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셔터스톡
단독 인터뷰 | 프란시스코 산체스 (콜롬비아 로스야노스대학교 생물학 및 화학과 박사)
동물도 술 성분인 에탄올에 취하면 비틀비틀하거나 느리게 움직일까? 콜롬비아 로스야노스대학교 프란시스코 산체스 박사는 이집트과일박쥐가 취하면 어떻게 나는지 알아봤어. 이 연구가 항공학상을 탔지.
Q어쩌다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이집트과일박쥐(Rousettus aegyptiacus)는 아프리카와 중동에 사는 박쥐로, 과일을 먹고 숲에 과일나무 씨앗을 퍼트려요.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 이 박쥐가 에탄올 농도가 1% 넘는 과일은 먹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진균류인 효모가 과일 속 당을 먹고 당을 에탄올로 분해해서, 오래된 과일일수록 에탄올의 농도가 올라가요. 박쥐가 오래된 과일을 구별하고 먹지 않는 거죠. 이 박쥐가 에탄올에 취하지 않으려고 이 행동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시작했어요.
Q이집트과일박쥐는 보통 어떻게 날아요?
이집트과일박쥐는 어두운 밤에 ‘반향 정위’를 이용해 날아요. 박쥐가 ‘딱’ 하는 초음파 소리를 내고 바로 뒤에 또 한 번 ‘딱’ 소리를 내면, 그 소리가 물체에 부딪혀 다시 돌아와요. 메아리 소리인 반향을 박쥐가 듣고, 물체의 위치나 크기, 움직임을 알아내는 방법을 반향 정위라고 해요. 반향 정위 신호를 잘못 내면, 포식자에게 잡힐 위험이 커져요.
Q연구는 어떻게 진행됐나요?
우리 연구팀은 이집트과일박쥐에게 에탄올이 든 음료를 먹였어요. 이 음료를 먹은 박쥐는 혈액 속에 포함된 에탄올 농도가 0.15%까지 높아졌어요. 우리나라에서 음주 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되는 수준인 0.08%보다 약 두 배나 높았죠. 5분 뒤, 박쥐를 6.7m 길이의 복도에서 날게 했어요.

GIB
박쥐는 소리를 보내고 그 소리가 돌아오는 위치와 시간을 계산해, 물건의 위치를 파악한다.
Q이집트과일박쥐는 어떻게 날았나요?
에탄올을 먹은 박쥐는 에탄올 음료를 마시지 않은 박쥐보다 1.3초나 더 느리게 날았어요. 게다가 ‘딱딱’ 하는 초음파 소리를 더 자주 냈어요. 이건 박쥐가 방향을 잘 파악하지 못해 목표물까지의 거리를 반복해서 계산하려고 내는 소리예요.
Q앞으로 더 해야 할 연구가 있을까요?
과일 속의 여러 물질이 박쥐의 먹이 선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더 알아봐야 해요. 어떤 박쥐는 에탄올이 있는 과일을 더 좋아할 수도 있어요. 또 과일에는 에탄올 말고도 여러 가지 화학 물질이 들어 있어요. 이 물질들이 서로 섞여서 박쥐가 에탄올이 많은 과일을 싫어하게 만들거나, 에탄올로 생기는 변화를 줄여 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이런 점들을 더 자세히 연구해야 한답니다.

유튜브 채널 <있을 것 같지 않은 연구 회보> 영상 캡처, GIB
시상식에서 박쥐 인형을 들고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는 산체스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