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칼을 갈며 허풍과 도형의 뒤를 밟아 온 코사노스트라. 일당의 근거지인 이탈리아에서 허풍과 도형을 처단하려 한다. 그러나 콜레오네 패밀리의 배신으로 코사노스트라의 꿈은 물거품이 된다. 코사노스트라와의 끈질긴 인연의 고리를 끊은 허풍과 도형은 고대 유적이 살아 숨 쉬는 아름다운 나라 그리스에 도착하는데….
1 공짜 음식이 와르르
“선생님, 여기가 헤라 신전 맞죠? 기대하고 왔는데…. 돌기둥 몇 개만 떡 하니 서 있다니…. 실망이에요. 헤라의 위엄은 온데간데없고 말이죠.”
“기원전 6세기경에 지어진 건물이니 이 정도 남아 있는 것도 대단하지.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싸움이 있었겠니. 이 앞은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 성화를 붙이는 곳으로도 유명하단다.”
“우와~. 선생님, 저 몰래 공부하세요? 요즘 부쩍 박식해지신 것 같아요.”
“요 녀석, 원래 내 모습이 이렇다니까. 머리를 썼더니 배가 고파지는구나. 안내지에 나온 식당으로 가 볼까?”
그리스를 대표하는 음식인 양고기구이를 먹기로 한 허풍과 도형.
“양고기구이라…. 어떤 맛일까요? 샐러드를 곁들여 먹으면 더 맛있대요.”
마피아 사건으로 이탈리아 음식을 먹지 못해 마음 아팠던 둘은 맛있는 그리스 음식을 두루 맛보기로 한다.
“여기 일하는 분들 모두 가족인가 봐요. 다들 닮았어요. 하하. 선생님, 저기 사람들이 모여 있어요? 무슨 일인지 제가 갔다 올까요?”
허풍은 도형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음식에만 집중하고 있다. 눈치를 보던 도형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갔다 온다.
“선생님, 퍼즐을 풀면 음식이 공짜래요. 공짜. 선생님도 같이 풀어요.”
“음식을 배불리 먹은 허풍에게 이 정도 퍼즐은 식은 죽 먹기지. 하하하. 어디 보자.”
허풍은 부쩍 퍼즐에 관심을 보인다.
‘화살표에 있는 숫자는 그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에 있는 모든 화살표에 써진 서로 다른 숫자의 종류다. 만약 1이라고 써진 화살표가 오른쪽을 가리키고 있다면 그 화살표의 오른쪽에 있는 화살표에는 모두 같은 숫자가 쓰여 있어야 한다. 이 조건에 맞게 빈 칸을 모두 채워라.’
2 허풍을 시험하는 툴라
퍼즐을 풀어 사람들로부터 박수를 받은 허풍은 의기양양하다.
“선생님, 내일도 여기서 먹어요. 맛도 맛이지만 퍼즐을 풀면 음식이 공짜잖아요.”
“그래, 이 허풍 님의 실력을 뽐내야지.”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숙소로 향한다.
“저기, 잠깐만요.”
“이 늦은 시간에 나를 부르는 여인의 목소리는 어디서 들려오는 거지?”
낯선 목소리지만 여자 목소리라는 것에 먼저 반응을 보이는 허풍이다.
“아까 식당에서 퍼즐을 푸는 것을 봤어요. 혹시 저를 도와 주실 수 있으세요?”
“물론이죠. 저를 필요로 하는 다급한 목소리를 듣고 어떻게 거절하겠습니까.”
“어? 아까 식당에서 음식 갖다 줬던…. 그 누나 맞죠?”
“기억하시는군요. 저는 툴라예요.”
“이런, 이놈의 인기가 또 사고를 치고 말았군. 전 이곳에 오래 머물 수가 없어요. 아가씨의 마음은 알지만…. 미안해요.”
모든 여자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허풍의 고질병이다.
“혹시 이 퍼즐도 풀 수 있나요?”
“물론이죠. 사나이 허풍 배만 부르면 어떤 문제도 척척 해결할 수 있답니다.”
툴라는 숫자가 적힌 쪽지를 내민다.
“네모 칸에 써진 수의 규칙을 찾아 빈 칸에 들어갈 수를 알아맞히는 퍼즐이네요. 선생님 배가 볼록한 걸 보니 이 정도 문제는 순식간에 해결하시겠어요.”
“뭐, 이 정도야 누워서 떡 먹기지.”
단숨에 퍼즐을 풀어 낸 허풍. 도형도 허풍의 실력에 놀란다.
“선생님, 대단해요. 식당에선 운이 좋아 한 번에 푸신 줄 알았는데…. 언제 이렇게 실력이 느신 거예요? 제게도 비결을 알려 주세요.”
3 툴라의 고백
“결혼하게 해 주세요.”
뜻밖의 말에 허풍과 도형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는다. 동상처럼 굳어 버린 두 사람에게 툴라는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그러니까 아버지가 그리스 사람과 결혼해야 한다고 고집해서 사랑하는 분을 가족들에게 소개해 줄 수
없다는 거죠?”
“아버지가 워낙 완강하셔서 사랑하는 사람이 있지만 비밀로 만나고 있어요.”
“그런데 왜 저와 결혼을 하자고 하신 거죠? 저도 그리스 사람이 아닌데….”
“네? 결혼하게 도와 달라는 얘기였는데…. 아버지가 좋아하는 퍼즐을 잘 푸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마음을 열어 주실 것 같아서요. 내일 저녁 가족들이 모이는 자리에 나와 아버지 몰래 남자친구를 도와 주세요.”
툴라의 아버지는 모든 대화에서 퍼즐을 빼놓지 않을 정도로 퍼즐 사랑이 유별나다.
“내게 반한 게 아니었어. 어째서!”
“선생님! 툴라 누나,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도와 드릴게요.”
다음 날 저녁, 툴라의 집 정원은 오랜만에 만나는 툴라의 친척들로 시끌벅적하다.
“우리는 여기서 툴라의 남자친구인 이안 씨에게 신호를 보내면 되는 거야. 그나저나 돼지고기 꼬치가 여기 어디 있었는데….”
허풍이 음식을 찾는 동안 툴라는 이안을 학교 친구라고 아버지께 소개한다.
“이 친구가 퍼즐을 좋아한다는 그 친구인가? 그래 잘 왔네. 우리 툴라와 같은 과 친구라고. 허허허.”
이안과 만난 툴라의 아버지는 껄껄 웃으며 퍼즐 이야기를 꺼낸다.
“여기 빈칸에 한 자리의 수를 하나씩 넣어서 가로 세로 어느 쪽으로 읽어도 제곱수가 되게 만들면 된다네. 어때, 해 볼 만한가?
이안은 주뼛주뼛 허풍의 눈치를 살피고 허풍과 도형은 퍼즐의 해답을 온몸으로 표현하려고 애쓴다.
4 퍼즐, 사랑의 메신저
“이 친구, 퍼즐을 척척 잘 풀어 내는걸. 그래, 툴라는 학교에선 어떤가? 이 녀석이 집에 와서는 통 이야기를 안 하니 원~.”
이안은 식은땀을 닦으며 말한다.
“툴라는 굉장히 활발해요. 친구들도 많고요. 모두가 좋아한답니다. 마음씨도 얼마나 고운지 어려운 친구를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습니다.”
“허허허, 어려서부터 다른 건 몰라도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은 꼭 도와 줘야 한다고 가르쳤지.”
“툴라도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고 말합니다.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분이라며….”
툴라의 아버지와 이안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허풍과 도형은 심호흡하며 숨을 고르고 있다.
“선생님, 괜찮으세요? 얼굴이 창백해요.”
“도형아, 남자란 말이다. 여자의 부탁에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거란다.”
그 사이 툴라의 아버지와 이안은 두 번째 퍼즐 이 야기를 시작한다.
“이 친구 참 좋은 친구로구먼, 그리스 사람만큼 진국이야. 허허허, 그래 자네도 아는 퍼즐 하나 내 보게나.”
“아, 네…. 저기…. 잠깐만요.”
허풍과 도형은 몸짓으로 이안에게 퍼즐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진땀을 뺀다.
“가로줄의 수를 더했을 때의 값이 모두 같게 또 세로줄을 곱했을 때의 값이 모두 같게 하는 수를 찾아 빈 칸을 채우시면 됩니다.”
이안은 툴라의 아버지께 간단한 퍼즐을 설명한다. 하지만 그 간단한 문장을 이안에게 전하기 위해 허풍과 도형은 꽤나 고생한다.
★ 사랑이 부끄러운 허풍
“이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구먼. 허허허, 시간이 되면 종종 찾아와 주게나. 식사도 같이 하고 말이야.”
“아버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사실 전 툴라의 학교 친구가 아닙니다. 그리스 사람도 아니고요. 하지만 누구보다 툴라를 사랑합니다. 툴라와 결혼하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식당 안은 쥐죽은 듯 조용해진다.
“난 편견 많은 고집쟁이 늙은이일세. 하지만 딸아이가 사랑하는 사람을 어찌 모르겠나. 자네를 보는 툴라의 눈을 보면 알 수 있다네. 이 늙은이 때문에 고생이 많았네, 저 두 사람도 말이야. 애썼네.”
“아빠, 그럼….”
“내 딸이 사랑하는 사람이면 된단다. 나 때문에 이렇게 노력하는데, 너를 위해서라면 얼마나 더 애쓰겠니.”
“감사합니다, 아버님.”
“고마워요. 허풍 씨, 도형 씨.”
“선생님, 힘들었지만 정말 보람 있는 일을 한 것 같아요.”
“툴라 양, 행복하게 살아요. 그리고 어여쁜 친구있으면 소개 좀…. 나도 결혼하고 싶다! 힝.”
허풍의 퍼즐쇼!
안녕하세요? 도형입니다. ‘허풍의 퍼즐쇼!’가 시작된 지 3달이 되어 가는데 한 번도 불러 주지 않다니. 너무하죠? 도형이 나오게 해 달라고 엽서에 적어 보내 주세요. 흐흐. 지금도 선생님 낮잠 주무실 때 몰래 나온 거랍니다. 아참! 주어진 퍼즐 문제를 풀어서 수학동아 엽서에 적어보내 주세요. 푸짐한 상품을 드려요. 선생님 일어나실지 모르니 이만 가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