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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바위보 필승전략


“가위 바위 보!”‘무한도전’ ‘1박2일’과 같은 오락프로그램에는 매번 술래를 정하는 상황이 등장한다. 이 때 아무런 도구 없이 간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가위바위보다. 언제 어디서든 가위바위보는 수 초 만에 승자를 결정해 준다. 결과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가위바위보의 세가지 손모양에 담긴 완벽한 균형의 정신 때문이다. ‘3’이란 수에는 누구나 강점과 약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절대강자는 없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하지만 가위바위보의 세계에는 엄연히 고수가 존재한다. 가위바위보에 담긴 수학 원리와 통계에 따른 전략이 이들만의 비책이다. 역사에서 비책까지, 수학동아는 가위바위보의 고수로 가는 지름길을 차근차근 소개한다.

세계인의 놀이, 가위바위보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 앞에서 가볍게 주먹을 쥐고 박자에 맞춰 손을 흔들어 보자. 그러면 이내 가위바위보를 하자는 뜻인 줄 알아챈다. 외국인과 쉽게 친해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전세계 대부분이 아는 놀이 가위바위보는 언제 처음 만들어졌을까?

최초의 가위바위보 놀이는 종이와 가위가 일반인에게 널리 보급된 5세기경 중국에서 시작했다는 것이 유력한 학설이다. 가위는 바위를 자를 수 없지만 보(종이)는 자를 수 있고, 보는 바위를 쌀 수 있다는 상호 견제의 의미가 이 때 처음으로 정착됐다.

엄지, 검지, 새끼손가락으로 하는 중국의 놀이 ‘충권’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엄지는 개구리, 새끼손가락은 민달팽이, 검지는 뱀을 뜻한다. 개구리(엄지)는 민달팽이(새끼손가락)를 잡아먹고 민달팽이는 뱀(검지)을 녹이며 뱀은 개구리를 잡아먹는 점을 이용했다. 이와 비슷한 놀이인 ‘양권마’가 17세기경 일본으로 전해져 현지 발음인 ‘장켄봉’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인도에도 비슷한 놀이가 있다. 인도에서 가위는 쥐, 바위는 호랑이, 보는 코끼리를 상징한다. 쥐(가위)는 코끼리(보)의 콧구멍 속에 들어가 질식하게 만들지만 호랑이(바위) 앞에서 꼼짝을 못 한다. 힘센 호랑이도 덩치 큰 코끼리에게는 못 당한다. 이런 규칙으로 승부를 겨루는 놀이다.

미국에선 가위바위보를 락-페이퍼-시저스(바위-종이-가위)라고 부른다. 하지만 ‘로샹보’라는이름도 자주 사용된다. 미국가위바위보협회 홈페이지에는 가위바위보로 미국 독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로샹보’ 장군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역사적인 사실이라기보다 전설에 가까운 이야기지만 승부를 결정짓는 수단으로 가위바위보가 흔히 쓰이는 문화를 엿볼 수 있다.

1780년 프랑스는 미국 독립군을 돕기 위해 ‘콩트드 로샹보’ 장군을 보냈다. 힘을 합친 연합군은 1781년 요크타운에서 펼쳐진 최후의 전투에서 영국군을 완전히 포위했다. 포위당한 채 저항을 계속하던 영국군 사령관 ‘찰스 콘월리스’는 3판양승의 가위바위보에서 지면 항복하겠다고 제안했다. 미국 독립군의 워싱턴 장군은 2번 연속해서 가위를 냈는데, 그만 모두 지고 말았다. 그러자 연합군의 사기가 떨어질 것을 염려한 로샹보 장군이 대신 나서 5판3선승 경기로 늘리자고 말했다. 운명이 걸린 승부에서 로샹보 장군은 바위-가위-가위를 내 완벽한 승리를 이끌어 냈다.

우리나라에는 일제시대 아동문학가 윤석중 선생이 장켄봉을 순우리말인 ‘가위바위보’라는 이름으로 바꾸어 들여왔다. 그런데 최근 주변에서 가위바위보를 ‘가위가위보’라고 외치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 가위바위보보다 가위가위보가 발음하기 편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인데 분명히 잘못된 표현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북한에선 가위바위보를 ‘돌가위보’라고 부른다. 덕분에 우리처럼 가위바위보를 ‘가위가위보’라고 잘못 부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세계인의 놀이, 가위바위보


확률을 알면 승리가 보인다

친구 4명이서 가위바위보를 하면 쉽게 승부가 나지 않는다. 가위바위보는 매우 복잡한 경우의 수를 가진 게임이기 때문이다. 4명이 동시에 하는 것과 2명씩 토너먼트 형식으로 하는 것 중 어느 것이 자 신에게 유리할까? 다른 3명을 일렬로 세워놓고 1대1로 가위바위보를 해 모두 이길 확률은 얼마일까? 가위바위보의 확률을 잘 알면 게임의 규칙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 수 있다.
 




 


가위바위보 한판에 수십억 원!
 

가위바위보 한판에 수십억 원!


가위바위보 한 판으로 수십억 원의 행방이 결정된 사건이 있었다. 2005년 일본의 한 전자업체의 하시야마 다카시 사장은 200억원이 넘는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을 경매해 줄 회사를 찾고 있었다. 수십억 원의 수수료를 남길 수 있었기에 예술품 경매회사의 양대산맥인 크리스티와 소더비는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다카시 사장은 두 회사 대표에게 경매권을 가위바위보로 정할 것을 제안했다. 이 때 크리스티의 대표는 열한 살짜리 딸의 조언에 따라 가위를 내 보를 낸 소더비 대표를 이길 수 있었다. 가위바위보에선 상대방이 바위를 낼 것이라고 생각해 보를 많이 내는데, 소녀는 이것을 한 번 더 생각해 가위를 내는 전략을 알려 줬던 것이다.

고수의 비책 대공개!
 

해마다 열리는 세계가위바위보대회에서는 수천만 원의 상금을 놓고 각국의 선수들이 가위바위보 전략을 겨룬다.


지금까지 가위바위보의 확률을 수학적으로 복잡하게 따져 봤지만 실제 경기를 하다 보면 조금씩 다른 결과가 나오기 마련이다. 가위바위보를 잘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 걸 보면 수학적인 확률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사람들은 바위를 많이 내는 경향이 있다. 일본 도쿄과학대 미츠이 요시자와 교수는 2000년 일반인 725명을 대상으로 가위바위보를 1만 1567번 실험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바위를 35.0%, 보를 33.3%, 가위를 31.7%로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부학적으로 바위는 에너지를 가장 적게 소모할 뿐 아니라 손의 신경과 근육을 생각할 때 가장 취하기 쉬운 손모양이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A. 가위바위보에서 이기려면 보를 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비록 작은 차이지만 바위를 내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첫 판에서 보를 내면 가위바위보의 승률을 높일 수 있다.

가위바위보는 한 판으로 끝나지 않고 여러 판을 이어하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 판을 대비하는 전략은 어떤 게 있을까? 괜히 깍지낀 팔을 한번 꼬아 보거나 손등의 주름을 살피는 등 다양한 전통 비법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이들은 약간의 생각할 시간을 벌어 주는 것 외에 특별히 도움이 되진 않는다.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는 수학적인 방법을 찾아보자.

요시자와 교수의 실험에 따르면 앞에서 냈던 손모양을 연속해서 내는 확률은 22.8%로 나타났다. 실제로도 같은 손 모양을 연속해서 내는 경우가 그리 흔하지 않다. 이를 이용하면 두 번째 판을 이길수 있는 전략을 구상할 수 있다. 바로 B. 앞 판에서 상대방이 낸 손 모양에 지는 손 모양을 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앞 판에서 상대방이 보를 냈다면 다음 판에서 상대방은 보를 제외하고 가위나 바위를 낼 확률이 높다. 이 때 바위를 낸다면 이기거나 적어도 비길 수 있다는 말이다. 즉 앞 판에서 상대방이 보를 냈다면 다음 판에는 보에게 지는 바위를 내면 이기거나 적어도 비길 확률이 높다.

● 전세계 2억 5000만 명이 가입한 세계 최대의 커뮤니티 사이트 ‘페이스북’에 공개된 가위바위보 게임 ‘로샴불’은 상대방이 지금까지 냈던 가위바위보 통계를 미리 볼 수 있다. 게임의 전체 통계를 보면 바위 36%, 가위 34%, 보 31% 순으로 나타났다. 손가락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으로 클릭하는 방식이어서 사람이 직접 가위바위보를 한 실험과는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위바위보에서 이기는 전략7

1. 초보자에게는 '보'를 내라! 특히 남자들은 첫 판에 바위를 내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2. 숙련자에게는 '가위'를 내라! 첫 번째 전략을 아는 숙련자에게 한 단계 나아가 '가위'를 내면 이길 수 있다.

3. 상대방이 같은 모양을 두 번 연속 냈다면 세 번째 판에는 상대방이 냈던 모양에 지는 손 모양을 내라! 앞에서 설명한 B전략과 비슷하다. 사람은 자신의 의도를 간파당하는 것이 싫어서 세 번 연속 내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4. 자기가 낼 것을 미리 말한 뒤 똑같은 것을 내라! 당신이 내겠다고 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 이기는 손 모양을 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예를 들어 주먹을 내겠다고 하면 상대방은 의외로 보를 내지 않는다. 상대방은 결국 바위와 가위중에 내게 되므로 당신은 이기거나 적어도 비길 수 있다.

5. 상대가 생각할 틈을 주지 마라!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전에 냈던 것에 이기는 손 모양을 내려는 경향이 있다. 상대방이 손 모양을 바꾸려는 생각을 하기 전에 3번 전략을 쓰면 된다. 예를 들어 보를 냈던 사람은 무의식적을 다음 판에 가위를 내는 경향이 있다. 3번 전략을 따라 바위를 내면 상대방의 무의식을 이용할 수 있다.

6. 상대에게 한 가지 손 모양을 제시해줘라! 만약 상대방이 '가위'를 내게 하려면, 가위바위보 방법을 설명해 주겠다면서 "보는 바위를 이기고, 바위는 가위를 이기지. (이 때 가위를 보여 줘라) 그리고 (다시 가위를 보여 주면서) 가위는 보를 이겨"라고 말하라. 상대방은 눈 앞에 보였던 가위를 무의식적으로 내기 마련이다.

7. 가위바위보가 정신없이 계속될 때는 '보'를 내라! 앞에서 살펴보았던 1번 전략이 그대로 적용된다.

가위바위보협회

1842년 영국 런던에서 신사들의 모임인 ‘가위바위보클럽’이 시작됐다. 클럽의 목적은 가위바위보의 방법과 규칙을 가르치고 건전한 놀이 문화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이 모임을 시초로 1918년에는 ‘세계가위바위보클럽’이 출범했다. 클럽 본부도 런던에서 캐나다 토론토로 옮겨 세계화를 추진했다. 1925년 전세계 회원수가 1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으며 그 뒤‘세계가위바위보협회’로 이름을 바꿨다. 세계 공통의 가위바위보 규칙을 제정하고 2001년부터 세계가위바위보대회를 개최하며 어린이 대상의 교육이나 홍보 활동 등을 벌이고 있다. 올해 세계대회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11월 11일 열린다. 한국가위바위보협회는 2004년 설립돼 2005년에 세계대회 대표를 뽑는 제1회 국내대회를 개최했다.

가위바위보가 진화한다
 
1500년을 이어온 가위바위보가 최근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가위바위보에 두 가지 손 모양을 덧붙인 놀이가 나타난 것이다. 미국의 컴퓨터 공학자 사무엘 카스는 가위, 바위, 보 외에 도마뱀과 스팍을 추가한 놀이를 개발했다. 도마뱀은 엄지 손가락과 다른 네 손가락을 동그랗게 모아 도마뱀 머리 모양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스팍은 SF 드라마 ‘스타트렉’에 나오는 인간과 외계인 혼혈인 박사의 이름으로, 그가 손가락을 둘로 벌리는 손모양을 자주 취했던 것에서 착안했다. 놀이의 기본 틀은 한 가지 손모양이 다른 두 가지 손모양에 이기고 나머지 두 가지 손모양에는 지는 것으로 돼 있다. 카스는 가위바위보에서 비기는 경우를 줄이기 위해 이 놀이를 고안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인기리에 방영하고 있는 TV 시트콤 ‘빅뱅이론’에서 소개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규칙은 다음과 같다. 가위는 종이(보)를 자를 수 있다. 종이는 바위를 감싸서 이긴다. 바위는 도마뱀을 눌러 죽일 수 있다. 도마뱀은 스팍 박사를 독으로 죽일 수 있다. 스팍 박사는 가위를 부러뜨릴 수 있다. 가위는 도마뱀 목을 자를 수 있다. 도마뱀은 종이를 먹을 수 있다. 종이, 다른 말로 논문은 스팍 박사의 연구가 틀렸다고 증명할 수 있어서 이긴다. 스팍 박사는 바위를 증발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바위는 가위를 부러뜨려 이긴다.
 


예를 들어 A와 B 둘이서 묵찌빠를 할 때, 처음의 가위바위보에서 A가 보(빠)를 내고 B는 바위(묵)를 냈다고 하자. 이때 A는 묵, 찌, 빠의 세 가지 방법으로 공격할 수 있다. B를 위한 불패 전략은 오직 한 가지 소리에만 반응하라다. 다음 도표를 보자.

A가 빠, B가 묵일 때, B의 불패 전략

(1) A가 빠로 공격하면 그대로 있는다.
(2) A가 찌로 공격하면 그대로 있는다. 그러면 묵인 B에게 공격 기회가 돌아온다.
(3) A가 현재 B의 손모양인 묵으로 공격하면 B는 즉시 A의 손모양인 빠로 바꾼다. 공격 기회를 뺏게 되는 것이다.

다시 정리하면 ‘상대방이 현재 나의 손모양으로 공격할 때만 상대방의 원래 손모양으로 바꾸라’가 된다.

묵찌빠 외에 ‘하나빼기’도 가위바위보를 더욱 재밌게 할 수 있는 놀이다. 하나빼기는 확률보다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상대방의 심리를 이해하는 것이 승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손이 아닌 다리로 하는 가위바위보도 있다. 두 다리를 모은 것이 바위, 옆으로 벌린 것은 보, 앞뒤로 벌린 것을 가위로 하는 놀이다.

세계인의 놀이 가위바위보는 간단한 규칙과 달리 복잡한 확률과 다양한 전략이 숨어 있는 전략게임이다. 숨겨진 수학의 원리와 심리를 이해한 뒤 전략을 충분히 익히면 누구나 가위바위보 왕이 될 수 있다.

● 영국 왕립런던병원의 알래 스테어 데이비슨 박사는 가위바위보를 이용해 손의 다친부위를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을 2003년 의학저널 ‘인저리’에 소개했다. 가위는 척골신경이, 바위는 주먹을 쥐고 내미는 정중신경, 보는 손과 손목을 펴는 데 관여하는 요골신경의 움직임이 필요하다. 환자에게 각 손모양을 취하라고 한 뒤 불편함이 있는 손모양을 발견하면 해당 부위의 신경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진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2009년 10월 수학동아 정보

  • 이재웅 기자
  • 강지연
  • 도움

    이외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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