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금지화목토천해명!” 예전에는 태양계 행성의 이름을 이렇게 외웠어요. 하지만 2006년 명왕성은 76년 동안 지켜온 행성 지위를 잃고 ‘왜소행성’으로 분류됐어요.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2026년, 명왕성을 다시 행성으로 분류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명왕성은 왜 다시 논쟁의 중심에 선 걸까요?
다시 불붙은 명왕성 논쟁
2026년 4월 재러드 아이작먼 미국항공우주국(NASA) 국장은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저는 ‘명왕성을 다시 행성으로 만들자’는 쪽에 매우 가깝다”고 밝혔어요. NASA가 명왕성의 지위를 다시 논의하기 위한 과학적 입장을 담은 논문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죠.
NASA가 명왕성을 다시 행성으로 분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행성의 분류 기준은 천체의 이름을 정하고 천문학의 국제 기준을 마련하는 국제천문연맹(IAU)이 정하기 때문이에요.
명왕성이 행성에서 빠진 이유를 알려면 20여 년 전으로 돌아가야 해요. 명왕성은 1930년 미국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가 발견한 뒤 태양계의 아홉 번째 행성으로 불렸어요. 지름은 약 2400km로 지구의 5분의 1도 되지 않을 만큼 작아요. 태양에서는 평균 약 39.5AU가 떨어져 있어요. AU는 태양과 지구 사이의 평균 거리를 기준으로 한 천문단위예요. 39.5AU는 태양과 지구 사이 평균 거리의 약 39.5배라는 뜻이죠.
명왕성의 지위를 둘러싼 논쟁은 2005년 새로운 천체 ‘에리스’가 발견되면서 본격화됐어요. 에리스를 발견한 마이클 브라운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 교수는 당시 태양계의 먼 곳에 숨어 있는 새로운 천체를 찾는 연구를 하고 있었어요. 명왕성과 비슷하거나 더 큰 천체를 찾던 중 명왕성과 비슷한 크기의 에리스를 발견했죠. 처음에는 에리스가 명왕성보다 큰 것으로 알려지면서 ‘태양계의 열 번째 행성이 생길 수도 있다’는 기대가 컸어요.
하지만 에리스를 행성으로 인정하면 새로운 문제가 생겨요. 명왕성과 에리스가 있는 태양계 바깥쪽에는 얼음과 암석으로 이뤄진 수많은 작은 천체가 태양 주위를 돌고 있어요. 에리스와 비슷한 천체를 계속 발견한다면 행성의 수도 계속 늘어날 수 있죠. 어디까지 행성으로 인정할지 명확한 기준이 필요했어요.
에리스를 발견한 브라운 교수는 명왕성의 지위도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에리스와 명왕성은 크기와 구성이 비슷한 천체였기 때문이에요. 에리스를 행성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명왕성은 왜 행성일까요? 에리스의 발견은 명왕성 하나의 지위를 넘어 ‘행성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논의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2026년 태양계의 행성과 왜소행성 대표 지도


문제는 명왕성 아닌 “행성이란 무엇인가?
논의 끝에 국제천문연맹(IAU)은 2006년 8월 24일 행성의 기준을 새로 정했어요. 태양계의 행성이 되려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해요. 첫째 태양 주위를 공전해야 해요. 둘째 자신의 중력으로 거의 둥근 모양을 이룰 만큼 질량이 커야 해요. 셋째 자신의 공전 궤도 주변을 정리해야 해요.
‘공전 궤도 주변을 정리한다’는 것은 주변에 다른 천체가 하나도 없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천체가 성장하면서 주변의 작은 천체를 끌어당겨 합쳐지거나 다른 궤도로 밀어내 공전 궤도 주변에서 다른 천체보다 압도적인 영향력을 갖게 됐다는 뜻이에요.
명왕성과 에리스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조건은 만족하지만 세 번째 조건을 만족하지 못해요. 명왕성은 해왕성 너머에 얼음과 암석으로 이뤄진 수많은 작은 천체가 모여 있는 ‘카이퍼 벨트’에 있어요. 명왕성은 주변의 다른 천체를 압도할 만큼 강한 중력적 영향력을 갖지 못했죠. 에리스도 태양계 바깥쪽에서 많은 작은 천체와 함께 태양 주위를 돌고 있어요. IAU는 새로운 기준에 따라 명왕성과 에리스를 ‘왜소행성’으로 분류했어요. 태양계 행성도 9개에서 8개로 줄었죠.
하지만 명왕성을 둘러싼 논쟁은 끝나지 않았어요. 2015년 NASA의 탐사선 뉴허라이즌스호가 명왕성을 가까이에서 관측하면서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모습이 드러났어요.
명왕성은 작고 차가운 얼음덩어리라고 추측했던 것과 달리 거대한 산과 넓은 평원, 얇은 대기를 가진 천체였죠. 표면에서는 빙하가 움직이며 생긴 것으로 보이는 흔적도 보였어요.
명왕성을 다시 행성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천체 자체의 모습과 특징을 행성을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말해요. 명왕성은 IAU가 정한 세 번째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지만, ‘이처럼 복잡한 특징을 가진 명왕성을 왜 행성이라고 부르면 안 될까?’라고 의문을 제기했죠.
반대 의견도 있어요. 에리스를 발견한 마이클 브라운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 교수는 2026년 8월 24일 미국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기고글에서 명왕성을 다시 행성으로 분류하는 데 반대한다고 밝혔어요. 천체 자체의 특징만으로 행성을 정의하면 명왕성뿐 아니라 지구의 달과 여러 행성의 위성까지 행성에 포함될 수 있다는 거예요.
명왕성이 지난 20년 동안 변한 것은 아니에요. 새로운 천체가 발견되고 관측 기술이 발전하면서 태양계를 바라보는 과학자들의 지식이 늘어났죠. 명왕성을 둘러싼 논쟁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행성이란 무엇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