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난 고라니야! 우리는 먹이를 찾고 짝을 만나기 위해 산기슭과 들판을 자유롭게 오가. 그런데 이동하다가 차에 치여 목숨을 잃는 고라니들이 많아지면서 우리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생태통로’가 전국 곳곳에 생겼어. 생태통로가 어떻게 동물과 생태계를 지키는지 알려줄게!
생태통로는 나와 같은 동물이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는 길이야. 최근 생태통로 덕분에 도로를 건너다 목숨을 잃는 동물이 줄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어.
인간과 동물의 공존 돕는다
“밤이 되면 이 길로 고라니와 너구리, 종종 개구리와 하늘다람쥐도 지나다녀요. 이동하다가 지친 동물이 먹을 수 있도록 한쪽에 소금을 발라놓기도 하죠. 이 통로를 따라 쭉 이동해 봅시다.”
5월 21일, 기자는 강원도 평창군에서 오대산국립공원사무소 김정진 팀장을 만나 차를 타고 오대산 숲길에 난 도로를 달렸어요. 목적지에 도착하자, 도로 아래에 어두운 통로가 보였죠.
입구에 난 낙엽송을 가르고 통로 깊숙이 들어가자, 바닥에는 돌길이, 한쪽 벽에는 버드나무로 만든 작은 길이 나 있었어요. 기자는 돌길 한쪽에서 너구리 발자국 등 동물의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굴참나무와 신갈나무, 전나무 등으로 만든 널빤지가 곳곳에 붙어 있었고, 바닥엔 흙과 나뭇잎이 가득했죠. 사람이 드나들기 어려운 구석진 곳에 숨겨진 이곳은 바로 오대산의 생태통로랍니다.
생태통로는 도로와 철도 등으로 끊긴 동물의 서식지를 이어주는 공간이에요. 동물이 도로를 건너다 차에 치이는 ‘동물 찻길 사고(로드킬)’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동물은 먹이를 찾고 짝짓기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이곳저곳 돌아다녀요. 하지만 도로가 이들의 이동 경로를 가로막자, 많은 동물이 위험을 무릅쓰고 도로를 건너고 있죠.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2021~2025년 사이 우리나라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로드킬의 수는 4806건이에요. 로드킬을 가장 많이 당한 동물은 고라니였고, 너구리와 멧돼지가 그 뒤를 이었죠. 김정진 팀장은 “로드킬을 줄이기 위해 도로를 없애거나 차량 이동을 막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인간의 활동과 동물의 안전이 공존하려면 생태통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어요.
생태통로는 로드킬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었어요. 지난 4월 국립공원공단이 생태통로 18곳을 분석한 결과, 생태통로를 설치한 지 10년이 지나자, 생태통로 반경 1km 이내에서 로드킬이 33% 줄었어요. 기자가 찾은 오대산 생태통로 주변에는 설치 이전보다 로드킬이 87.3%나 감소했죠. 김정진 팀장은 “원래 이곳은 비포장도로가 있어 로드킬이 많았다”며 “매년 더 많은 동물이 이용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도로에 뛰어드는 고라니(왼쪽)와 생태통로를 이용하는 고라니의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