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유나의 별장에서 성대한 파티가 열리고 있다. 이번 영화의 성공을 축하하기 위해 몇몇 지인을 초대한 축하연이다. 갑자기 한 방의 총성이 울린다. 곧바로 유나의 죽음이 알려지자 파티장은 아수라장으로 바뀐다. 유나의 매니저는 즉시 별장 문을 폐쇄하고, 수학탐정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이윽고 수학탐정이 도착해 수사에 나선다.
수학탐정 : 먼저 참석한 손님의 명단부터 확인하겠습니다.
매니저 : 총 아홉 분으로 최지유, 김태이, 류숭범, 공효지, 김명만, 유해준,김해수, 엄태운, 김미니 씨입니다. 모두 평소에 유나 씨와 친분이 두터우셨죠.
수학탐정 : 다들 유명한 연예인이군요. 모두 유나 씨가 직접 초대하셨나요?
매니저 : 아니오. 유나 씨가 대학동창회와 와인동호회, 유나 씨의 소속사 이렇게 세 곳에 부탁해 각각 다섯 명씩에게 총 열다섯 장의 초대장을 보냈습니다.
수학탐정 : 음, 열다섯 명을 초대했는데 아홉 명만 왔다. 여덟 명은 안 오신 건가요?
매니저 : 아니오. 세 곳에서 초대장을 보낸 명단을 유나 씨에게 보여 드렸더니 테이블의 좌석은 자기를 포함해 아홉 개만 준비하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수학탐정 : 그럼 손님이 여덟 명이라는 뜻이군요. 왜 그런 계산이 나왔을까요?
매니저 : 왜냐하면 이분들 중에는 대학동창이자 와인동호회 회원이거나, 같은 소속사 연예인이면서 대학동창이기도 한 분들이 계셨거든요. 유나 씨도 예상보다 손님수가 적어서 아쉬워하셨습니다.
수학탐정 : 교집합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군요. 그런데 여덟 명을 초대했는데 아홉명이 왔다…. 초대받지 않은 한 명이 있다는 뜻이네요. 생각보다 범인을 쉽게 찾을수 있겠군요. 우선 대학동창회에서 초대한 분들은 이쪽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최지유, 김태이, 류숭범, 공효지, 김명만 다섯 명의 연예인이 한곳에 모인다.
수학탐정 : 서로 얼굴을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모두 같은 대학의 동창이신가요?
최지유 : 이런 질문 자체가 불쾌하네요. 우리는 분명 같은 대학 선후배랍니다.
김명만 : 그렇습니다. 나는 유나의 대선배고, 태이와 숭범이, 지유 모두 동기동창이지요. 효지는 이들의 후배고요. 동창회에서 다섯 명을 초대했고, 이곳에 온 동창 역시 다섯 명이면 우리는 혐의가 없는 것 아닙니까?
수학탐정 : 불쾌했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초대받지 않은 한 사람이 유력한 용의자일 뿐 나머지 분들도 용의 선상에 있는 것은 마찬가지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공효지 : 유나 언니가 성격이 조금 까칠하긴 했지만 특별히 원한을 살 일은 없었어요. 특히 같은 대학동창끼리는 얼마나 끈끈한 사이였는데….
수학탐정 : 흠…. 이번에는 와인동호회로부터 초대를 받고 오신 분들은 이쪽으로 모여주시지요.
수학탐정의 말에 따라 김태이, 유해준, 김해수, 엄태운, 김명만 다섯 명의 연예인이 한곳에 모인다.
엄태운 : 보십시오. 와인동호회도 다섯 명이 맞지 않습니까? 우리는 서로 얼굴을 확인해 보나마나입니다.
수학탐정 : 김명만 씨는 대학동창회에서도 초대받고, 와인동호회에서도 초대장을 받으셨나 보네요?
김명만 : 사실 저는 초대장을 세 군데에서 받았어요. 유나와 같은 소속사에 있거든요.
수학탐정 : 그럼 김명만 씨가 중요한 증언을 해 주실 수 있겠네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분 중에 세 단체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분이 계신가요?
김명만 : 아니오. 모두 어느 한 곳에는 속해 있습니다.
수학탐정 : 그렇군요. 그럼 마지막으로 소속사로부터 초대를 받으신 분은 이쪽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수학탐정의 지시에 따라 공효지, 류숭범, 유해준, 김해수, 김미니, 김명만 여섯 명의 연예인이 한곳에 모인다.
수학탐정 : 소속사로부터 초대받은 사람이 여섯 명이라는 거군요. 김미니 씨는 세 단체의 모임 중 소속사에만 속하신 것 같은데요. 초대장을 한 장만 받으셨습니까?
김미니 : 저를 의심하시는 건가요? 저는 확실히 초대를 받았다고요. 아까 김명만 선배님이 말씀하신대로 유나 언니와 같은 소속사에 있는 것도 확실하고요. 함부로 의심하시면 명예 훼손으로 고소하겠어요.
수학탐정 : 성격이 급하시군요. 절차에 따라 확인을 한 것뿐입니다. 그럼 정리를 해보지요. 대학동창회 초대장을 받으신 다섯 분은 서로의 신원을 확인해 주셨고, 와인동호회 다섯 분도 마찬가지고, 소속사에서 초대받은 여섯 분도 서로 같은 소속사에 속했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혹시 유나 씨가 착각을 했거나, 소속사에서 초대장을 여섯 장 발송한 것은 아닐까요?
매니저 : 아니오. 오늘 유나 씨가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이 왔군”하며 의자를 하나 더 준비하라고 말씀하셨거든요. 초대받지 않은 분이 이 중에 계신 건 확실합니다.
엄태운 : 대학동창회와 와인동호회는 다섯 명씩인데 소속사에서만 여섯 명이 초대됐다는 걸 보면 아무래도 소속사 측에 범인이 있는 것 같은데요.
공효지 : 엄태운 씨! 우리 중에 범인이 있다니요? 말씀 삼가시죠. 저는 초대장을 두 개나 받았다고요. 그러시는 엄태운 씨는 초대장을 몇 장 받으셨지요?
엄태운 : 저는 한 장만 받았습니다만….
공효지 : 그게 더 의심스러운 거라고요. 우리 중 대부분은 초대장을 두 장, 김명만 선 배님은 세 장이나 받았다고요.
최지유 : 효지야, 말도 안 되는 억지 부리지 마. 그럼 초대장을 한 장만 받은 나도 범인일 수 있다는 거야?
류숭범 : 그러고 보니 엄태운 씨, 최지유 씨, 김미니 씨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초대장을 두 장 이상 받았어요. 이 얘기는 서로가 소속을 더 확실히 밝혀줄 수 있어, 아무래도 용의 선상에서 멀어진다는 뜻 아닐까요?
수학탐정 : 류숭범 씨의 말에 일리가 있습니다. 이미 초대받지 않은 한 분이 누군지 는 윤곽이 나왔습니다. 제가 수학탐정이니만큼 알아보기 쉽게 벤 다이어그램이라는 그림을 통해 한 명의 불청객을 밝혀 보겠습니다.
수학탐정 : 자~, 원이 겹치는 부분에 이름이 있는 분들은 용의 선상에서 제외합니다. 두세 곳에서 초대장을 받았다는 건 적어도 한 군데에서는 확실히 초대장을 받았다는 뜻이고, 류숭범 씨의 말처럼 소속을 확실히 밝혀줄 분들이 둘 이상이라는 얘기니까요?
김미니 : 저는 아까 김명만 선배님께서 소속을 확인해 주시지 않았나요?
최지유 : 그럼 내가 의심스럽다는 거니? 내 소속도 아까 명만 선배가 밝혀주셨다고!
엄태운 : 흥분하지 마세요. 각 단체에서 초대장을 다섯 장씩만 보낸 건 확실하죠?
매니저 : 네. 그렇습니다.
엄태운 : 그럼 여섯 명이 참석한 소속사 측에 범인이 있는 게 확실하겠네요. 그림에서 보다시피 공효지, 류숭범, 김명만, 유해준, 김해수 씨만으로도 이미 다섯 명이니 김미니 씨가 가장 유력하다고 생각해요.
수학탐정 : 제 생각도 같습니다. 범인은 김미니 씨 당신입니다. 이제 자백하시지요.
김미니 : 흑흑. 원래 이번 영화의 주인공은 저였다고요. 유나 언니가 소속사에 요청해서 제 자리를 뺏었어요. 제 연기력이 부족하다면서…. 분한 마음에 그만….
김명만 : 소속사의 모음에 여섯 명이 모이는 순간 이 중에 범인이 있겠구나 생각했지만, 수학탐정님의 벤 다이어그램을 보니 훨씬 분명해지네요. 수학의 논리가 우리의 결백을 밝혀줬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