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무심코 걷다가 모서리에 발가락을 찧었던 적 있나요? 여름철 옷 속에 땀이 찰 때 누가 티셔츠 좀 대신 펄럭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은요?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사소하지만 불편한 순간을 해결하기 위해 매일 머리를 싸매는 발명가를 만났습니다.
일상을 ‘살짝’ 편하게 만든다면?
“‘가까스로 도움이 되는’ 물건을 만드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2024년 12월 17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카즈야 시바타는 발명 철학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어요. 영상에서 익숙하게 보던 익살스러운 표정과 장난스러운 말투를 상상했는데, 실제로 마주한 카즈야는 무척 정중하고 차분한 모습이라 오히려 놀라웠지요.
카즈야 시바타는 독창적인 발명품으로 화제를 모은 일본의 발명가예요. 대학교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카즈야는 졸업 후 로봇 회사에서 설계 일을 했어요. 그러다 발명품 ‘멋있게등장함’이 유명해지면서 전업 발명가로 활동하기 시작했지요. 멋있게등장함은 어떤 물건이든 엄청나게 멋있게 등장시켜 주는 상자예요. 카즈야는 “기대를 품고 꺼낸 물건이 예상보다 하찮아서 실망스러울 때 사용하라”고 추천했어요. 상자에 물건을 넣은 다음 버튼을 누르면 현란한 조명과 함께 뽀얀 연기와 효과음이 흘러나오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무대 한가운데로 등장한 주인공처럼 화려하게 연출해 줘요. 사람도 등장할 수 있게 크기를 키울 계획도 있다고 하니, 순식간에 근사해지고 싶다면 다음 세대 ‘멋있게등장함’을 기다려 봐요.
그 밖에도 공포 영화를 보다가 무서운 장면이 나올 때 눈을 가려주는 ‘순간 눈가리개 고글’, 누워서 스마트폰을 보다가 실수로 떨어뜨렸을 때 얼굴을 보호해 주는 ‘안면 스마트폰 실드’, 화가 날 때마다 짜증 포인트를 채우면 귀여운 솜인형을 꺼내주는 ‘솜뭉치 분노 조절 머신’ 등이 있어요. 이러한 카즈야의 발명품은 일상에서 자주 일어나는 불편을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카즈야는 왜 이런 발명품들을 만드는 걸까요? 어린 시절부터 뭔가 만들거나 분해하는 일을 열광적으로 좋아했다는데, 옛날부터 가까스로 도움이 되는 물건을 만들었을까요? 지금까지 어떤 발명품을 만들었고 또 앞으로 어떤 것을 만들고 싶은지, 궁금한 점을 낱낱이 물어봤습니다!
왜? 당연한 일에 질문하기
Q
언제부터 발명을 시작하셨나요?
아버지가 전기기술자여서 집에 이름 모를 공구나 재료가 많았어요. 그 영향 때문인지 초등학교 때부터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그때는 발명이라기보다 공작이었지만요. 1학년 공작 시간에 ‘멋쟁이 변신 세트’라는 걸 만든 적이 있어요. 이게 학교에서 엄청나게 인기를 끌었어요. 제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가발이나 가방 같은 소품을 종이로 만든 거였는데, 친구들이 너도나도 멋쟁이 변신 세트를 만들어 달라고 했죠. 이게 학교에서 약간 유행해서 여러 개 만들었어요. 제조업에서의 첫 성공 체험이었어요.
Q
멋쟁이 변신 세트가 유행했을 때 어땠나요?
발명은 사실 무척 외로운 작업이에요. 혼자 생각하고, 혼자 만들고, 혼자 끝없이 수정하는 일의 반복이죠. 만들기는 원래부터 좋아했지만, 만들기에 골몰하는 저를 이해하거나 공감해 준 사람은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친구들이 멋쟁이 변신 세트를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처음으로 제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전해졌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정말 행복했어요. 그 경험 덕분에 줄곧 발명품을 만들게 된 것 같아요.
Q
가장 자랑스러운 발명품을 꼽는다면요?
아무래도 ‘멋있게등장함’이죠. 멋있게등장함은 소셜 미디어에 음식 사진을 올릴 때 영 멋있는 사진이 찍히지 않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했어요. 첫 시제품부터 가장 최신작인 4세대까지 4년에 걸쳐 완성했죠. 멋있어지기 위한 온갖 장치를 최대한 담았기 때문에 크기에 비해 꽤 무거워요. 40kg 정도거든요. 그래서 다음에는 휴대용으로 가지고 다닐 수 있을 만한 버전으로 만들어 볼 생각이에요. 그리고 ‘솜뭉치 분노 조절 머신’도 꽤 만족스러워요. 화가 날 때마다 버튼을 누르면 짜증 포인트가 차서 귀여운 솜인형이 나오는데, 만들면서 무척 즐거웠고 반응도 좋았어요.
Q
발명품에 가격이 적혀 있던데 판매도 하나요?
발명품은 판매하지 않아요. 다만, ‘실제로 판매하는 것처럼 보이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어요. 이상한 물건이 실제로 팔리고 있다는 사실에 사람들이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거든요. 홈페이지에 적혀 있는 가격은 재료비예요. 제 인건비는 포함되지 않았고요. 발명품을 발표할 때마다 사고 싶다는 연락은 수십 건씩 오는데, 아직 판매 계획은 없어요. 팔기 위한 물건은 좀 더 편의성이나 유용함을 생각해야 하는데, 제가 발명하는 목적은 그런 방향이 아니거든요.
Q
그럼 발명을 하는 목적은 무엇인가요?
제 모든 발명품의 주제는 ‘가까스로 도움이 된다’예요. 아주 조금이긴 하지만 확실하게 도움이 되기는 한다는 뜻에서요. 저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무척 좋아하지만, 그 이상으로 사람들이 즐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그래서 발명 아이디어를 찾을 때도 ‘알지 알지’에서 영감을 얻어요. ‘알지 알지’는 모든 사람이 한 번쯤은 경험해 봤거나 공감할 만한 ‘그래, 그거. 알지, 알지!’ 하는 문제상황을 가리켜요. 제가 잘하는 일인 발명으로 ‘알지 알지’들을 해결하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즐기도록 하는 게 목표예요. 물론 만드는 저도 즐거워야 하고요.
Q
어린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지금 세상은 너무나 많은 것들로 가득 차 있어요. 물건이든 콘텐츠든 말이죠. 이 중에서 자신이 좋아하거나 잘하는 걸 찾는 일은 쉽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꼭 다양한 체험을 해보고 많은 지식을 접하면서 자신이 정말로 열중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찾아보세요. 실패해도 괜찮아요. 더 많이 실패할수록 더 잘 맞는 걸 찾을 수 있거든요. 우선은 매일 당연하게 하고 있는 일에 ‘왜?’라고 질문을 던져 보세요.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