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학계는 빠르게 성장해 왔지만 빙상계 김연아 선수나 음악계 장영주 바이올리니스트와 같은 스타가 없습니다. 이제 수학의 대중화가 시급하다고 봅니다.”
대한수학회 회장 김도한 서울대 교수는 지난 12월 4일 대전 국가수리과학연구소에서 열린 ‘수리과학 대중화를 위한 융·복합워크숍’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2012년 국제수학교육대회(ICME), 2014년 국제수학자대회(ICM)를 한국에 유치한 성과도 소개했다.
이어 ICM 2014 조직위원장인 박형주 포스텍 교수와, 제12차 국제수학교육대회(ICME-12) 조직위원장인 신현용 한국교원대 교수가 대회 유치과정과 의미를 밝혔다. 박 교수는 “ ‘늦게 출발한 자들의 꿈과 희망’이라는 슬로건으로 ICM을 유치 할 수 있었다”며 “한국이 지난 10년간 수학 분야에서 발표한 논문 수가 2배 이상 급증한 것도 대회 유치에 한몫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2009년 현재 수학 분야의 논문수로 세계 11위에 올라 있다. 또 신 교수는“ICME-12를 통해 수학 교사들의 전문성을 높일 계획”이라며 “한국 문화유적 명소를 찾아다니며 우리 수학을 소개하는 ‘수학여행’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수학 밖에서 수학 보기’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워크숍에는 전국 중·고교 수학교사, 수학연구자, 학생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김용운 단국대 석좌교수 등이 인문사회학·과학·양자컴퓨터 등 여러 분야와 수학의 융·복합을 통한 수학 대중화 방안을 발표했다.
빌 게이츠, 제임스 카메론의 공통점은?
‘글로벌시대의 창의적 인재 육성’이란 제목으로 기조강연에 나선 이상희 국립과천과학관 관장은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빌게이츠, 애플 아이폰을 개발한 스티브 잡스, 영화 ‘아바타’를 제작한 제임스 카메론의 공통점을 청중에게 물었다. 그는 “세 사람은 대학 중퇴자이기도 했지만 창의성을 살려 각 분야에서 성공한 인재”라며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수학과 물리교육이 중요한데, 영상과 온라인을 좋아하는 디지털 세대에 맞게 교육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장은 최근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진행한 ‘온라인 수학 경시대회’에 학생들이 3만 명 이상 몰렸다는 사실을 예로 들어 언급했다.
‘수학과 인문사회학’이란 제목으로 첫 강연을 한 김용운 교수는 “20세기 최대 지적업적으로 꼽힌 노암 촘스키의 언어학, 쿠르트 괴델의 불완전성정리(논리학), 클로드레비스트로스의 문화인류학은 그 바탕에 수학이 탐구한 구조가 있다”며 수학과 인문사회학의 융합 양상을 소개했다. 그는 또“철학이 빈곤한 우리도, 합리성을 갖추기 위해 수학을 공부했던 세종대왕의 전통을 계승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뒤를 이어 김재완 고등과학원 계산과학부 교수가 ‘양자컴퓨터와 수학’, 김희준 서울대 화학과 교수가 ‘과학으로 수학 보기’, 최승언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가 ‘수학과 엑셀(프로그램)을 통한 과학 이해하기’란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끝으로 김형준 EBS PD가 영국 BBC의‘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미국 PBS의 ‘수학에 의존한 삶(Life by the Numbers)’, 일본 NHK의 ‘리만가설’ 등 각국의 수학 다큐멘터리를 보여주며 수학 대중화의 효율적 수단으로서 수학다큐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박형주 교수와 함께 아프리카에서 수학 다큐 ‘생명의 디자인’을 찍기도 한 그는 2011년 ‘문명과 수학’이란 새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한국형 수학다큐를 모색하고 있다.
‘융합형 과학’ 과목 속 수학 찾기
이번 워크숍에서는 2011년부터 도입되는 고등학교 ‘융합형 과학’ 과목에서도 수학이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김희준 서울대 화학과 교수는 융합형 과학의 ‘우주와 생명’을 이해하는 데도 수학이 핵심적 역할을 한다고 소개했다. 즉 20세기 초 천문학자들이 밝기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세페이드 변광성(주기함수)을 이용해 외부은하의 거리를 구하고, 은하들은 지구에서 거리가 멀수록 점점 더 빨리 멀어진다는 허블의 법칙(비례관계)을 발견했다는 얘기부터 업·다운 쿼크의 조합으로 생긴 양성자·중성자, 아데닌(A)·구아닌(G)·티민(T)·시토신(C) 4종류의 염기에서 3종류의 배열을 선택해 생체내 20종류의 아미노산을 지정하는 유전암호(조합)까지 과학의 발견에 수학은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는 “과학을 공부하는 데 수학 지식은 기본”이라며“과학 콘텐츠와 접목하면 수학 공부가 훨씬 재밌어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