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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초의 여자 대통령을 꿈꾸는 수학 영재

IMC 국제수학 올림피아드 대상 김가을

최초의 여자 대통령을 꿈꾸는 수학 영재


“사랑은 아낌없이 빼앗는 것이다”라는 말을 남긴 채 아들인 비담 앞에서 죽음을 맞이한 미실. 미실의 죽음과 미실의 곁을 지키며 눈물 짓는 비담을 보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덕만과 김유신! 선덕여왕 재방송이냐고? 아니, 충암초등학교 5학년 매화반 친구들이 선덕여왕의 한 장면을 멋들어지게 재현한 거야. 심지어 독을 맡은 친구도 있었어. 그 중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친구가 덕만 역할을 한 김가을 학생이야. 선덕여왕 놀이를 즐기며 친구들과 노는 게 좋다는 가을 학생은 1년 전, IMC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초등부 대상을 받았어. 가을 학생이 이렇게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특별한 공부법에 대해 들어 보았어.

 

IMC 국제수학 올림피아드 대상 김가을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가을 학생은 수줍은 미소로 인사를 건넸어. 수줍은 미소 뒤에 장난끼 가득한 표정은 여느 또래와 같더라고. 그래도 국제대회에서 대상을 받을 만큼 뛰어난 수학 실력을 가지고 있는 가을 학생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지 않을까? 가을 학생에게 학교에서 돌아오면 오자마자 책상에 앉아 바로 공부부터 하는지 물었어.

“히히, 옷도 편한 것으로 갈아입고 엄마와 수다도 떨고 조금 쉬었다가 해요. 전 학교에서 수학·영어경시반이라서 숙제가 많아요. 그래서 가장 먼저 숙제를 하고 나서 그 날 배운 내용을 공부해요. 국영수 공부는 매일 해야 하기 때문에 과학과 사회는 시간이 있을 때마다 틈틈이 해요.”

가을 학생은 공부한 내용을 적어 놓은 공책으 꺼내 보여주면서 평소에 어떻게 공부하는지 자세히 설명해 줬어.

"공책 맨 앞에 그 날 공부할 내용을 적고 계획대로 공부했으면 해당하는 날짜에 하트를 그려요. 스티커를 붙일 때도 있고요. 히히~. 교과서와 전과를 꼼꼼히 읽어 보고 문제집을 푸는데, 공부한 내용 중 중요한 부분은 공책에 따로 정리해요. 알아보기 좋게 대표적인 내용은 빨간색으로 적고 자세한 설명은 파란색으로 적어요. 틀린 문제는 다시 봤을 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만 간략하게 적고 왜 틀렸는지, 답이 무엇인지를 자세히 적어요. 공책정리를 다 한 뒤에는 정리한 내용을 다시 읽어 보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포스트잇을 활용해 보충해요.”

아무래도 수학은 공부할 양이 많기 때문에 수학공책은 따로 한 권 더 있대. 가을 학생만의 특이한 공부법이 있냐고 묻자 가을 학생은 인터뷰 내내 함께 했던 엄마의 눈치를 보더니 사실이 공부법 때문에 엄마한테 자주 혼난다고 말해 줬어.

“공부해야 할 내용을 노래로 만들어 불러요. 매번 부를 때마다 노래가 달라지긴 하지만요. 공부하는 내용을 가사로 입혀서 노래하는데 엄마는 너무 시끄럽게 공부한다고 혼을 내세요. 그런데 저는 이렇게 공부하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재미있거든요.”

가을 학생은 진정으로 공부를 즐기는 것 같았어. 공부 시간과 쉬는 시간을 정해 공부한다는 가을 학생은 한 과목을 끝낸 후 30분 정도 쉰대. 쉬는 시간에는 한창 인기 있는 가수의 노래와 춤을 따라하는데, 요즘에는 2PM이나 샤이니의 노래를 즐겨 부른다고 해.
 

중요한 내용과 틀린 문제를 따로 정리해 놓은 가을 학생의 오답노트


각종 수학경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가을 학생은 언제부터 수학 공부를 시작했는지, 이런 성과를 거두려면 어떻게 공부해야 되는지 물어 봤어.

“수를 배운 건 유치원 때부터예요. 제가 덧셈, 뺄셈하는 걸 좋아해서 할머니께 문제를 내 달라고 매일 졸랐어요. 그런데 제가 문제를 계속 내 달라고 하니까 할머니께서 조금 힘들어하셨어요. 결국 학습지를 하게 됐죠. 덕분에 초등학교 전에 곱셈까지 배웠어요. 입학 후에는 바로 수학경시반에 뽑혀 경시반 담당 선생님이신 성낙중 선생님께 수학을 배웠죠.”

사실 가을 학생이 다니고 있는 충암초등학교는 수학으로 꽤나 유명한 학교야. 교내 수학경시반 학생들이 굵직한 수학경시대회에 참가해 상이란 상은 다 휩쓸고 있거든.

“선생님은 문제를 풀 때 꼭 식을 적게 하세요. 식을 적지 않은 문제는 답이 맞아도 정답으로 인정해 주지 않으세요. 덕분에 수학 문제를 풀 때 식을 꼼꼼하게 적는 습관이 생겨 실수하는 경우가 드물어요. 제가 풀어 온 문제 중에 난이도가 높은 문제는 친구들 앞에 나와 문제와 풀이과정에 대해 설명해요. 설명을 하려면 용어나 개념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공부도 더 열심히 하게 되고 발표하다 보면 저절로 공부한 내용이 체계적으로 정리돼 공부 효과가 좋아요.”

수학경시대회는 종류만도 십여 개가 넘어. 대회별로 시험의 유형이나 범위가 달라서 모든 대회를 준비하기란 쉽지 않을 거야. 가을 학생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물어 봤어.

“대회마다 준비를 하지는 않아요. 다만 창의사고력 문제를 많이 풀어 보죠. 경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창의사고력 문제를 푸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성낙중 선생님의 권유로 국제수학검정협회에서 보는 자격시험에 응시한 가을 학생은 S등급과 최우수상(전국 상위 2%)을 받아 서울대에서 열리는 전국수학경시대회에 참가했고, 그 대회에서 전국 3등을 해 국제대회에 나갈 자격을 얻었어.

“전국 3등을 한 것만으로도 정말 기뻐서 대만에서 열린 국제대회는 참가하는 데 의의를 뒀어요. 문제집을 한 권도 안 가지고 대만으로 갔으니 말 다했죠. 시험 전날도 엄마와 함께 쇼핑하고 돌아와 일찍 잤어요.”

올해로 7회를 맞이하는 IMC 국제올림피아드는 한국, 미국, 인도를 비롯한 10개국에서 1000명에 가까운 영재가 참여하는 권위 있는 수학경시대회야. 6회 대회에 참가한 가을 학생은 서술형 5문제 모두를 거의 완벽하게 풀어 초등부 대상을 거머쥐었어.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아 편안한 마음으로 시험장에 들어섰어요. 다행히 제가 좋아하는 유형의 창의사고력 문제가 많이 출제돼 문제가 너무 어렵지는 않았어요. 문제를 다 풀고 나와 기쁜 마음으로 엄마에게 달려가 ‘나 1등 할 것 같아’라고 말했어요. 정말 신이 나서 말했는데, 엄마는 왜 이렇게 경솔하냐고 아직 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 너무 들떴다고 혼내셨어요. 알고보니 앞서 나온 친구들이 시험이 어려워 잘 못 봤다고 속상해하고 있을 때 제가 그렇게 말을 하니 엄마가 많이 당황하셨대요.”

시험이 끝난 후 놀이동산에 가기로 약속했는데 경솔한 행동을 한 죄로 가을 학생은 놀이동산에도 가지 못하고 숙소에 있었대.

“다음날 제가 대상을 탔다고 연락이 왔어요. 엄마가 저에게 많이 미안해하셨죠. 대상을 탔다고 하니 ‘내가 세계에서 1등이다’라는 생각에 정말 좋았어요. 하지만 전날 야단을 많이 맞은 탓에 친구들 앞에서는 겸손하게 행동했죠. 친구들에게 위로도 해주고요. 하하.”

이 대회를 통해 가을 학생은 자신감을 배웠다고 했어. 세계 각국의 친구들과 경쟁하면서 열심히만 하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해.

가을 학생의 꿈은 최초의 여자대통령이래. 작게는 우리나라를 잘 이끌어 나가고 크게는 세계를 위해 일을 하고 싶다는 가을 학생은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대통령이 되고 싶대. 가을 학생은 곧 중국에서 열리는 국제수학경시대회에 참가해. 이번에도 좋은 결과가 나와 가을 학생의 꿈이 꼭 이루어지기를 바랄게.

2010년 01월 수학동아 정보

  • 조가현 기자
  • 사진

    고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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