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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내려다본 야구장은 동글동글 반듯반듯하다. 아름다운 기하학의 원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야구를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야구장의 비밀을 밝힌다.


야구는 집으로 돌아오는 경기
 

야구는 본루를 떠난 선수가 다시 돌아오는 과정과 이것을 막으려는 과정이 맞부딪히는 스포츠다.


“홈~런!” 9회말 2아웃에 터진 끝내기 홈런은 야구의 백미다. 홈런 한 방에 경기는 끝나지만 경기장의 열기는 최고조에 달한다. 홈런을 친 타자는 1, 2, 3루를 돌아 처음 위치에 새겨진 오각형의 판을 밟고서 승리를 만끽한다.

이때 오각형의 판은 집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홈플레이트 우리말로는 본루라고 부른다. 집을 떠난 타자가 홈런을 치고 돌아왔으니 환영받는 것은 당연하다. 출세해서 고향에 돌아 온다는 ‘금의환향’인 셈이다. 홈런이라는 말도 공을 외야 담장으로 넘겨,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무런 방해 없이 뛰어올 수 있다는 뜻에서 나왔다.

그럼 본루는 왜 오각형으로 만들었을까? 집이라는 뜻에 맞게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원래부터 오각형은 아니었다. 본루는 1869년 양쪽 파울선에 두 변을 대고 있는 정사각형에서 시작했다. 한 변의 길이는 미국에서 쓰는 길이 단위에 맞춰 정확히 1피트(30.48cm)다. 대각선의 길이 즉 본루의 폭은 피타고라스의 정리에 따라 약 43.18cm(17인치*)다.

본루의 폭은 심판이 스트라이크를 판정할 때 중요한 기준으로 쓰인다. 스트라이크는 공이 어깨와 허리띠의 중간 높이에서 타자의 무릎 아랫부분 높이로, 43.18cm의 본루를 지나가는 걸 말한다. 문제는 공이 본루의 앞에서 휘어져 들어올 때다. 본루를 정사각형을 돌려 만든 탓에 본루의 앞부분에서 휜 공은 스트라이크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본루의 앞부분을 2개의 이등변삼각형으로 채운 오각형의 본루가 1900년 처음으로 탄생했다. 포수가 받은 공이 양옆으로 빠져 보여도 스트라이크가 되는 것은 공이 본루의 앞부분을 스치며 휘었기 때문이다. 본루의 앞부분에서 포수의 글러브까지는 1m 넘게 떨어져 있다.
 

본루는 심판의 판정을 돕기 위해 정사각형에 이등변 삼각형을 덧붙여 오각형으로 만들었다.



다이아몬드를 품은 야구장
 

야구장은 본루를 기준으로 거리와 방향을 정한다.


국내 한 프로야구단은 여대생을 위한 야구 특강을 열면서 ‘여자가 사랑한 다이아몬드’라고 이름 붙였다. 야구장의 내야가 다이아몬드 모양이라는 데서 따온 것이다. 사실 본루와 1, 2, 3루로 이뤄진 내야는 정사각형이다. 이참에 작도를 하듯이 야구장을 한번 그려 보자.

야구장은 본루의 위치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본루의 뾰족한 끝점에서 넓은 밑변의 가운데로 내린 수선을 연장해, 38.79m 떨어진 곳이 2루가 된다. 본루의 끝점에서 양쪽 빗변을 따라 그은 선은 각각 좌우 파울선이다. 이때 본루와 2루에서 각각 27.432m(90피트) 떨어진 오른쪽 교차점을 1루, 왼쪽 교차점은 3루라고 한다.

1, 2, 3루는 부드러운 재료를 채운 흰색 캔버스백으로 표시한다. 가로세로 38.1cm(15인치), 높이 7.6~12.7cm(3~5인치)인 육면체 모양이다. 1루와 3루 캔버스백은 내야를 나타내는 정사각형 안쪽에 놓지만, 2루는 캔버스백의 중심이 내야를 이루는 정사각형의 한 점이 되도록 놓는다.

투수가 서 있는 투수판의 위치도 본루를 기준으로 정한다. 본루에서 18.44m(60피트 6인치) 떨어진 곳에 본루의 밑변과 평행하게 투수판을 놓는다. 투수판은 가로 61cm(24인치), 세로 15.2cm(6인치)인 직사각형 고무판이다.

야구장에 뾰족한 다각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원이나 부채꼴과 같은 부드러운 곡선이 다이아몬드에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 내야에는 2개의 원이 있어 다각형과 조화를 이룬다. 첫 번째 원은 투수가 있는 곳으로 흙을 쌓아 올렸다는 뜻에서 마운드라고 부른다. 지름은 5.48m(18피트)며 높이는 최고 25.4cm다. 본루를 중심으로 타자와 포수, 심판이 있는 곳에는 지름 10m 내외의 원이 그려져 있다. 이처럼 선수들이 많이 움직이는 곳은 잔디 없이 흙으로 원 모양을 만들었다.

내야와 외야 사이에는 잔디선이라 불리는 둥근 곡선이 보인다. 잔디가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으로 곡선을 나타내지만 흰색 줄로 긋기도 한다. 이 곡선의 중심은 투수판이다. 반지름은 28.9m(95피트) 정도지만 규격으로 정한 것은 아니다.

야구장의 담장은 잔디선과 닮음이다. 크기는 다르지만 모양이 같다는 뜻이다. 야구 규칙에는 본루에서 좌우 담장까지의 거리는 97.53m(320피트) 이상, 가운데 담장은 121.92m(400피트)를 넘는게 좋다고만 나올 뿐 정해진 건 없다.

두산과 LG의 프로야구단은 좌우 100m, 가운데 125m인 잠실구장을 함께 쓴다. 하지만 LG의 홈경기에서는 가운데를 121m로 당기고 담장 높이도 2.7m에서 2m로 낮게 바꾼다. 구장의 크기와 담장 높이는 홈런 개수와 관련이 깊다. 지난해 LG가 담장을 당긴 부분에서만 64개의 홈런이 나왔다.


투수판의 위치는 왜 18.44m?

야구장의 규격은 미국의 길이 단위에 맞게 딱딱 떨어진다. 하지만 투수판만은 60피트가 아닌 60피트 6인치(18.44m) 거리에 있다. 초기에 투수판은 45피트(13.64m)에 있었다. 삼진 아웃이 없었던 터라 투수는 공을 던져 타자가 칠 수 있게 만들면 그만이었다. 1851년 삼진을 도입하면서 50피트(15.15m)로 멀어졌다. 이때까지 투수는 공을 엉덩이 아래 높이에서 던져야 했다. 거리가 멀어진 만큼 투수의 팔이 올라가기 시작하더니, 1884년에는 어깨 높이에서도 던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공의 속도가 빨라져 타자에게 불리하다고 알려지면서 1893년에야 지금의 위치인 60피트 6인치에 놓이게 됐다. 물리학자들은 공에 걸린 회전력과 중력이 가장 이상적인 조화를 이루는 지점이 바로 이 거리라고 설명한다.

 

야구장은 직선과 곡선, 사각형과 원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다.



루 사이의 거리는 왜 27.432m?

1845년 미국의 알렉산더 카트라이트는 처음으로 야구 규칙을 정했다. 그는 본루에서 2루까지의 거리를 42걸음으로 했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이용하면 1루까지의 거리는 약 30걸음이 나온다. 1걸음을 90cm로 두면 27m로 현재의 27.432m와 비슷하다. 경기를 하면서 내야 땅볼을 친 타자가 1루에서 아슬아슬하게 아웃되는 시간을 기준으로 이 거리를 정했다고 추측된다.


특이한 야구장
 

특이한 야구장


미국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구장인 ‘AT&T파크’는 오른쪽 담장까지 거리가 94m로 짧은데다가, 작은 관중석 너머로 바다가 펼쳐져 있어 장외로 나간 홈런공은 바다에 빠진다. 미국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구장인 ‘펜웨이파크’는 오른쪽 담장이 0.9 ~1.5m로 아주 낮지만 왼쪽 담장은 높이가 11.3m나 된다. 거대한 높이 때문에 ‘녹색 괴물(그린 몬스터)’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광주 무등구장도 가운데 담장 높이가 6.9m다.


야구장 방향의 비밀

본루에서 투수판을 지나 2루로 향하는 직선은 동북동(북쪽을 기준으로 67.5°)을 향한다. 이 방향으로 경기장을 지으면 우리나라와 같이 북반구 중위도 지역에서 오후 늦게 야구 경기를 시작할 때, 햇살이 타자나 투수의 눈에 들어가지 않는다.


*1인치 = 2.54cm, 12인치 = 1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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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수학동아 정보

  • 이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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