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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문고 천하대특별반 수학도사를 만나다


병문고 천하대특별반 수학도사를 만나다


수학동아 친구들에게 병문고 특별반 수학 선생님을 소개하라는 특명을 받고 KBS 수원센터를 찾았어. 드라마 촬영이 이루어지는 스튜디오 안에는 공부의 신 3, 4화 촬영 준비로 연기자와 스텝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어. 그런데 오늘의 주인공만 안 보이는 거야. 변희봉 선생님을 찾아 한참을 헤맨 뒤 대기실에서 만날 수 있었어.

✚ “추운데 먼 길 오느라 수고가 많아요. 그런데 나 수학 잘 못해요. 무슨 이야기를 해 줘야 하나. 하하.”

검게 그을린 얼굴과 대비되는 백발과 갈색 두루마기. 대기실에서 만난 변희봉 선생님의 모습은 수학 선생님이라기보다는 도사 같았어. 선생님은 수학동아에서 왔다고 하니까 수학에 대해서만 물어 볼까 봐 걱정이라고 하셨어.

“알다시피 1, 2화에는 내가 안 나왔잖아요. 그런데 시청률이 너무 잘 나온 거예요. 나 나오고부터 시청률 떨어지면 안 되는데 말이지요. 어찌나 부담스러운지 몰라요.”

이 걱정은 안 하셔도 될 뻔했어. 선생님 출연 후 25%가 넘는 시청률을 보이며 월화드라마의 최강자가 됐으니 말이야.

“처음 차기봉 역할이 들어왔을 때는 이 역할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공부의 신 촬영 스텝들이 너무 좋은 거예요. 이 사람들하고 촬영하면 좋은 드라마가 나오겠다 싶어서 차기봉 역할을 하게 됐지요. 그래서 지금 수학공식 외우느라 죽을 똥 싸고 있어요. 하하.”

죽을 똥 싸고 있다는 말에 대기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어. 이어서 차기봉은 어떤 선생님인지 물어 봤어.
 

변희봉


“한때 전설적인 수학 선생님이었어요. 그런데 열심히 가르쳐서 좋은 대학 보내고 성공 하도록 도와 주면 뭐해요. 자기 욕심만 채우는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데. 그래서 차기봉은 다시는 고등학생을 가르치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달동네에서 무료로 어린 학생들을 가르쳐요. 그러다 강석호(김수로)의 부탁을 받고 특별반 수학을 맡게 되지요.”

차기봉 선생님은 공부 잘 하는 학생에게만 관심을 갖고 못하는 학생은 그냥 내버려두는 사회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도 해. 차기봉 선생님이 병문고 특별반 학생들을 맡은 것도 그 학생들이 꼴찌기 때문이래.

“차기봉은 아는 문제를 실수로 틀리는 것을 아주 싫어해요. 그래서 같은 유형의 문제를 최소 3000번은 풀라고 하지요. 공식은 구구단처럼 생각하지 않고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외우게 시키고요. 수학은 반복에 반복에 반복을 해야 한다고 외치는 선생님이에요.”

차기봉 선생님의 교육방법은 논리적으로 따지지 않고 무조건 공식을 외우고 문제를 많이 푸는 주입식 교육이야. 이 방법으로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는 것은 맞아. 하지만 풀어 본 유형 외에 다른 유형의 문제나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는 풀기가 어려워. 따라서 정말 수학을 잘하고 싶다면 수학의 정의를 확실히 이해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를 푸는 연습을 해야 해.

전설적인 수학 선생님을 연기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촬영 중에 재미있는 일이 있었는지 물어 봤어.

“나 때는 지금처럼 열을 올리며 공부하지도 않았고, 또 학교 다닌 지가 언젠데 수학이 기억이나 나겠어요. 그런데 대본을 보면 수학공식 투성인 거라. 대사 외우느라 애를 먹고 있어요. 탁구를 치는 자세로 수학 문제 내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수학문제가 입에 안 붙어서 얼마나 혼이 났다고요. 어린 친구들하고 같이 촬영하는데 내가 자꾸 NG를 내니까 부끄럽기도 하고 말이지요.”

공부의 신 3화에 나왔던 이 장면! “수학은 스포츠다”라고 하면서 탁구를 치며 수학문제를 풀어서 참 재미있게 봤는데, 촬영은 쉽지 않았나 봐.

“칠판에 글씨 쓰는 게 그렇게 어려운 줄 처음 알았어요. 글씨를 쓰면서 학생들도 봐야 하고 거기다 대사도 해야지. 아이구~, 웬만하면 내가 연기하고 대역은 잘 안 쓰는데 이건 도무지 안 되더라고요. 수학 선생님이 와서 칠판 글씨를 써 주고 그래요.”

선생님이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가서 병문고 학생이 된다면 특별반에 들어갈 생각이 있는지 여쭤 봤어.

“그럼 들어가야지요. 나를 위해서 선생님들이 열정을 다하잖아요. 합숙까지 하면서 집중적으로 공부하도록 도와 주고. 특별반에 있었으면 공부 잘했을 것 같은데요. 하하~.”

선생님과 이야기를 한참 나누고 있는데 촬영 스텝이 와서 선생님 차례라고 스튜디오로 가셔야 한다는 거야. 그래서 인터뷰는 조금 뒤로 미루고 공부의 신 촬영을 잠깐 살펴보기로 했어.

스튜디오는 특별반 교실로 꾸며져 있었어. 특별반 5명의 학생이 모두 교실에 있는 거야. 특별반 담임, 부담임 선생님도.공부의 신 주인공이 한자리에 모인 거지. 교실 안에는 10명정도의 스텝도 있었어. 교실 밖에는 카메라로 찍은 화면을 볼 수 있는 모니터 앞에 연출가를 비롯한 10여 명의 스텝이 더 있었고. 이번 촬영은 황백현(유승호)이 계산문제만 계속 풀자 우리가 무슨 계산기냐고 화를 내는 장면이었어. 연출가의 지시에 따라 같은 장면 을 4~5번 촬영했어. 이 촬영이 끝나고 차기봉이 아닌 변희봉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봤어.

 “처음엔 성우를 했어요. 70년대에 들어와서 TV 드라마도 하고 연극도 하고 그랬죠. 90년대 말에는 연기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가려고 했어요. 그 때 나라 경제가 안 좋아서 영화계도 안 좋았거든요. 날 써 주는 곳도 없었고. 그런데 봉준호 감독이 찾아와 영화를 하자고 하는 거예요. 안 한다고 계속 거절했는데 하도 연락을 많이 해서 한번 만났어요.그런데 나에 대해 많이 아는 거예요. 내가 출연했던 작품을 이야기하면서 나 아니면 안 된다고 부탁하는데, 어찌나 고마운지. 그래서 출연을 했죠. 그 영화가 ‘플란더스의 개’예요. 이 영화 뒤로 날 찾는 곳이 많아졌어요. 봉준호 감독한테 두고두고 고마워하고 있죠. 그 사람 없었으면 지금의 나는 여기 없었을 거예요. 허허.”

변희봉 선생님과 봉준호 감독의 만남은 플란더스의 개를 시작으로 ‘살인의 추억’과 한국영화 역대 관객 순위 1위인 ‘괴물’까지 계속됐어.

“ ‘괴물’의 박희봉 역할과 ‘더 게임’의 강노식 역할에 애착이 많이 가요. 지금까지 보여 주지 못한 면을 보여 줄 수 있는 역할이었거든요.”

선생님은 괴물의 박희봉 역할을 통해 가족을 위해 목숨을 건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 주셨어. 더 게임에서는 젊음을 위해 한 청년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강노식과 신체가 바뀌어 노인의 모습인 된 민희도를 연기하셨지. 대중에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작품을 고를 때도 자신이 맡을 인물의 성격을 가장 신경 쓰신다고 해. 연기 변신이 가능한 캐릭터인지 보는 거지.

“감독님은 대개 이 배우가 이 역할을 잘 할 수 있을까 하고 망설이거든요. 내게 연애하는 역할을 맡겨 주면 잘 할 거 같은 데 연락하는 사람이 없어요. 하하.”

변희봉 선생님은 지금처럼 1년에 좋은 작품을 한두 편씩 하는 게 꿈이래. 선생님의 꿈이 꼭 이루어지길 바라면서 공부의 신도 재미나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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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2월 수학동아 정보

  • 조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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