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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 독립투사 되기

필리어스 포그의 80일간의 세계일주에 도전하는 경성 최고의 허풍쟁이 허풍! 여러 관문을 거쳐 선발된 허풍의 조수 나도형과 함께 첫 여행지인 일본으로 향한다. 그런데 등 뒤에서 들리는 호루라기 소리. ‘삐익~!’ 뒤돌아 보니 순사가 이리 오라며 손짓하고 있다. 아니, 무슨 일일까? 도착하자마자 사고라도 친 걸까?

1. 일본 순사와의 내기에서 이겨라

“저기 순사 나리, 우리 선생님의 친구분께서 아까 그 배의 선장님이거든요. 뭔가 잘못 아신 게 아닐까요? 연락 한 번 해보시면….”

 도형이 순사에게 뭔가 오해가 있다고 사정한다.

“시끄럽다! 밀항자 주제에!”

“뭐야? 밀항자? 당신 내가 누군지 알아? 친구가 불편할까 봐 몰래 탄 것뿐이라고~.”

“아무튼 그 친구라는 사람이 당신들을 모른다 하니 어쩔 수 없어.”

 실상은 허풍이 선원에게 자기가 선장의 친구라고 허풍을 치고 공짜로 배에 탄 것이었다.

“조용히 햇! 집중이 안 되잖아.”

허풍과 도형이 시끄럽게 굴자 순사가 버럭 소리를 지른다. 감옥을 홀로 지키는 일본 순사는 심심한지 바둑돌 놀이에 푹 빠져 있다.

“흰 돌과 검은 돌을 번갈아 놓은 뒤 돌을 2개씩 움직여 검은 돌 4개와 흰 돌 4개가 나란히 배열 되도록 만든다. 바둑돌을 4번 움직여 완성하면 이긴다. 바둑돌을 움직일 때는 바둑돌 2개를 묶어 함께 움직여야 하고 처음 선택한 2개의 바둑돌을 맨 뒤로 보낸다. 다음부터는 2개의 바둑돌이 움직여서 생긴빈 공간이나 맨 뒤에 바둑돌을 놓을 수 있다. 아~, 어렵군! 이걸 어찌 4번 만에 한단 말인가….”

 순사가 답답한 듯 탄식하자 도형이 일본 순사에게 불쑥 말을 건다.

“4번 만에 성공하게 해주면 여기서 나가게 해주실 수 있으세요?”

“성공할 수는 있고? 아무리 해도 안 되던데…. 어디 한번 해봐. 도와줄 테니깐. 하지만 성공하지 못하면 가만두지 않는다.”
 

①~⑥에 해당하는 숫자가 자물쇠의 비밀번호! 비밀번호는 뭘까?


2.감옥에서 탈출하라

도형이 회심의 미소를 짓더니 바둑알을 척척 옮겨 정말로 4번 만에 성공한다.

“제 말이 맞죠? 이히히. 이제 약속 지키세요.”

“음~, 약속은 약속이니…. 하지만 지금은 곤란하고 밤이 되면 사람이 없으니 알아서 도망가든지 해라! 자물쇠 번호는 여기 있다.”

 순사는 슬그머니 도형에게 쪽지를 건네고 밖으로 나간다. 초초한 마음으로 기다린 지 몇 시간. 이윽고 밤이 되자 허풍과 도형이 도망갈 채비를 한다. 그런데 갑자기 옆방에 있던 사내가 말을 건다
.
“이보시오. 혹시 이 문도 열 수 있소? 중요한 거사가 있어 꼭 나가야 하오. 조선인끼리 도와야 하지않겠소?”

“거사요? 혹시 독립군이세요?”

“쉿! 목소리를 낮추시오. 독립군은 아니고…. 그냥 그들을 돕고 있소.”

“어허! 도형아, 남의 일에 참견은 금물이다. 괜히 도와 줬다가 우리까지 다시 잡힌다고.”

“쳇! 선생님하고 여행한 결과가 감옥이었잖아요. 난 독립군을 도울 거라고요! 가실 거면 혼자 가세요.”

“이 놈이…. 쪽지나 이리 줘!”

일 본 순사가 준 쪽지를 펴본 허풍은 멍 하니 넋이 나간 표정을 짓는다.

“안 나가요? 열쇠도 안 따고 뭐하세요?”

“속았어. 속았어. 뭔가 쉽게 풀린다 했더니….”

“대체 뭐가 써 있기에 그래요?”

도형은 쪽지를 살펴본다. 쪽지에는 숫자가 순서없이 적혀 있다. 일본 순사는 자물쇠 번호가 아니라 번호에 대한 힌트를 적어 준 것이다.

“어디봐요, 음…. 이거면 비밀번호를 알 수 있겠는데요. 숫자가 일정한 규칙에 의해 배열돼 있어요. 큰 사각형의 가로줄과 세로줄 모두 1에서 9까지 숫자를 한 번씩만 써서 채우게 돼 있고, 작은 사각형도 1에서 9까지 숫자가 겹치지 않게 채워 넣도록 돼있어요. 이 규칙에 맞게 빈칸에 들어갈 숫자만 알아내면 돼요.”

“정말? 그럼, 나갈 수 있는 거지? 빨리 해 봐. 내가 조수 하나는 잘 뽑았어.”

도형이 머리를 싸매며 하나씩 빈칸을 채워 나간다. 허풍은 그저 지켜볼 뿐이다.
 

노노그램^바둑판 모양 위에 힌트 숫자를 이용해 그림을 알아 내는 퍼즐이다.


3.암호를 풀어라

“빨리 좀 하라고! 밤 새겠다!”

허풍이 재촉하는 순간 도형이 고개를 번쩍 든다!

“다 풀었어요. 이 번호가 맞아야 할 텐데….”

‘철컥’하고 자물쇠를 연 도형은 재빨리 사내가 갇힌 감옥의 자물쇠도 푼다.

“저는 매헌이라 합니다. 우선 제가 머물고 있는 곳으로 갑시다. 그곳이 안전할 겁니다.”

허풍 일행은 경찰서를 빠져나온 뒤 매헌의 안내로 어떤 건물의 지하실로 들어간다. 크게 걸려 있는 태극기로 보아 독립군의 비밀 기지인 듯 하다. 갑자기 허풍이 또 허풍을 떨기 시작한다.

“몇 해 전까지 동양척식주식회사에 폭탄을 던진 나석주와 한솥밥을 먹었었소. 그 일을 내가 하려고 했었는데…. 그 친구만 생각하면….”

“그럼 혹시 의열단…?”

허풍은 거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얼마 뒤 독립군에게 이 곳에 보관하고 있는 무기를 전해야 합니다. 그런데 날짜와 시간이 암호로 돼 있어 고민이많았습니다. 이 암호를 풀어 주십시오.”

경성 최고의 허풍쟁이인 허풍이 의열단 단원일리가 만무하다.
“제, 제가 해야죠. 암요. 허허허. 아하하하~.”

“암호는 이 두루마리에 있습니다. 펴 보세요. 전 도통 모르겠더라고요. 허풍님이라면 아실 겁니다.”

“어디 볼까요? 음~, 금방 풀겠어요. 그런데 잠시자리를 피해 주시겠습니까? 워낙 비밀스러운 작업이라서….”

사람들이 자리를 비우자 허풍은 털썩주저앉아 버린다.

“잠깐만요. 설마 이 암호 모르는 거아니죠? 의열단 단원이었다면서요….”

“아, 그, 그게 하도 오래 전 일이라… 허허!”

“에휴~. 어디 봐요. 이 암호를 풀려면 행과 열에 써진 숫자만큼 연속해서 색을 칠해야 해요. 만약에 위에서부터 또는 왼쪽에서부터 4 2 이라고 쓰여 있으면 4칸을 연속해서 칠하고 한 칸 이상 띄운 후 2칸을 연속해서 칠하는 방식으로요. 행과 열에 쓰인 숫자를 모두 만족하도록 칠해야 하고요.”

도형은 신중하게 암호를 풀어나간다.
 

충식산(벌레 먹은 셈)^수학 퍼즐의 한 종류로, 기호를 이용해 표현한 수식에서 기호가  나타내는 숫자를 알아 내는 문제다.


4. 여행경비를 마련하라

결국 도형이 암호를 풀자 허풍은 언제 긴장했냐는 듯이 껄껄 웃는다.

“하하하. 다 풀었습니다. 여기 이 날입니다.”

 허풍은 도형의 손에서 암호문을 낚아채 사람들에게 건네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무기는 저희가 잘 전하겠습니다.”

“별말씀을요. 허허허.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지요. 그런데 저흰 이만 미국으로 가겠습니다. 가서 조선의 상황을 알려야 해서….”

허풍은 마치 중요한 임무라도 띤 듯 말하지만 사실 미국은 세계일주의 다음 여행지다.

“아~. 그럼, 롯코산 목장에 가서 금마나씨를 만나세요. 그분이 여비를 제공해 주실 겁니다.”

“감사합니다. 아저씨, 나중에 또 만나요.”

허풍과 도형은 매헌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롯코산 목장으로 향한다
.
“독립군 자금을 지원해 주는 사람이라…. 이 넓은 목장의 주인이니 넉넉하게 챙겨 주겠지? 히히.”

“선생님, 저기 두루마기 입으신 분이 아닐까요?”

“누구? 저기 누더기 옷 입은 사람?

도형아, 넌 저 사람이 부자로 보이냐? 아직 뭘 모르는구만.”

허름한 차림의 사내가 소리를 치며 다가온다.

“누가 함부로 이곳에 들어오래? 빨리 나가!”

“봐라. 금마나는 무슨? 거지야 거지. 상거지.”

“거지라니? 내가 금마나인데, 웬 놈들이냐?”

“암호명 매헌이 보내서 왔어요. 여비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금마나는 도형의 공손한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허풍을 위아래로 훑어보곤 혀를 차며 말한다.

“매헌이? 그래 이야기는 들었다. 이 날라리가 암호를 풀었다지? 믿을 수 없는걸. 그러면 이것도 풀어 봐. 진짜라면 풀 수 있겠지. 사각형 안에는 홀수를, 원 안에는 짝수를 써 이 계산을 완성하는 거다.사각형과 원 안에 들어갈 숫자는 같을 수도 다를 수 도 있어.”

“에헴, 날라리라니? 이 가짜 금마니가 감히…. 도형아 가자! 진짜 금마나를 찾아야지.”

허풍은 큰소리쳤지만 막상 혼자 가지는 못하고 도형의 눈치만 살살 본다. 도형은 허풍을 외면한 채 문제를 풀어 나간다.

암호명 매헌의 실체
 

암호명은 매헌


"아~, 다 풀었다. 이거 맞죠?"

"허허. 똑똑한 꼬마구나. 너 하나는 마음에 든다. 후에 다시 한번 날 찾아오도록."

두루마기에서 봉투를 꺼낸 금마나는 허풍을 못 믿겠다는 눈으로 한번 쳐다보고 도형에게 봉투를 건넨다.

“이거면 충분할 거다. 미국으로 간다고? 몸조심하고 나중에 또 보자.”

“감사합니다. 좋은 일하고 돌아올게요.”

금마나와 헤어진 허풍과 도형은 고베항에 도착해 미국행 배에 탄다.

“도형아, 이놈의 인기는 어떡하니? 날 보려고 여기까지 온 여인들이 보이니?”

“어디요 어디? 일본에 아는 사람 있어요?”

“저기 안 보여? 나 보며 손 흔들고 있잖아.”

이미 허풍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운 도형은 한숨을 푹푹 쉬며 말한다.

“에휴~. 이제 출발하네요. 전 피곤해서 자리에 가서 잘게요. 이번엔 돈 주고 표 샀으니 마음 놓고 자겠어요. 선생님은 마저 손 흔들고 오세요.”

“이 놈이 어른을 놀리나? 나도 같이 가~.”

객실로 돌아간 허풍과 도형은 이내 잠들고 만다.

정말로 쉴 틈 없이 긴박했던 일본여행이 끝났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려 피로가 몰려왔나 보다. 앞으로 펼쳐질 미국여행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리고 놀랄만한 사실 하나! 허풍과 도형이 만났던 암호명 매헌이 우리가 알고 있는 윤봉길 의사라는 것. 믿어지진 않지만 허풍과 도형의 용감무쌍한 모습을 보고 용기를 얻은 윤봉길은 3년 뒤, 1932년 4월 일본왕의 생일날 행사장에 폭탄을 던져 일본군 대장을 즉사시키는 거사를 치렀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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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수학동아 정보

  • 조가현 기자
  • 오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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