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부터 2023년까지 제가 바다에서 만나려고 고군분투한 동물이 있습니다. 바로 혹등고래예요. 이번 화는 혹등고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혹등인 이유는?
혹등고래는 수염고래과 혹등고래속인 해양 포유류예요. 남극을 중심으로 생활하는 남방혹등고래와 북극에서 적도 사이를 오가는 북방혹등고래가 있습니다. 북방혹등고래는 일본 오키나와나 미국 서부를 지나는 북태평양혹등고래와 모리셔스나 아프리카와 미국 동부를 오가는 북대서양 혹등고래로 다시 나뉘어요.
이 고래에 ‘혹등’이라는 이름이 붙은 건 머리와 턱, 지느러미 앞쪽에 혹이 있기 때문이에요. 혹에는 한두 개의 털이 있고 앞지느러미는 몸길이의 3분의 1 정도로 길어요. 입안에는 540~800개의 수염이 들어있어 플랑크톤이나 작은 바다 동물을 물에서 걸러내 섭취할 수 있어요. 하루에 1t(톤)의 먹이를 섭취하지요. 혹등고래는 거품으로 그물을 만들어 먹이를 효율적으로 사냥해요. 바다 깊은 곳에서 원을 그리며 거품을 뿜는 무리와 거품 가운데를 통과하며 먹이를 먹는 무리로 나뉘어 활동하지요.



혹등고래를 만나기 위한 여정
우리나라에서 혹등고래를 만나러 가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본 오키나와로 가는 거예요. 더 멀리 간다면 통가와 멕시코, 호주, 모리셔스에서도 만날 수 있어요. 저는 2018년 1월 오키나와에서 배를 타고 토카시키섬으로 가 혹등고래의 꼬리와 등, 그리고 혹등고래가 호흡하기 위해 수면 위로 뿜는 긴 물기둥을 처음 봤어요.
혹등고래의 제대로 된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건 5년 뒤 겨울이었어요. 수중 고래를 볼 수 있게 도와주는 업체와 함께 오키나와를 다시 찾았지요. 오키나와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 정도 이동한 뒤 겨울에 고래들이 사는 무인도 주변으로 이동했어요. 배 위에서 오리발을 신고 대기하다가 선장이 고래가 지나가는 길목을 가로지르면서 “입수!”라고 외치면 사람들이 한 명씩 바다로 뛰어들었습니다. 5~30분마다 혹등고래를 보러 물에 들어갔어요.

이날 바다에 다이빙한 결과 3마리의 혹등고래 가족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어요. 어미 고래와 새끼 고래, 이들을 지켜주는 호위 고래가 모인 가족이었지요. 어미 고래는 새끼가 숨을 쉬러 수면으로 올라갈 때 아래에서 밀어 올려 숨을 쉬도록 도와줘요. 그리고 새끼를 지켜보면서 보호해요. 새끼가 수면 아래로 내려갈 때는 새끼가 먼저 내려간 뒤 어미가 위에서 보호해 줍니다. 호위 고래는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에서 범고래 같은 포식자가 오는지 지켜봅니다.
혹등고래는 사람을 해치지 않을 뿐 아니라 위험에 빠진 사람이나 물개를 구조하는 동물로 유명해요. 2018년 남태평양 쿡 제도 라로통가섬의 고래 연구가 낸 하우저는 혹등고래가 자신을 구해줬다고 밝혔어요. 바다에서 혹등고래가 몸을 뒤집어 배를 보이며 지느러미로 하우저를 밀어서 수면으로 밀어냈는데, 나중에 선박으로 헤엄쳐 돌아가다가 주변에 있는 뱀상어를 발견했어요. 혹등고래가 뱀상어를 마주치지 않게 하우저를 밀어낸 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