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난 동굴 깊숙한 곳까지 자유롭게 오가는 박쥐 ‘다봤쥐’야. 수만 년 전 기후가 깃든 석순부터 깜깜한 동굴에 적응한 생물들, 미래 기지 후보로 떠오른 달과 화성의 동굴까지! 동굴이라면 내가 꽤 많이 봤쥐. 나만 따라와!

잠깐, 발밑을 조심해! 동굴 바닥에서 자라는 석순에 부딪힐 수 있거든. 돌기둥처럼 보이는 석순에는 수십만 년 전 기후의 흔적이 숨어 있대. 과학자들은 이 흔적을 어떻게 찾아내 과거의 기후를 알아낼까?
옛 기후가 담긴 타임캡슐을 열다
“이 석순은 11만 년 됐어요.”
9월 8일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 연구실에서 야스퍼 와센버그 연구원이 아르메니아 동굴에서 가져온 석순을 보여줬어요. 주변에는 중국, 보츠와나 등 세계 곳곳에서 온 석순이 있었어요.
석순은 빗물이 석회암 속 탄산칼슘을 녹인 뒤 동굴로 스며들어 생겨요. 동굴 천장에서 떨어진 물방울 속 탄산칼슘이 굳어 바닥에 층층이 쌓이면 석순이 자라죠. 석순은 물이 충분할 때 자라고, 건조하거나 꽁꽁 어는 추위에 성장이 느려지거나 멈추기를 반복하며 내부에 나이테처럼 층이 생겨요. 악셀 팀머만 IBS 기후물리연구단장은 “석순이 잘 자라는 환경은 인간이 살기에도 좋다”고 설명했죠.
석순의 층에는 당시 기후에 따라 산소, 수소, 탄소 등의 동위원소와 마그네슘, 우라늄 등의 양과 비율이 다르게 남아요. 같은 원소지만 질량이 다른 원자인 ‘동위원소’는 물질의 변화 과정을 밝히는 데 주로 쓰여요. IBS 기후물리연구단은 석순 속 여러 원소의 동위원소와 비율 등을 분석해 기온, 강수량, 습도 등의 고기후●를 알아내요.
산소 원자의 동위원소에는 가벼운 산소-16과 무거운 산소-18 등이 있어요. 산소-16이 든 물은 조금 더 가벼워 더 쉽게 증발하고, 산소-18이 든 물은 조금 더 무거워 비로 내려요. 비의 양과 비구름의 이동 경로에 따라 빗물 속 산소-16과 산소-18의 비율이 달라져요. 석순에 남은 탄산칼슘 속 산소 동위원소의 비율을 분석하면 과거 강수량을 추정할 수 있죠.
연구팀은 대한민국 동굴에서 얻은 석순을 분석해 지난 45만 년 동안 한반도의 기온이 크게 오르내렸다고 추정했어요. 기존 기후 모델은 한반도의 기온 변화 폭을 실제보다 작게 계산했어요. 연구 결과는 기존 기후 모델●을 보완해서 미래 기후를 더 정확히 예측하는 데 활용해요. 팀머만 단장은 “물이 대기와 땅을 거쳐 흘러드는 동굴은 여러 요소가 얽힌 기후를 연구하기 좋다”며 “세계 각지의 석순을 분석해 지난 1만 년간 지구의 기온 변화를 복원할 계획”이라고 말했어요.
석순 연구 과정



➊ 우라늄과 토륨의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해 각 층의 형성 시기를 분석해요.
➋ 석순의 탄산칼슘 분말에 인산을 첨가해 이산화탄소로 바꾸고, 산소와 탄소 동위원소를 분석해요.
➌ 레이저로 석순에 홈을 내고 나온 기체에서 마그네슘, 스트론튬, 바륨 등 미세한 원소를 분석해요.
➍ 석순에 갇힌 물을 수증기로 만들어 고대의 산소와 수소 동위원소를 분석해요.
[인터뷰] 석순에서 과거를 캐는 과학자
악셀 팀머만 단장·야스퍼 와센버그 연구원 (IBS 기후물리연구단)
Q.왜 종유석이 아닌 석순을 연구하나요?
천장에서 아래로 자라는 종유석은 내부 구조가 불규칙해요. 위로 자라는 석순은 탄산칼슘이 규칙적인 층을 이뤄 시간순으로 분석하고 고기후를 재구성하기 좋아요.
Q.어떤 동굴에서 석순을 가져오나요
입구가 작고 내부 온도가 일정해 석순이 고르게 자라는 동굴이 좋아요. 온도, 빗물,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등을 오래 관찰한 뒤 채취를 결정해요. 동굴 보존을 위해 대부분 저절로 부러진 석순을 가져와요.
Q.동굴 주변의 환경도 함께 조사하나요?
땅 위의 빗물과 동굴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을 비교해요. 빗물이 흙과 암석을 통과해 동굴에 도달하기까지 변화한 과정을 알 수 있죠. 분석 결과는 석순으로 과거의 기온과 강수량을 더 정확히 추정하는 데 도움을 줘요.
용어 설명
• 기후 모델: 기후의 요소를 물리, 수학 공식에 넣어 기후 변화를 예측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