단 기술을 접목해 ‘움직이는 건물’ 에 도전하고 있다. 주인공은 네덜란드 최고의 건축대학 중 하나인 델프트 공과대학 교수들로, 이들은 ‘플로킹 알고리즘’ 같은 복잡한 현대 수학을 활용해 움직이는 건물을 설계하고 있다.

플로킹이란 동물들이 무리짓는 현상을 나타내는 말로, 수학자들은 1980년대 후반부터 플로킹 현상을 수학적으로 설명하는 방법을 연구해왔다. 플로킹 현상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규칙은 동물들이 무리짓는 다른 동물들과 항상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또한 다른 동물과 비교해서 자신의 속력과 방향을 조정하고, 늘 자신을 둘러싼 동물들의 무게중심에 자리를 잡는다.

카스 오스테르하위스를 비롯한 델프트 공과대학 교수들은 이같은 원리를 활용해 ‘움직이는 벽’을 만들었다. 플로킹에서처럼 주변 상황이나 필요에 따라 벽이 움직이도록 한 것이다. ‘인터랙티브 월’이라고 부르는 이 벽은 제각기 움직이는 7개의 작은 조각을 쌓아올린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인터랙티브 월 안에는 초음파 센서가 들어 있어 사람이 벽 앞으로 다가가면 이를 인식한다. 그러면 7개의 조각이 조금씩 움직여서 뒤로 휘어지며 다가오는 사람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시킨다.

그밖에도 카스 오스테르하위스 교수는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이는 ‘머슬 NSA’ 라는 구조물을 만들기도 했다. 안에 들어 있는 물체의 움직임에 따라서 구조물이 스스로 모양을 바꿔가며 균형을 잡도록 한 것이다. 이를 위해 구조물에는 계산 프로그램을 내장했다. 연구자들은 인터랙티브 월 같은 지능형 건축 자재를 이용하면, 필요와 상황에 따라 형태가 변하는 다양한 건축물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별인터뷰

3D 프린터로 뫼비우스의 띠 모양의 집을 짓겠다고?


올해 초 네덜란드의 한 건축가가 3D 프린터를 이용해서 뫼비우스의 띠와 똑같은 모양의 건물을 짓겠다고 발표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어떻게 3D 프린터로 거대한 건물을 짓겠다는 걸까? 주인공인 얀야프 러휘세나르스 씨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직접 만나 보았다.
 
얀야프 러휘세나르스 씨가 설계한 뫼비우스의 띠 모양의 건물. 그는 시작과 끝이 없는 자연의 모습이 안팎의 구분이 없는 뫼비우스의 띠와 비슷하다는 생각으로 이 건물을 설계했다.

"수학동아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제가 설계한 뫼비우스의 띠 모양 건물이 궁금하다고요? 아쉽지만 지금 브라질에 건물을 지을 준비를 하고 있어서 직접 보여 드릴 수는 없네요. 하지만 내년쯤엔 완성된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어떻게 3D 프린터로 건물을 지을 수 있냐고요? 비밀은 바로 가로세로 6m 길이의 건축 재료를 뽑아낼 수 있는 대형 3D 프린터에 있습니다. 이 프린터에 모래와 염화마그네슘 등의 재료를 섞은 뒤, 컴퓨터로 설계한 재료를 출력하면 대리석과 비슷한 재질의 재료를 출력해 낼 수 있어요. 놀랍게도 이 재료는 건축물을 만들 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포틀랜드 시멘트보다 강도가 훨씬 강해요. 그리고 거푸집을 만들지 않고도 정교한 모양의 재료를 만들 수 있어서, 복잡한 뫼비우스의 띠 모양의 건물을 만드는 데 안성맞춤이지요.
얀야프 러휘세나르스 

제가 이처럼 수학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건물을 설계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수학과 늘 가까이 지냈기 때문이에요. 제 고향은 수학적인 개념을 그림으로 그린 화가 에셔가 살았던 ‘바른’이에요. 그래서 어려서부터 에셔와 그의 작품에 대해 잘 알았죠. 비록 수학을 잘하진 못했지만, 어려서부터 수학과 가까이 지낸 덕분에 수학적인 아이디어를 활용해서 건물을 설계할 수 있었답니다.

수학동아 독자 여러분도 수학에 관심을 기울이다보면, 저처럼 좋아하는 분야와 수학을 융합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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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9월 수학동아 정보

  • 최영준 기자
  • 도움

    하헌정 교수
  • 도움

    UNStudio
  • 도움

    Kas Oosterhuis
  • 도움

    Henriette Bier
  • 사진

    Mercedes-Benz
  • 사진

    UNStudio
  • 사진

    Universe Architecture
  • 사진

    Fes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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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jt56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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