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란 몸통에 작은 머리통을 가진 바다사자는 우리나라에서는 찾기 어렵지만 멕시코와 미국에 가면 쉽게 만날 수 있어요. 저는 2023년 9월 멕시코 라파스에서 바다사자를 만났습니다.
바다사자의 정체는?
바다사자는 우리나라에서 1년에 한두 개체 발견되어서 뉴스에 종종 등장합니다. 이때 뉴스에서 말하는 바다사자는 하나의 종이 아니에요. 바다사자과에는 큰바다사자와 남미바다사자 등을 포함한 바다사자아과와 물개를 포함한 물개아과가 있는데 이를 모두 바다사자라고 불러요.
우리나라와 일본에 서식하던 강치라고도 불리는 바다사자 종은 무분별한 포획 때문에 멸종되었습니다. 1994년 국제자연보전연맹이 절멸을 선언했지요. 물개아과에 속하지 않는 큰바다사자 등을 물개라고 부르는 사람도 많은데, 이는 잘못된 호칭입니다. 물개아과는 바다사자아과에는 없는 빽빽한 속 털이 있다는 차이가 있지요.
바다사자과는 장난기 많고 지적이고 사교적인 동물 중 하나예요. 지느러미를 이용해 수중에서 최대 시속 40km로 이동할 수 있어요. 한 번에 체중의 약 5~8%나 되는 양의 먹이를 섭취합니다.
바다사자, 보호가 필요하다
제가 멕시코 바닷속에서 만난 바다사자들 중에서는 어린 개체가 유독 호기심이 많았어요. 반짝이는 물건과 투명한 카메라에 관심을 가지고 입에 넣어보기도 했어요. 드물지만 바다사자에게 물리는 사고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주의해야 해요.


바다사자과 중 바다사자아과에는 5개의 속과 멸종된 바다사자 종을 제외한 6종이 있어요. 이 중 크기가 가장 큰 종은 큰바다사자예요. 무게는 최대 1000kg에 달하고 길이는 3m까지 자라요. 큰바다사자는 5월 초에 번식을 시작하는데 수컷이 9~13세가 되면 번식 영역을 확보해요. 암컷이 5월 말에 이곳으로 와 싸움과 경계 표시를 통해 영역을 방어합니다. 수컷 큰바다사자는 번식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암컷과 짝짓기를 하러 다니는데, 어떤 수컷은 짝을 전혀 찾지 못하기도 합니다.
칠레 해안을 따라 서식하는 남미바다사자는 전 세계 개체수가 약 16만 5000마리예요. 20세기 중반까지 비글해협과 파타고니아를 따라 사는 수렵채집인들이 남미바다사자를 사냥하고 주변 환경을 착취하면서 남미바다사자의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또 남미바다사자는 명태 등의 어류를 먹이로 삼지만, 어부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먹이를 찾아 열대 위도로 이동하기 시작했어요.
뉴질랜드에 살던 뉴질랜드바다사자도 19세기 무분별한 사냥 때문에 뉴질랜드 본토에서 150년 넘게 멸종되었어요. 1993년 뉴질랜드바다사자가 본토에서 새끼를 낳으면서 다시 뉴질랜드에서 번식하기 시작했습니다. 뉴질랜드바다사자는 바다사자과 중에서 유일하게 정기적으로 숲을 향해 이동해요. 새끼 보호를 위해 암컷이 숲으로 새끼를 데리고 들어가는 건데, 이동 중 도로에서 차에 치이는 등의 방해를 받기도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바다사자 중 하나고 멸종위기에 처한 종이기 때문에 인간과 공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