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패에 적힌 이름을 부르자 소녀의 기억이 모두 되살아났다. 소녀는 마법을 풀고 평소 모습으로 돌아왔다.
“앗, 박하민? 네가 어떻게….”
마법이 풀린 자리엔 서월과 같은 반 친구인 하민이 서 있었다.
명주실은 단추를 몇 번 통과했을까?
“드디어 잠에서 깬 느낌이야. 줄곧 안개 속을 걷고 있는 기분이었거든.”
하민이 차분해진 얼굴로 툭툭 털고 일어나며 말했다. 서월은 하민에게 질문을 쏟아냈지만, 하민은 나중에 얘기하자며 우선 할 일이 있다고 답했다. 하민은 바닥에 떨어져 있던 토끼 인형을 바라보다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인형 주변으로 흩뿌렸다. 명주실이 얼기설기 얽힌 단추들이 쏟아졌다.
도형이 가리키는 수는?
명주실과 단추들이 만든 선이 결계가 되어 토끼 인형 주변에 빛의 기둥이 생겼다. 하민은 이준 어깨에 매달려 있는 귀신에게 다가가 이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고마워 이준. 사하라를 그곳에서 꺼내 줘서.”
“사하라라고?”
하민은 귀신의 앞에 양손을 뻗고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귀신이 동공을 잃은 눈으로 의문의 도형과 숫자를 토해냈다.
새벽을 열 마지막 무기는?
하민의 손짓에 토끼 인형과 귀신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리곤 하나로 합쳐졌다. 하얀색 토끼 같기도, 여우 같기도 한 묘한 생김새의 동물이 유려하게 회전하며 바닥에 착지했다. 성별과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목소리로 동물이 말했다.
“나는 수백 년 동안 이 학교를 지켜온 성주신, 사하라다. 나의 해방을 도운 인간 어린이들이여. 감사의 징표로 신의 무기를 전하니 이것을 이용해 밤의 장막을 걷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