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전문가가 떴다. 그 주인공은 바로 수학적 사고로 무장한 인터넷 보안업체 (주)파수닷컴의 안혜연 부사장. 박사학위는 공학 분야에서 받았지만 어릴 때부터 좋아한 수학을 대학과 대학원에서도 꾸준히 공부한 수학도다. 안 부사장은 첫 만남에서부터 “수학은 살면서 부딪히는 문제에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해 꼭 배워야할 교양”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수학과 절친한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자.
최근 일어났던 인터넷 대란(DDos;디도스, 분산서비스거부)에서도 보았듯이 보안은 정보기술(IT)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다. 안 부사장은 “보안은 통신기술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다닌다. 따라서 보안전문가는 모든 정보기술을 꿰뚫어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안 부사장이 삼성 SDS에서 ‘보안전문가’로서 첫발을 내딛었던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인터넷 보안문제가 터지기 시작했으나 잘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모두들 발만 구르던 때다. 안 부사장 역시 전공이 아니라 어려웠지만 스스로 자료를 찾아 공부해 문제를 해결했다.
게다가 방화벽과 안전하게 자료를 주고받을 수 있는 암호화 솔루션까지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그 때 개발한 솔루션은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의 인증도 받았다. 안 부사장은 “보안전문가로서는 보람 있었지만 줄곧 공부만 하다가 실용적인 상품을 시장에 내놓아야 하는것이 굉장히 어려웠다”라고 회상했다.
암호화 솔루션이란 말이 낯설다면 은행 홈페이지에 들어가기 위해 내려받는 전자서명인 디지털 인증서를 떠올려 보자.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은 정보통신의 질서를 잡기 위한기관으로 정보보호의 최신뉴스, 기술, 정보 등도 제공한다. 즉, 가상공간에 있는 FBI를 상상하면 된다.
5~6년 뒤, 안 부사장은 자체 솔루션 개발을 위해 ‘엔지니어’가 되기로 결정했다. 인터넷과 통신기술 전반에 대한 보안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을 거쳐 현재는 기업문서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기업인 ㈜파수닷컴에 부사장으로 있다.
보안전문가에서 경영자 자리까지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비밀은 무엇일까. 바로 수학에 있다. 뜬금없는 소리라고? 못 믿겠다면 산증인인 안 부사장이 말하는 ‘보안전문가의조건’을 들어 보자.
첫째는 빠른 이해력이다. 통신기술은 컴퓨터,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등으로 나눠지면서 전문화됐다. 따라서 서로 다른 영역까지 함께 이해하는 능력은 보안전문가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다. 안 부사장은 “네트워크는 알지만 소프트웨어를 잘 모르는 경우, 소프트웨어에 대한 설명을 듣거나 공부했을 때 얼마나 빨리 이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빨리 이해하는 능력은 새로운 보안 소식에 재빨리 적응하는 능력과도 관계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보안 분야에서 일을 하려면 당연히 IT에 대한 기본 지식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수학을 공부한 학생은 IT 분야를 잘 모른다고 기죽을 필요가 없다. 기본 지식만 스스로 공부할 수 있다면 보안전문가로서 잠재적인 능력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수학을 공부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론을 다른 분야에 적용하는 능력이 생긴다. 응용력과 논리력은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힘이다.
사실 보안 분야에서도 수학에서 배우는 암호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학교나 연구소와 달리 시장에서는 암호 알고리즘을 직접 개발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접 개발을 하지 않아도 보안체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학은 중요하다. 대학에서 수학을 공부한 뒤 관련 분야에 대해 좀 더 공부한다면 보안전문가로 충분히 일할 수 있다.
회사에서 많은 일을 관리하는 부사장 자리에서도 수학적 사고는 빛을 발한다. 안 부사장은 “매일 결정을 내려야 할 일이 너무많다”라고 하면서 “결정해야 할 문제를 가운데 놓고 그 아래에 관련된 일을 다시 배열한다. 그리고 아래에 놓인 일이 핵심문제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는지 그 변수를 생각해 본다. 변수가 가장 적은 것을 차례로 없애면 아무리 복잡하게 얽힌 일도 간단하게 해결할수 있다”라고 자신의 일 처리 방식을 설명했다. 안 부사장에게는 해결해야 할 일이 모두 수학 문제다. 그리고 수학적으로 문제를 처리하는 방식은 안부사장에게 항상 명확한 해결책을 알려준다.
수학을 배웠다고 셈을 잘하리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수학을 공부하면 논리적 사고력과 어려운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하려는 습관이 몸에 밴다.
앞으로의 전망
“그냥 느끼기에도 그런 것 같지 않나요?”
보안전문가의 전망을 물었더니 안 부사장은 설명이 필요 없다는 듯 말했다. 그만큼 보안전문가의 미래는 밝다.
삼성 SDS를 시작으로 보안일을 시작한지 15년. 보안에 통달했을 법한데 안 부사장은 “매일 매일이 새롭다”라며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 보안은 컴퓨터나 휴대폰 등 통신 장비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있기 때문이란다. 새롭게 등장하는 보안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15년 전문가에게도 쉽지 않은가보다. “새로운 문제가 계속 생겨난다. 그러니까 보안전문가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보안 관련 문제가 끝이 없다는 것은 보안전문가가 앞으로 더욱 많이 필요해진다는 뜻이다.
안 부사장은 강연을 통해 수학 전공 학생들에게 보안을 비롯한 IT 분야로 진출하라고 권유한다. 수학공부를 하면서 얻은 논리력은 IT 현장의 상황을 이해하는 능력으로 이어진다. 특히 컴퓨터나 소프트웨어에 친숙하지 않은 여학생들에게도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 보라고 충고했다. 안 부사장은 “보안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대학에서 전공으로 수학을 선택해라. 보안에 필요한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해하는 지름길이다. 그 후에 대학원에서 IT 분야를 공부해도 좋고 보안 관련 기업체에서 인턴으로 경력을 쌓아도 좋다”라고 말했다. 21세기 보안전문가로 이름을 날리고 싶다면 수학을 꽉 붙잡아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