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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 Math] 김연아의 피겨, 점수로 분석하다!

김연아의 피겨, 점수로 분석하다!


그녀의 눈물은 아름다웠다. 피겨 여왕 김연아는 13개월 만에 출전한 '2011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에서 은메달을 땄다. 1위를 차지한 안도 미키와의 점수차이는 고작 1.29점. 점프 하나만 제대로 했어도충분히 역전할 수 있는 점수였다. 피겨스케이팅의 점수는 어떻게 계산하는 걸까? 피겨의 점수체계를 분석해 봤다.

쇼트와 프리스케이팅의 차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2011 세계피겨선수권대회의 엿새째 되는 4월 28일, 쇼트 프로그램에서 김연아는 ‘지젤’ 이란 제목의 새로운 작품을 선보였다. 발레의 아름다운 예술성을 접목한 세계 최고 수준의 작품이었다.

김연아는 65.91점으로 쇼트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했다. 2위를 차지한 안도 미키의 점수는 65.58점으로 김연아의 점수보다 0.33점이 낮았다. 하지만 그 다음날 열린 프리스케이팅에서 김연아는 128.59점, 안도 미키는 130.21점을 기록해 안도 미키가 1.62점 높았다. 결국 김연아는 총점수에서 안도 미키에게 1.29점이 뒤져 1위 자리를 내주게 됐다.

이같이 피겨스케이팅은 쇼트 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점수를 더해 순위를 매긴다. 그렇다면 쇼트 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은 어떻게 다를까?

먼저 쇼트 프로그램은 선수들의 기본기를 평가하는 종목이다. 여자 싱글의 경우 2분 50초 안에 점프3개, 스핀 3개, 스텝 1개 등 7개 과제를 의무적으로 연기해야 한다. 반면 프리스케이팅은 쇼트 프로그램보다 다양한 기술과 연기력을 중요하게 여긴다. 선수들은 각자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기술과 연기를 조합해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한다. 단독 점프 4개, 콤비네이션 점프 3개, 스핀 3개, 스텝과 스파이럴 각각 1개로 총 12가지 연기를 해야 한다. 또 프리스케이팅의 시간은 4분으로 쇼트프로그램보다 약 1.4배 길고, 배점은 2배 정도 높다. 따라서 쇼트 프로그램에서 1위를 하더라도 얼마든지 역전이 가능하다.

얼음 위에 도형을 그린다, 컴펄서리
 

피겨 스케이팅 선수가 얼음 위에 정확한 도형을 그리는 컴펄서리 종목 경기를 하고 있다.
 

현재 싱글 피겨스케이팅의 종목은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으로 두 가지가 있지만, 초창기에는‘컴펄서리’라는 종목이 더 있었다. 얼음 위에 원이나 8자 모양을 얼마나 정확하게 그리는가를 평가하는 종목이다. 총 12가지 도형을 그렸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지루해 1948년부터 6개 도형으로 줄었고, 1973년에는 3개 도형으로 줄면서 쇼트프로그램이 생겼다. 결국 1990년을 마지막으로 컴펄서리 스케이팅을 없애기로 했고, 현재의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만 남았다.

예술성에 가중치 두다

이번 대회에서 김연아는 예술성이 매우 뛰어난 두 작품을 선보였다. 쇼트 프로그램에서‘지젤’이란발레를 이용한 작품으로,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우리나라 전통음악인 국악 5곡을 접목한 ‘오마주 투 코리아’ 로 우아한 자태를 뽐냈다.

피겨스케이팅은 스포츠임에도 불구하고 예술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종목이다. 따라서 점수에서도 예술점수를 따로 두고 평가한다. 피겨는 기술과 예술성을 결합한 종합 스포츠인 셈이다. 쇼트 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은 모두 기본적으로 다음 식에 기초해 점수를 낸다.

 점수 = 기술점수 + 예술점수 - 감점

점수는 크게 기술점수와 예술점수로 나뉘고, 기술점수는 다시 기본점수와 수행점수로 나뉜다. 3명의테크니컬패널과 9명의 심판이 점수를 매기는데, 테크니컬패널은 선수들이 어떤(what) 기술을 수행하는가를 평가하고 심판은 어떻게(how) 수행했는가를 평가한다. 가산점은 -3점부터 +3점까지 심판이 매긴다. 이번 대회에서 김연아는 쇼트에서 더블악셀로 2.11점, 프리에서는 트리플러츠와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에서 2.2점이라는 높은 가산점을 받았다.

예술점수는 기술점수에 포함되지 않은 5가지 종목을 평가해 점수를 매긴다. 스케이팅 기술과 동작의연결, 연기, 안무, 곡 해석에 각각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해 점수를 준다. 그런 다음 5가지 종목의 점수를 더한 뒤 가중치를 곱한다.

여자 쇼트 프로그램은 가중치 0.8(남자 쇼트 프로그램은 1.0)을 곱하고, 여자 프리스케이팅은 가중치 1.6(남자 프리스케이팅은 2.0)을 곱한다. 가중치 계수가 쇼트보다 프리스케이팅이 크다는 것은 프리스케이팅에서 예술성을 크게 반영한다는 뜻이다. 또 쇼트 프로그램에서는 가중치를 0.8 곱하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 1.6을 곱하는 이유는 점수 비중에서 쇼트가 프리의 약 1/2을 차지하기 때문에 예술성의 비중을 같게 하기 위해서다.

2011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와 안도 미키의 프리스케이팅 예술점수는 다음과 같다.
 

김연아와 안도 미키의 프리스케이팅 예술점수
 

두 선수의 예술 점수는 총합 40.29와 41.79에 가중치 계수 1.6을 곱하면 각각 64.46점과 66.86점이 된다. 김연아가 프리스케이팅의 예술 점수에서만 안도 미키보다 2.4점을 앞섰다.

한편 감점은 점프에서 넘어졌거나 의상 또는 음악에 관한 규정을 어겼을 때, 경기 시간을 초과했을 때 받는다. 보통 한 번 위반할 때마다 1점이 감점되며, 시간을 초과해 받는 감점의 경우 초과된 시간에 따라 감점되는 점수도 달라진다. 대개는 점프에서 넘어져 감점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는 가산점에서도 -3점까지 받을 수 있어 점수의 손해가 크다.
 

심판들이 선수들의 점수를 매긴 프로토콜, 즉 선수들의 성적표다. 이번 대회 쇼트 1위를 한 김연아(왼쪽)와, 프리 1위를 한 안도 미키(오른쪽)의 프로토콜.
 

가중치란?

중요한 정도가 서로 다른 두 개 이상의 수치의 평균을 구할 때, 중요한 정도를 나타내는 값을 가중치라 한다. 가중치가 쓰이는 대표적인 예는 학교에서 학생을 선발할 때다. 어떤 학교에서 수학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수학 점수에 가중치를 높게 두고 평균을 낸 점수로 학생을 뽑는다. 피겨스케이팅에서는 예술성 가중치의 경우 프리스케이팅이 쇼트 프로그램보다 높은데, 이것은 프리스케이팅이 쇼트 프로그램보다 예술성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평균 대신 중앙값을 선택했다면?

현재 피겨 점수 체계에는 만점이 없다. 세계 신기록을 세우더라도 언제든지 누군가에 의해 기록이 갱신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피겨 점수에 만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여러 나라의 심판이 6.0 만점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긴 뒤 평균을 구해 점수를 냈다. 따라서 심판 모두가 6.0을 주면 만점이 나올 수 있다.

이렇게 매긴 점수는 객관적인 기준에 의한 점수라기보다 심판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른 점수일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점수체계를 만들었고,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부터 지금까지 쓰이고 있다.

현재 쓰는 점수체계가 이전과 가장 다른 점은 만점이 없다는 점과, 구체적인 항목을 나눠 기준에 의해 점수를 매긴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점수체계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점수를 구하는 세부규정이 계속 바뀌어 대회마다 논란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2006년에는 심판의 점수 중 무작위로 2명의 점수를 제외한다는 점이 논란이 됐다.

2006년 그랑프리 경기에서 9명의 심판 점수 중 컴퓨터를 이용해 무작위로 2명의 심판 점수를 제외하고, 7명의 심판 점수 중에서 또 최고점과 최하점을 제외한 다음, 5개의 점수를 평균 내 점수를 구한 것이다. 일부 심판의 점수를 제외해 한 심판의 중요성을 줄이겠다는 국제빙상경기연맹의 의도였다.

그러나 9명 중 2명의 심판을 제외하는 방법의 가짓수는 36가지. 36가지 중에서 어떤 심판의 점수가 제외되느냐에 따라 선수의 점수가 달라진다. 그 예로 2006년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김연아 선수의 점수는 123.22점이었으나, 정말 운이 좋아 가장 낮은 점수를 준 두 심판의 점수가 제외됐다면 127.26점으로 무려 약 4점이나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었다. 운도 점수를 결정하는 요소 중의 하나가 된 셈이다.

2006년 미국 예일대 통계학과 존 에머슨 교수는 무작위로 심판의 점수를 제외한 결과를 분석해 발표했는데, 월등한 점수로 1위를 한 이리나 슬러츠카야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는 제외되는 점수에 따라 순위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었다.

점수에 대한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2002년 새로운 점수체계에 대한 회의가 일본에서 열렸을 당시,미국에서는 평균 대신 중앙값으로 점수를 계산하자는 의견을 냈다. 중앙값은 숫자를 크기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 위치한 값을 뜻한다.

평균의 가장 큰 단점이 극단적인 값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점인데, 중앙값은 평균의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는 대푯값이다. 예를 들어 10명의 심판 중에서 8명의 심판이 8점 이상의 점수를 줬지만, 2명의 심판이 5점 이하의 점수를 줬다고 하자. 최하점 하나를 제외해도 5점 이하의 점수는 평균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이런 경우 중앙값을 이용하면 극단 값에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

이처럼 피겨 스케이팅은 심판의 주관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의논하며 규정을 보완한다. 앞으로 피겨 점수체계가 수학의 힘으로 어떻게 진화할지 궁금하다.

평균과 중앙값
 

평균과 중앙값
 

위와 같이 9개 점수가 있을 때 평균과 중앙값을 구하면 다음과 같다.
평균 = (8.0 + 4.9 + 9.3 + 8.2 + 4.4 + 9.1 + 8.7 + 7.8 + 8.9)÷9 = 7.7점
중앙값 : 4.4 , 4.9 , 7.8 , 8.0 , 8.2 , 8.7 , 8.9 , 9.1 , 9.3
5점 이하의 극단적인 점수로 인해 평균은 7.7점이지만, 중앙값은 5점 이하의 점수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운’도 점수의 한 요소?
 

'운' 도 점수의 한 요소?
 

다음 그래프는 존 에머슨 박사가 2006 유로 여자싱글 쇼트 경기에서 1위와 3위를 한 선수가 어떤 심판의 점수가 제외되는가에 따라 어떤 순위를 차지할지 그 가능성을 나타낸 것이다. 압도적인 점수를 받은 1위 이리나 슬러츠카야는 어떤 심판의 점수를 제외하더라도 1위 할 가능성이 100%다. 그렇지만 3위를 한 사라 마이어는 3위부터 5위까지의 가능성이 비슷하다. 이처럼 무작위로 심판의 점수를 제외할 경우, 선수들의 점수가 비슷하다면 순위에 영향을 미친다.

미니 인터뷰
이지희 피겨 국제심판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최초로 피겨 스케이팅 심판을 한 이지희 국제 심판은 현직 피겨스케이팅 선수 출신 심판이다. 밴쿠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김연아의 연기를 심사했다. 이지희 심판은 미국에서 수학을 공부한 경험이 있을 만큼 수학과도 인연이 있다. 이지희 심판에게 올림픽 에피소드와 피겨 점수체계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엔 우리 선수가 출전을 못해 저도 기회를 갖지 못했는데,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은 김연아 선수가 참가해 저도 당당히 심판에 합류할 수 있었어요. 겨울 스포츠의 가장 큰 축제인 동계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어 굉장한 영광이었죠. 올림픽 때 쇼트 프로그램을 마치면 심판 추첨을 해 9명 중 4명은 채점에서 제외되는데, 일본 심판은 빠졌지만 저는 됐어요. 운도 좋았어요.

피겨스케이팅 점수체계는 계속 문제점을 보완하는 중이에요. 선수에게 더 공정한 점수를 주려고 올 시즌에는 점프의 회전부족을 더 세분화해 평가하고, 기본 점수도 수정했어요. 쇼트 프로그램의 과제도 하나 줄였고요. 앞으로도 계속 보완될 거예요.”
 

2011년 06월 수학동아 정보

  • 장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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