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T
차의 위치를 추적하는 탄환
교통 경찰관은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 도로의 차들을 단속해요. 음주 운전한 차량을 찾아내거나 사고를 내고 도망치는 뺑소니차를 잡지요. 그런데 이런 차들이 경찰을 피해 도망가다 주위에 있는 차나 따라가는 경찰차를 들이받기도 합니다. 경찰청 조사 결과,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업무를 수행하다가 교통사고로 다친 경찰관은 1300여 명이나 됐지요.
2024년 12월 20일, 광주과학기술원(GIST) 기계로봇공학부 이종호 교수팀은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가는 차에 붙어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탄환을 개발해 공개했어요. 이 탄환은 접착제가 있는 발사부착탄으로, 날아가면서 접착제가 넓게 퍼져 목표한 지점에 착 달라붙어요. 장치에 위치 추적 장치인 GPS 기기가 있어 도망가는 차의 바로 뒤에서 따라붙지 않아도 돼요. 경찰관이 좀 더 안전하게 도망가는 차를 잡을 수 있지요.
발사부착탄은 발사 장치와 부착탄으로 이뤄져 있어요. 총과 비슷하게 생긴 발사 장치에 발사부착탄을 끼워 넣고, 쏘면 돼요. 발사부착탄의 앞부분에는 딱풀 같은 평편한 접착제가, 뒤에는 원통 모양의 통이 있어요. 원통에 GPS 기기가 들어가요.
지난 1월 2일, 기자는 발사부착탄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GIST에서 차량을 향해 발사부착탄을 쏘아 봤어요. 먼저, 발사 장치에 질소 가스통을 장착했어요. 4.5m 떨어진 거리에서 레이저로 차를 향해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어요. 높은 압력으로 저장된 질소가 순간적으로 뿜어져 나오면서 발사부착탄이 날아갔고, 이때 펑 하고 큰 소리가 났어요.
발사부착탄은 조준한 차의 유리창에 똑바로 날아가 붙었습니다. 접착제는 발사하기 전보다 넓고 얇게 늘어나 유리창에 붙어 있었어요. 기자가 손으로 잡아당기니, 접착제가 끈끈하게 늘어났어요.
발사부착탄이 차에 붙으면 인공위성에서 GPS 신호를 받아 도망가는 차의 위치 정보가 전자기기의 지도 프로그램에서 나타나요. 이종호 교수는 “경찰관들이 현장에서 사용해 보고 불편한 점을 고치는 연구가 필요하다”며 “경찰의 안전에 발사부착탄이 유용하게 쓰이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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➊ 발사 장치에 발사부착탄을 넣는다.
GIB, 어린이과학동아
➋ 목표가 되는 차량을 향해 레이저로 조준한다.
➌ 조준한 곳을 향해 쏜다.
GIST
➍ GPS를 켜서 차량의 위치를 추적한다.
회전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연구팀은 접착제의 재료로 엘라스토머를 사용했어요. 엘라스토머는 끈적끈적한 점성과 힘을 주면 늘어났다가 주지 않으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탄성을 가지고 있어요. 끈적끈적한 점성의 성질 덕분에 유리, 알루미늄 등 차의 어디든 잘 붙어요. 말랑말랑한 탄성의 성질 덕분에 바람의 압력이나 접착제가 붙는 지점의 모양에 따라 접착제의 모양도 바뀌어요. 그래서 기둥이나 그물 모양의 철 구조물에도 잘 붙지요.
또한 연구팀은 주변 공기 흐름의 영향을 덜 받기 위해서 원통 표면에 빙빙 돌아가는 나선 모양의 홈을 팠어요. 그러면 발사부착탄이 날아갈 때 나선 모양의 홈을 따라서 회전하면서 회전 운동을 유지하려는 힘인 회전 관성이 생겨요. 그 힘으로 멀리 있는 물체를 향해 정확하게 쏠 수 있지요.
연구팀은 이 원리들을 이용해 만든 발사부착탄을 약 400번 쏘아봤습니다. 그 결과, 최대 10m 떨어진 거리까지 목표한 차에 부착될 수 있었어요. 서 있는 차뿐만 아니라 1시간에 60km를 달리던 차에 발사부착탄을 쏘아서 붙이기도 했지요.
발사부착탄은 차에 붙은 상태로 바깥에서 오랫동안 놔두어도 떨어지지 않았어요. 2024년 여름, 약 한 달간 차에 발사부착탄을 부착한 채로 약 100km를 달렸는데, 그대로 붙어 있었습니다. 비가 오는 날도 있었지만 떨어지지 않았어요. 156.7캜 이상의 높은 온도에서도 14시간 이상 붙어 있었고, 접착제가 녹지 않았어요. 홍창의 박사과정생은 “한 번 차에 붙으면 바람이나 비 등의 자연적인 이유로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발사부착탄은 재난 현장에서도 활용될 수 있어요. 화재가 난 재난 현장에선 발사부착탄 뒤쪽에 작은 카메라를 부착해 벽을 향해 쏠 수 있어요. 건물 내부의 구조를 모를 때나 구조할 사람의 위치를 파악하기 힘들 때 유용하게 쓰일 거예요. 위층에서 아래층으로 발사부착탄에 줄을 연결해 쏘아 약 1kg인 의료 박스를 가져 오는 데도 성공했지요. 연구팀은 “재난 현장이나 체포 현장에서 범인의 위치를 추적할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발사부착탄이 쓰이길 바란다”고 전했답니다.
GIST
발사부착탄은 점성과 탄성이 있어서 다양한 구조물에 붙을 수 있다.
어린이과학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