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통로는 단순히 동물의 길을 만들어주는 역할만 하지 않아. 끊긴 서식지를 연결해 다양한 생물이 살아갈 수 있도록 돕지. 생태통로의 다양한 역할을 알아보자!
끊긴 서식지를 하나로 잇다
산과 숲 사이에 도로가 놓이면 로드킬뿐 아니라, 하나의 서식지가 여러 조각으로 나뉘는 ‘서식지 단편화’가 일어나요. 하나의 서식지에서는 서로 다른 개체들이 자유롭게 이동하며 짝짓기해요. 씨앗과 꽃가루도 넓게 퍼지죠. 이 과정에서 다양한 유전자가 섞입니다. 미시간주립대학교 통합생물학과 닉 하다드 교수는 “다양한 유전자를 지닌 생물이 사는 지역일수록 더 건강하다”고 진단했어요.
하지만 서식지 단편화가 일어나면, 서로 다른 집단 사이에 이동이 어려워져 한 지역 안에서만 짝짓기가 반복돼요. 여러 유전자가 섞이지 못해 유전자 다양성이 낮아지죠. 유전자 다양성이 낮은 집단은 환경 변화에 취약합니다. 새로운 질병이 퍼졌을 때, 여러 유전자를 가진 집단은 일부 개체라도 살아남을 수 있지만, 비슷한 개체들만 모여 있으면 집단 전체가 큰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서식지 단편화 과정
서식지 단편화는 숲 가장자리● 면적도 늘려요. 숲 안쪽은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들이 햇빛을 가리고 바람을 막아 주지만, 숲 가장자리는 그렇지 않아 햇빛과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또, 숲 가장자리는 도시와 같은 바깥 환경과 맞닿아 있어, 인간의 활동과 외래종의 영향도 쉽게 받죠. 닉 하다드 교수는 “가장자리 면적이 늘면, 숲 안쪽에서 살던 동물이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우려했습니다.
끊긴 서식지 사이 생태통로를 지으면, 동물의 이동과 번식을 도와 생물다양성을 지킬 수 있어요. 대표적인 사례가 인도네시아의 파크팍 바라트 지역이에요. 이곳에는 멸종위기종인 수마트라 오랑우탄이 살고 있습니다. 도로가 생기며 이들의 서식지가 나뉘자, 2024년 환경보호단체들은 서식지 사이를 밧줄로 연결한 ‘캐노피 다리’를 지었어요. 이 다리는 나무를 타고 이동하는 종의 특성이 반영된 생태통로죠. 다리를 설치하고 약 2년 뒤인 지난 4월, 수마트라 오랑우탄 한 마리가 다리를 건너는 모습이 포착됐어요. 앞으로 더 많은 개체가 캐노피 다리를 건너면, 멀어진 집단 사이에 이동이 활발해져 개체 수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돼요.
우리나라에도 담비, 산양, 수달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많이 살고 있어요. 이들이 다른 지역의 개체들과 자유롭게 짝짓기하려면 더 많은 생태통로가 필요해요. 국립공원연구원 김지영 박사는 “도로, 생태통로, 서식지가 이어진 하나의 큰 생태 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생태계 보존 사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