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덩!”
무더운 여름날 경기 이천의 어느 하천, 족대●를 들어올리자 손바닥만 한 크기의 은빛 물고기들이 펄떡였어요.
“피라미는 우리나라 하천에 사는 흔한 민물고기이지만 실은 연구가 많이 안 된 물고기예요.”
지난 7월, 이천에서 김기은, 성무성 연구원을 만났습니다. 두 연구원은 하찮은 물고기로 여겨지는 피라미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올해 피라미속 어류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지사탐 대원들과 함께하는 시민과학풀씨● 프로젝트를 통해서지요. 피라미, 너는 누구니?
●족대 : 물고기를 잡는 기구. 양쪽 끝에 가늘고 긴 막대로 손잡이를 만든 그물로, 가운데가 처져 있다.
가장 흔한 존재이지만,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
“왜 피라미속 어류를 조사하세요?”
기자의 질문에 두 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민물고기이기 때문’이라고 답했어요. 너무 흔하다보니 ‘저건 그냥 피라미’하고 넘겨버려 연구가 진행되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는 거예요. 하지만 사람들이 보통 피라미라 부르는 물고기는 사실 피라미, 참갈겨니, 갈겨니 이렇게 3종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두 연구원은 시민과학풀씨 프로젝트에서 ‘도리뱅뱅이’라는 팀명으로 지사탐 대원들과 함께 피라미의 서식 및 분포범위를 조사하고 있죠. 두 연구원은 “가장 쉬운 존재일수록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며 피라미 조사의 중요성을 강조했어요. 실제로 1800년대 후반만해도 개체 수가 너무 많아 골칫덩이였던 북미 대륙의 로키산메뚜기가 보호 대책의 부재로 수십여 년만에 멸종했던 사례를 예로 들었지요.
Q&A 궁금해요!
피라미에 R타입과 B타입이 있다는 걸 아시나요?
Q이번 조사의 특별한 목적이 있나요?
사실 피라미속 물고기를 제대로 보고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은 많이 없을 거예요. 물놀이를 가면 피라미, 갈겨니와 참갈겨니의 3종을 반드시 만날 테지만, 작은 물고기를 가리켜 모두 그냥 피라미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시민들이 피라미속 어류에 대해 잘 알 수 있게 시민과학자들과 함께 정보를 모으고, 시민들에게 전달하려고 해요.
Q피라미속 어류의 어떤 특징을 조사하시나요?
이번 조사에서는 최대한 많은 하천을 조사해 피라미들의 서식 범위를 파악하고 종별로 장소에 따른 데이터를 축적하는 게 목표예요. 피라미는 크게 눈이 빨간 ‘피라미 R타입’과 눈이 검은 ‘피라미 B타입’ 두 집단으로 나눌 수 있어요. 그래서 피라미의 발견 장소, 눈 색깔 등을 중점적으로 조사하죠. 생물다양성이 어떻게 변하는지, 생물 개체군이나 군집이 유지되고 있는지, 그에 대한 적절한 보존 조치를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기록이 필요하고요. 또한 피라미를 구별할 수 있는 다른 요소도 있을지 찾는 것도 이번 조사의 또다른 목표입니다.
Q이번에 새롭게 조사한 점이 있나요?
피라미 B타입은 깨끗하고 차가운 하천일수록 더 많이 산다고 알려졌어요. 그런데 수온도 높고 수질도 좋지 않은 물에서 피라미 B타입만 나온 적이 있었어요. 기존에 알고 있는 사실과 달라서 당황했지만, R타입과 B타입을 가르는 기준이 혹시 하천의 규모가 아닐까하는 새로운 시각이 생겼어요. 실제로도 그런 경향성이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앞으로 더 조사해 봐야겠죠.
피라미속 어류는 산란기가 되면 몸이나 지느러미의 표면에 사마귀 모양의 돌기가 돋는데, 이를 추성이라고 해요. 참갈겨니는 서식지에 따라 크게 3가지 타입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번 조사를 통해 참갈겨니의 추성 배열이 타입별로 살짝 다르다는 걸 파악했습니다.
Q아쉬운 점도 있나요?
민물고기 조사는 시민과학의 도움이 절실한 분야예요. 민물고기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민들이 많아 주말마다 민물고기 동호회 커뮤니티에 관찰 데이터가 올라옵니다. 어찌 보면 이것도 시민과학의 한 형태죠. 지사탐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민 데이터가 통합돼 학계에서 이를 활용했으면 좋겠어요.
Q민물고기를 알아야 할 이유가 뭘까요?
과거 어른들은 개울에서 멱을 감고, 물고기를 잡는 등의 경험을 해 왔어요. 하지만 현재 어린이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이런 경험 없이 자랐어요. 그 사이에 물고기에 대한 관심도 사라지고 물고기의 개체 수도 줄고 있지요. 우리의 관심이 없으면 물고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요. 일반 시민들이 민물고기를 포함해 생물들을 알아야하고 관심을 가져야할 이유죠.
Q민물고기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궁금해요.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학교에 커다란 민물고기 어항이 있었어요. 형형색색의 예쁜 민물고기에 눈길을 빼앗겨 민물고기 어항들을 관리하게 됐죠. 도감을 보면서 민물고기를 공부하며 물고기들의 이름을 알게 됐습니다. 앞으로도 일반 시민들에게 민물고기를 좀 더 친근하게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렸을 적 우연히 서점에서 민물고기 도감으로 본 각시붕어와 돌고기가 너무 예뻤어요. 이를 계기로 민물고기에 관심을 갖게 됐죠. 민물고기는 저의 학창시절을 함께한 소중한 친구예요. 특히 집 근처 여주에서 멸종위기 2급 민물고기인 꾸구리를 만났을 때 정말 반가웠던 기억이 나네요. 앞으로 제 친구였던 민물고기를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Q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우리나라 민물고기가 몇 종인지 아시나요? 최신도감 기준 233종입니다. 그럼 우리 집 주변 하천에 사는 민물고기는 몇 종이나 될까요? 생각보다 우리는 우리 주변의 민물고기를 모릅니다. 우리 집 근처에 어떤 민물고기가 사는지 살펴주세요.
물고기의 이름만이라도 기억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이름을 안다면 검색으로 정보를 찾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 존재만이라도 기억해 주신다면 물고기들에게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