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수백만 마리의 박쥐가 떼죽음을 당했다. 박쥐 전염병의 일종인‘박쥐 괴질’때문이다. 괴질 전염을 막으려고 도살 방법이 사용되는데, 이 방법으로는 막을 수 없다는 모의실험 결과가 나왔다.
미국 테네시대 토마스 핼럼과 게리 맥크래켄 박사는 도살이 괴질의 전염을 일시적으로 막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미국의 생물의학 학술지 ‘컨설베이션 바이올로지’ 2월호에 발표했다.
박쥐는 해충을 잡아먹어 박쥐 수가 줄면 인간의 삶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두 사람은 괴질 감염 지역에 있었던 박쥐 무리의 생활을 1년 동안 관찰했다. 그 뒤 박쥐의 습성과 전염병에 영향을 주는 온도와 습도, 겨울잠을 자는 시기 등을 변수로 수학모델을 만들었다. 그리고 감염 지역에 있었던 박쥐를 모두 도살한 뒤 이 지역에 새로운 박쥐가 사는 경우, 50%만 도살한 경우, 도살하지 않은 경우로 나눠 모의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괴질이 일어나고 1년 뒤의 감염 비율은 모두 도살한 경우 3.79%, 반만도살한 경우 3.97%로 차이가 나지 않았다. 도살하지 않은 경우는 8.25%로 도살한 경우보다는 감염 비율이 높았다. 도살한 뒤 1년 동안은 어느 정도 전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시점부터는 세 경우의 감염 비율이 3.37%, 3.53%, 3.37%로 큰 차이가 없었다.
핼럼 박사는 “괴질을 일으키는 곰팡이가 박쥐가 사는 동굴에서 발생하는 것 같다” 며 “박쥐를 도살한다고 해서 장기적으로 전염병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