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자 섭섭박사님은 뜨겁게 끓인 핫 초콜릿이 마시고 싶어졌어요. 코코아 가루를 듬뿍 퍼서 우유에 섞은 뒤, 무심결에 컵 둘레를 톡톡 두드리던 섭섭박사님은 깜짝 놀랐어요. 무척 특이한 소리가 났거든요.
도전 실험
두드려라, 점차 높아지리라
준비물
머그컵, 뜨거운 물, 코코아 가루, 단단한 숟가락
※뜨거운 물을 사용할 때는 반드시 보호자와 함께하세요.
➔ 결과: 시간이 지날수록 컵을 두드리는 소리의 음이 점점 높아진다!
왜 이런 일이?
우리가 일상에서 듣는 모든 소리에는 속도가 있습니다. 이를 ‘음속’이라고 해요. 음속은 매질●의 구성 성분이나 방해물 등에 영향을 받습니다. 소리가 뻗어 나가려는 방향에 방해물이 있어서 부딪히면 소리의 방향과 속도도 바뀌어요. 음속이 느릴수록 소리가 1초당 진동하는 횟수는 적어지고 파장이 길어져요. 파장이 길면 낮은 소리가 나죠. 반대로 음속이 높을수록 1초당 진동하는 횟수는 많아지고, 파장은 짧아지면서 높은 소리가 납니다.
‘핫 초콜릿 효과’는 이러한 소리의 성질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1980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물리학자들이 처음 발견했어요. 뜨거운 물에 코코아 가루를 잘 섞으면 미세한 거품이 생기는데, 이때 컵을 두드리면 소리가 거품 때문에 방해를 받아 음속이 느려지죠. 시간이 지나서 거품이 점차 꺼지면 소리도 방해 없이 더 빠른 속도로 뻗어 나갑니다. 따라서 컵 두드리는 소리가 처음에는 낮은 음으로, 시간이 지나면 더 높은 음으로 들리는 거예요.
●매질
한걸음 더!
버려지던 코코아 껍질, 초콜릿이 되다!
초콜릿은 카카오 열매의 씨앗으로 만들어져요. 그런데 씨앗뿐만 아니라 기존에 버려지던 부위까지 활용해 친환경적인 초콜릿을 만드는 기술이 나왔어요.
카카오 열매의 씨앗은 말랑하고 반투명한 과육으로 덮여 있어요. 이 과육을 긁어내고 씨앗만 모아서 말린 뒤, 빻아서 반죽하면 초콜릿의 주된 재료인 코코아 매스와 코코아 버터가 되죠. 남은 과육과 껍질은 쓰레기로 버려집니다.
2024년 5월,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학교 연구팀은 버려지던 카카오 열매의 부속물들을 활용한 초콜릿 레시피를 공개했어요. 연구팀은 카카오 열매의 안쪽 껍질에 주목했습니다. 카카오 열매는 단단한 겉껍질 외에도 말랑말랑한 속껍질을 가지고 있어요. 속껍질을 말려서 가루로 만들고 과육과 섞으면 ‘코코아 젤리’라는 물질이 탄생하죠. 코코아 젤리에서는 진한 단맛이 나서 초콜릿을 만들 때 설탕을 대신해 쓸 수도 있습니다.
연구팀이 실험한 결과, 고체 밀크초콜릿을 만드는 데 전체 질량의 20%만큼의 코코아 젤리를 넣으면 설탕 함량이 5~10%인 밀크초콜릿과 같은 수준의 단맛이 났어요. 이렇게 만들어진 초콜릿은 일반 초콜릿보다 섬유질은 더 풍부하고, 포화지방은 덜했죠. 연구에 참여한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학교 킴 미쉬라 연구원은 “섬유질은 우리 몸의 장 활동을 조절하고 혈당 수치가 너무 빨리 치솟는 것을 막아준다”며 “포화지방은 과도하게 섭취하면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초콜릿 레시피는 환경에도 도움이 됩니다. 초콜릿을 만들 때 필요한 농지와 발생하는 쓰레기의 양을 줄이고, 설탕을 옮기는 데 드는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
죠. 연구팀은 또 코코아 농가의 농부들이 속껍질, 코코아 젤리를 판매해서 더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했답니다.
실험 하나 더!
영원히 녹지 않는 코코아 가루?!
준비물
머그컵, 우유, 코코아 가루, 숟가락, 포크 또는 이쑤시개
➔ 결과: 젖은 표면이 터지고 안쪽의 마른 가루가 나타난다.
왜 이런 일이?
코코아 가루에는 코코아 버터라는 식물성 지방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가루 속 지방의 비율은 가공 방법에 따라서 8~26% 사이로 다양하죠. 지방은 소수성 물질이에요. 소수성은 물과 섞이지 않으려는 성질입니다. 따라서 지방이 많이 든 코코아 가루는 물이나 액체가 닿는 순간 이를 밀어내려고 해요.
그러나 코코아 가루에는 지방만 있는 게 아니고, 물과 잘 섞이는 탄수화물 성분 녹말도 들어있습니다. 코코아 가루 뭉치를 우유에 밀어 넣으면 녹말 분자는 우유를 빠르게 흡수하고, 동시에 지방 분자는 우유가 더 스며들지 못하도록 바깥으로 밀어내죠. 이러한 작용의 결과로 코코아 가루 뭉치에는 마치 껍질 같은 촉촉한 막이 생기게 됩니다.
뾰족한 물체로 이 막을 찌르면 풍선처럼 톡 터지고, 액체와 섞이지 않은 가루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