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깊은 밤, 조용하기만 하던 화석박물관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어요.
“…사람들은 다 갔지?”
“응. 문 닫을 시간이 한참 지났거든. 안심하고 나와도 돼.
야, 랩터! 그만 자고 일어나!”
“음냐…, 난 원래 밤엔 자야 되는데…. 졸려 졸려….”
“낮엔 관람객이 있으니 어쩔 수 없잖아. 자, 이제 연극 준비하자. 삼엽충 할머니, 할아버지도 얼른 오세요!”
“난 늙어서 눈이 잘 안 보여~. 누가 나 좀 데려가 줘~.”
아무래도 박물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군요. 화석들이 사람들 몰래 연극을 하려는 것 같은데…, 우리 몰래 들어가 지켜보기로 해요. 쉿!


연극의 주인공을 뽑자!

잠시 후, 박물관 한가운데에 여러 화석들이 모여들었어요. 나뭇잎 화석도 왔고, 머리가 사람 키만 큼 큰 공룡 뼈 화석도 찾아왔죠. 뿐만 아니라 도대체 무슨 생물인지 짐작할 수 없을 만큼 희한하게 생긴 화석도 있었어요. 모두 모인 것을 확인하자 누군가 말을 시작했어요.
“화석 친구들, 반가워요. 저는 이번 연극 공연의 대표를 맡고 있는 ‘미화석’이에요. 네? 목소리는 들리는데 모습이 안 보인다고요? 당연하죠. 미화석은 ‘미세한 화석’, 그러니까 현미경으로 봐야 할 정도로 아주 작은 화석이거든요. 박테리아나 규조류, 원생동물, 포자의 화석이 미화석에 포함되니까, 대략 1㎜보다 작은 화석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너무 작아서 사람들은 제가 화석인 줄도 잘 모르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연구된 화석은 공룡도, 삼엽충도 아닌 저라구요….
그건 그렇고, 제가 이렇게 갑자기 모이라고 한 것은 ‘제1회 화석박물관 연극 축제’를 시작하기 전에 주인공을 정하기 위해서예요. 오늘 주인공 후보자들을 소개하고 투표로 주인공을 뽑을게요. 자, 그럼 먼저 어떤 후보자가 있는지 간단히 소개부터 해 볼까요?”


제1회 화석박물관 연극 축제’ 주인공 후보
기호 1 번  못생긴 건 내가 최고! 개성 있는 주인공

삼엽충과 오파비니아

시대 고생대, 특히 캄브리아기 (5억 4300만 년 전부터 4억9000만 년 전까지). 특징 신기한 외모, 많은 나이와 풍부한 경험.

 


기호 2번  힘 세고 튼튼한 주인공

원시뿔공룡


시대 중생대 백악기 초(8000만 년 전).
특징 강한 체력, 액션 연기의 달인.

 

기호 3 번 푸른 지구를 만든 장본인

석송


시대 고생대 석탄기(3억 1000만년 전).
특징 끈질긴 생명력, 이끼부터 나무까지 폭넓은 연기 능력.


 

기호 4 번 사람 역할은 내게! 인류의 조상

아르디피테쿠스


시대 신생대(440만 년 전).
특징 가장 완벽한 인류 화석.


 

기호 5 번 사회자라고 주인공 못하나? 작지만 똑똑한 주인공

미화석


시대 지구 생명 탄생(40억 년전)부터 쭉~.
특징 40억 년이나 되는 긴 역사, 외계 생명체 연구에 이용됨.



 
허허…, 저도 5번 후보로 나갔어요. 사회자라고 주인공 맡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요?
자, 그럼 지금부터 후보들을 한 명씩 만나 보기로 해요. 모두 자기가 주인공이 돼야 하는 이유를 들려 줄 거예요. 그리고 각자가 오늘날 화
석 연구에 어떤 공을 세웠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줄 테니 기대하세요~!


삼엽충과 오파비니아가 소개하는 생물 역사
신기한 과거 생물을 만나자!

에헴…. 나이가 많은 우리가 주인공을 한다니까 뜻밖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네 그려? 나와 오파비니아 할멈 모두 고생대 초인 5억 4300만 년 전에 처음 나타났으니 가장 나이가 많은 건 사실이라우~. 하지만 나이가 많다고 우리를 주인공에서 빼 버리면 후회할 거유. 왜냐 하면 연극의 주인공이 될 중요한 조건을 갖추고 있거든. 바로 외모!
하지만 결코 잘생겼다는 게 아니야. 오히려 못생겼지. 내가 태어난 시기를 지질학에서는 ‘캄브리아기’라고 부르는데, 당시에 크게 나눠 4가지로만 구분되던 동물 *문이 이 시기를 지나며 38문으로 갑자기 늘어나게 됐다우. 그리고 이 과정에서 지금은 볼 수 없는 여러 가지 신기한 모습을한 특이한 동물들이 많이 탄생했지. 이렇게 동물이 갑자기 다양해진 현상을 ‘캄브리아기 폭발’이라고 하는데, 우리도 바로 이 때 태어난 동물이라우. 지구 역사 전체를 통틀어 이렇게 생명체가갑자기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오직 이 때뿐으로, 생물 진화 연구에 대단히 중요하다우. 그런데 이런 캄브리아기 폭발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게 바로 우리 고생대 화석이란 얘기는 들어 봤수? 지금부터 100년도 더 전인 1909년, 미국 자연사박물관장이 캐나다 로키산맥근처에 있는 ‘버제스 셰일’이라는 퇴적층에서 여러 가지 이상한 화석들을 발견하면서 신기한 고생대 생물의 존재가 알려졌거든. 이 덕분에 초기 동물들의 진화 과정이 밝혀질 수 있었지.
어떻소? 개성 있는 외모로 보나, 생물 진화 연구에 세운 공으로 보나 우리가 이번 연극의 주인공을 맡아야 할 이유는 충분하지 않소?

* 문 : 동물을 분류하는 가장 큰 단위. 하나의 문은 여러 개의‘ 강’으로 구성돼 있고 강은 다시 여러 개의‘ 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작은 단위는‘ 종’이다.


화석을 연구하면 생물이 보여요!

사람들이 5억 년 이상이나 과거에 생물이 살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건 화석 덕분이에요. 화석은 과거 생물 역사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이지요.
화석은 땅 속에 묻힌 생물의 몸체가 땅 속 광물질로 바뀌면서 돌이 된 ‘몸통 화석’과, 기어 다닌 흔적이나 발자국, 알, 배설물과 같은 ‘흔적 화석’으로 크게 나뉘어요. 몸통 화석은 그 생물이 살아 있을 때의 모습은 물론, 몸 구조나 기능 등을 알려 줘요.
흔적 화석을 통해서는 걸음걸이나 자세, 집단 생활 방법 등에 대해 알 수 있어요.


 
▲ 고생대 캄브리아기에 살았던 동물 ‘후르디아(➊)’와 ‘위왁시아(➋)’의 모습. 위의 네모난 작은 사진은 버제스셰일에서 나온 위왁시아 화석.


땅의 나이는 화석의 나이!

오래 전부터 화석은 묻혀 있는 땅의 나이를 알아 내기 위한 자료로 활용됐어요. 예를 들어 땅 속에서 다른 화석은 거의 나오지 않고 삼엽충이 나왔다면 그 지층은 고생대 지층이라는 식이지요. 삼엽충은 5억 4300만 년 전부터 2억 4800만년까지 이어진 고생대에만 살았거든요.
특히 다른 동물 화석이 거의 없이 삼엽충만 95~99% 정도 나왔다면 그 지층은 캄브리아기에서부터 4억 4300만 년 전까지인 ‘오르도비스기’에 속할 가능성이 높아요. 바로 이 시기까지가 삼엽충의 전성기로, 이 시기의 지층에서 발굴되는 화석은 대부분 삼엽충이기 때문이랍니다.
한국은 삼엽충 연구 선진국!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삼엽충 연구가 가장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나라 중 하나예요. 5억 년 전 고생대에 얕은 바다였던 강원도 태백과, 깊은 바다였던 영월에서 300종 이상의 다양한 삼엽충 화석이 발견되고 있거든요. 게다가 20세기 초부터 일본의 고생물학자들이 우리나라 삼엽충을 연구해 자료가 많이 축적돼 있어요.
현재는 새끼 삼엽충부터 어른까지의 모습을 분류해 삼엽충의 성장 과정을 밝혀 내는 연구와, 삼엽충의 진화 과정을 추적하는 화석 연구가 진행 중이에요.


 
▲ 여러 지역에서 발견된 삼엽충 화석. 강원도 태백(➊), 캐나다 버제스 셰일(➋), 미국 오하이오(➌), 오클라호마(➍).


땅 속에 숨은 공룡을 만나다!
원시뿔공룡이 소개하는 화석 발굴 과정


안녕하세요, 원시뿔공룡인 ‘프로토케라톱스’입니다. 지난 2009년 경기도 화성시 전곡항 방조제에서 발견됐지요. 발견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화석이라 아직 발굴이 채 끝나지도 않았고, 이 곳 박물관에 전시되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저도 주인공 역할에 도전할 거예요!
저는 트리케라톱스 같이 머리에 뿔과 커다란 투구 장식이 있는 공룡들보다도 1000만 년 전에 살았어요. 뿔은 없지만 커다란 투구 장식이 있어서 원시뿔공룡이라 불리고 있죠.
연극 배우로서 제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액션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거예요. 비록 몸 길이가 1.5m로 공룡치고는 작은 편이지만, 머리에 있는 두꺼운 뼈로 육식공룡의 공격을 받는 연기를 할 수 있어요. 저기 졸고 있는 랩터나 무식하게 덩치가 큰 티라노사우르스 화석과 함께 박진감 넘치는 싸움 장면을 연기할 수 있는 건 저뿐일 거예요.
화석으로서 제 가장 큰 특징은 온몸을 이루는 뼈의 거의 절반이 완전한 화석으로 남아 있다는 거예요. 보통 저처럼 덩치 큰 공룡의 화석은 뼈 전체가 남기 어려워요. 생물이 죽어 화석이 만들어지려면 얕은 강이나 호수, 바다 등에 재빨리 가라앉아 묻혀야 되는데, 큰 생물일수록 이 과정에서 뼈가 뒤섞이거나 없어지기 쉽거든요. 그러니 저처럼 몸의 반이나 되는 뼈가 발굴되는 경우는 흔하지않지요. 단, 아쉽게도 가장 중요한 머리뼈 부분이 통째로 없어졌어요. 아마 발굴지역 근처 어딘가에 숨어 있을 거예요. 빨리 제 머리를 찾아 주세요!


 
 ▲ 경기도 화성에서 발견된 원시뿔공룡 화석(작은 사진)과, 전남 고성의 초식공룡 발자국 화석.

뼈 화석을 찾아라!

공룡 뼈 화석은 인기가 많은 화석이라 세계 여러 나라가 발굴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지요. 한반도 남부는 중생대에 만들어진 땅이 전체의 4분의 1이나 될 정도로 많아요. 그것도 대부분 육지를 이루던 땅이라 육상 동물인 공룡 뼈 화석이 나올 가능성이 높지요. 이웃인 일본에 중생대 지층이 거의 없는 것과 비교하면 큰 장점이에요.
더구나 한반도는 중생대에도 지금처럼 유라시아 대륙과 북아메리카 대륙 사이의 길목에 위치해있었어요. 그래서 아시아에 살던 공룡이 아메리카로 퍼져 나가는 과정을 알게 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요. 그밖에 한반도의 중생대 지층은 세계적으로 아직 연구가 많이 안 된 전기 쥐라기와 전기 백악기 지층이라 새로운 공룡이 발견될 가능성도 높다고 해요.

뒤뚱뒤뚱, 이렇게 걸었군요!

흔적화석의 하나인 척추동물의 발자국 화석은 그 동물의 걸음걸이나 자세, 속도 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줘요. 과학자들 중에는 3D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이용해 관절의 움직임까지 알아 내기도 하지요.
미국 브라운대학교 스테판 게이트시 교수 연구팀은 그린란드에서 발견한 육식공룡의 발자국 화석을 3차원 영상으로 만든 뒤, 칠면조와 같은 새가 남긴 발 자국과 비교해 보았어요. 그 결과 새와 공룡이 똑같은 방법으로 발가락과 발 관절을 써서 걷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지요. 이 사실은 새가 공룡의 후예라는 좋은 증거가 됐답니다.



 
▲ 스테판 게이트시 교수팀이 육식공룡 수각류의 발자국을 분석해 걸음걸이를 재현한 영상(ⓒStephen Gatesy).


대륙 중심에서 공룡을 찾자!

한반도는 유라시아 대륙의 끝 부분에 위치해 있어요. 그래서 중국이나 몽골처럼 대륙 한가운데에 있는 땅보다 지각변동이 심했고, 이 과정에서 땅과 화석이 단단해졌기 때문에 화석을 찾기가 쉽지 않지요.
그래서 대륙 한가운데에 직접 가서 뼈 화석을 발굴하기도 해요. 실제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융남 박사님과 미국, 캐나다, 중국 등의 연구원으로 이뤄진 국제 탐사대는 몽골 고비사막에서 올해까지 4번에 걸친 탐사를 했어요.
탐사팀은 타르보사우르스와 타조공룡, 목긴공룡 등 수많은 공룡 뼈화석을 발굴해 현재 연구 중이랍니다.

➊발굴지를 선정한 후, 적당한 곳에 베이스캠프를 건설한다.

➋화석을 찾는다.
➌화석이 발견되면 GPS로 위치를 기록한 뒤 굴착기와 칼, 붓으로 화석 발굴한다.
➍발굴된 뼈는 자른 뒤 석고를 씌워 연구실로 운반한다.
➎뼈에 붙은 돌과 흙 을 제거한다. 화석이 석회암에 있을 경우에는 염산 용액을 써서 암석만 녹이기도 한다.

➏뼈를 원래 모습으로 맞춰 복원하고, 그림을 그린다.


석송이 소개하는 환경 연구
화석이 들려 주는 기후 이야기
저는 식물 대표예요. 3억 1000만 년 전인 고생대 석탄기에 살던 ‘레피도덴드론’이라는 석송의 겉껍질이지요. 저를 보면 당 시 육지에 식물이 얼마나 번성했는지를 알 수 있어요. 저는 강원도 태백의 석탄 탄광에서 발견됐는데, 석탄은 식물이 땅 속에 묻힌 뒤 탄소 덩어리로 변해서 만들어진 자원이거든요. 제가 살던 시기에 특히 많은 식물이 땅에 묻혀 석탄으로 변했지요. 그래서 시대 이름이 아예 ‘석탄기’가 되었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저와 같은 식물 화석이 많이 연구되고 있지 않아요. 방금 원시뿔공룡이 한반도가 대륙의 가장자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땅이 변화를 많이 겪었다고 했지요? 같은 이유로 많은 식물 화석도 보존되지 못하고 사라졌거든요. 하지만 강원도를 중심으로 한 고생대 지층과 충북 단양, 충남 보령 등 중생대 지층, 포항의 신생대 지층에서 나무 화석이 발견되고 있어 앞으로 연구를 기대해 봐야겠어요.
자, 제 얘기는 이쯤 하고, 화석이 당시 지구의 환경에 대해 무엇을 알려 주는지 이야기해 볼게요.


3억 년 전 기후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식물의 화석 중 나뭇잎 화석을 이용하면 그 당시의 기후도 알 수 있어요. 잎에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위한 구멍인 ‘기공’이 있어요. 그런데 식물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질 때 기공수를 줄이는 특징이 있어요. 이산화탄소를 너무 많이 흡수하지 않기 위해서지요.
이런 특징은 과거 식물도 똑같이 갖고 있었어요. 따라서 은행나무 화석(위) 등 과거의 식물 잎 화석에서 기공 수를 측정하면 당시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추측할 수 있어요. 이런 연구를 통해 수억 년 전의 지구가 더웠는지, 추웠는지 자세히 알아 낼수 있답니다.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가 소개하는 인류의 과거
땅 속에서 인류의 조상을 찾다!

잠깐! 설마 저를 잊은 건 아니겠지요? 바로 사람의 조상 화석이요! 사람도 화석이 있을 수있냐고요? 그럼요! 현재 지구에 존재하는 유일한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물론, 그 이전에 등장했다 멸종한 다른 종의 인류와 유인원도 화석으로 발견되고 있거든요.
제 이름은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예요. 440만 년 전, 지금의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와 아파르 분지에 살던 유인원의 화석이지요. 지난해 10월 미국의 과학저널 ‘사이언스’가 10월 2일자 저널 한 권을 통째로 제 얘기로 채우고, 12월에는 ‘2009년의 과학 연구 성과’ 1위로 꼽을 정도로 유명한 화석이에요. 뭐, 한국에서는 별로 주목을 못 받았지만 말이에요.
저는 지금껏 발견된 유인원 화석 중 가장 오래되진 않았어요. 700만 년 전의 유인원 화석도 있으니까요. 그런데도 제가 이렇게 과학계에서 유명인사가 된 것은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완벽한 인류화석이기 때문이에요. 머리뼈는 물론 척추, 골반, 다리, 손가락과 발가락 등 사람의 조상을 연구할때 필요한 중요한 뼈가 거의 모두 발견됐거든요. 지금까지 이 정도로 완벽한 유인원 화석이 나온 적은 한 번도 없답니다.
저를 연구한 결과, 유인원이 기존에 알려진 대로 열대 사바나에 살던 것이 아니라, 울창한 숲에서잡식성 먹이를 먹으며 살았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또 영장류와 달리 팔을 쓰지 않고 똑바로 걸었다는 등, 인류 진화에 관한 여러 가지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지요. 단,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가 인류의 직접적인 조상인지, 아니면 친척 중 하나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어요.


화석 연구는 시간이 오래 걸려요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 화석은 미국과 일본, 에티오피아 등으로부터 온 47명의 과학자가 참여해 15년 동안 연구한 끝에 발표됐어요. 처음 발견했을 때부터 따지면 무려 17년이나 걸려서 첫 번째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지요.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은 화석이 조각이 난 채로 발견된데다, 부서지기 쉬워 발굴하고 복원할 때 조심해야 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머리뼈 화석의 경우만 해도 5000조각으로 나뉘어 있었다고 해요.
뿐만 아니라 ‘컴퓨터 단층 촬영’ 기술을 이용해 화석을 3차원 영상으로 바꾸고, 함께 발굴한 동물이나 식물화석까지 같이 연구하느라 더욱 오래 걸릴 수 밖에 없었어요. 화석 연구는 이렇게 오랜 시간에 걸쳐 힘들게 이루어진답니다.


 
▲ 컴퓨터 단층 촬영(CT) 기술을 이용해 3차원 영상으로 만든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의 머리뼈 화석.


몸통 화석으로는 무엇을 연구할까?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의 화석은 공룡의 뼈나 미화석, 삼엽충 등과 함께 몸통 화석의 일종이에요. 몸통 화석은 그 생물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생물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해 줘요.
최근에는 유인원이나 동물의 머리뼈 화석을 통해 뇌 구조를 연구하기도 해요. 머리뼈 안에는 뇌의 무늬가 남아 있기 때문에 뇌의 어느 부분이 발달했는지를 알아 낼 수 있거든요. 이런 과정을 통해 이 동물에게 어떤 능력이 있었는지를 파악할 수 있지요. 아르디피테쿠스의 경우, 오늘날의 사람처럼 시각과 공간을 파악하는 뇌가 발달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어요.


 
▲ 지금은 멸종한 친척 인류 ‘호모 플로레시엔시스’의 뇌 구조를 복원한 영상.(ⓒKirkSmith, 사이언스/AAAS)


 


▲ 생물이 살아 있을 때 어떤 행동을 했는지 알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몸을 공처럼 만 삼엽충 화석은 삼엽충이 적을 만났을 때는 지금의 쥐며느리처럼 몸을 동그랗게 마는 특성이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 주지요.
 






▲진화를 연구할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공룡 ‘벨로키랍토르’의 뼈 화석과 시조새, 오늘날의 새 화석을 비교해 보면 뼈의 어느 부분이 같은지를 확인할 수 있어요. 이런 비교 연구를 통해 오늘날의 새가 멸종에서 살아남은 공룡의 후예라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생물이 살아 있을 때의 모습을 알 수 있어요. 뼈 화석만 발견해도 전체 크기와 자세는 물론, 근육이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붙어 있었는지 알 수 있지요. 이런 정보는 오늘날 살아 있는 비슷한 생물의 몸 구조와 비교를 해서 얻을 수 있어요. 아르디피테쿠스의 뼈 화석을 연구한 결과, 키 120㎝에 몸무게 50㎏의 여자이고, 땅에 똑바로 서서 걸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어요.


미화석이 소개하는 생명의 기원
화성 운석에서 화석을 찾아라!

자, 앞서 네 후보의 이야기를 잘 들었나요? 그럼 마지막 후보인 저 미화석이 이야기를 들려줄게요. 소개는 처음 나왔을 때 했으니, 제가 왜 주인공이 돼야 하는지를 바로 이야기할게요.
앞에 나왔던 후보들 가운데 외계 생명체와 관련된 연구를 해 본 경험이 있는 화석이 있나요? 지구의 생명이 어떻게 태어났는지에 대한 연구는요? …없죠? 그럴 거예요. 그건 오직 저 미화석만 겪어 본 특이한 연구거든요.
1996년, 미국항공우주국(NASA) 존슨우주센터의 데이비드 매케이 박사는 남극에서 발견된 ALH84001이라는 운석에서 미화석을 발견했다고 주장했어요. ALH84001은 약 39억 년 전에 화성에서 만들어진 돌이에요. 매케이 박사는 여기에 당시 화성에 살던 미생물이 화석이 돼 남아 있으며, 지금부터 약 1만 6000년 전 화성에 운석이 떨어졌을 때 우주로 날아갔다고 설명했어요. 그 후 이 돌은 3000년 동안 우주를 비행한 끝에 지금부터 1만 3000년 전 지구의 남극에 떨어졌지요.
실제로 매케이 박사팀은 운석을 확대한 사진에서 크기가 100㎚보다 작은 미화석 비슷한 흔적을 확인했어요. 또 생명의 흔적으로 볼 수도 있는 탄소유기물도 발견했지요. 하지만 지구에서 볼 수 있는 미생물보다 훨씬 작고 구조도 단순해서 이 구조를 화석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도 많아요. 이 흔적이 진짜 화성에서 온 화석인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답니다.


생명은 태어난 곳은 지구? 화성?

ALH84001에 있는 미세 구조가 정말 미화석이라면 지구의 생명이 화성에서 시작됐다는 ‘생명의 외계 기원설’의 증거가 될 수 있어요. ALH84001처럼 생명이 화성의 운석에 실려와 지구에 들어온 뒤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운석이 아니더라도 약 40억 년 전, 그러니까 지구가 태어났을 때의 화석은 미화석뿐이에요. 그러므로 미화석은 지구 초기의 생명 역사와 진화를 연구할 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단서랍니다.


 






▲ 화성에서 온 운석 ALH84001의 모습(왼쪽)과, 운석 속에서 발견한 미세 흔적(오른쪽). 점선으로 표시한 부분의 길이는 100㎚보다 작다(1㎚=10-9m).


무늬가 예쁜 돌에 미화석이?

미화석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어요. 모든 퇴적암에는 생물, 특히 미생물이 함께 묻히기 때문이지요. 퇴적암 중에서도 검은 셰일층이 미생물이 화석이 되기 좋은 환경이었다는 뜻이므로 화석이 나올 가능성이 더 높아요. 또 고생물학자들은 서해 소청도 등에서 발견되는 ‘스트로마톨라이트’를 연구하기도 해요.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옛날에 살던 미생물, 특히 광합성을 하는 ‘시아노박테리아’가 물 속
의 작은 알갱이와 엉켜 단단하게 굳어진 덩어리로, 미화석이 나올 확률이 높지요. 하지만, 샘플 1000개를 조사해야 1개 발견할 정도로 찾기 힘든 것이 사실이에요.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이런 층이 겹쳐 쌓이면서 자랐기 때문에 단면에 나이테 같은 예쁜 무늬가 있어요. 그래서 과거엔 장식용 돌로도 많이 쓰였답니다.

 


▲ 여러 가지 미화석. 중국 남부 지방에서 발견된 6억 년 전 배아(➊). 4억 2000만년 전 살던 자루 모양의 작은 동물‘ 키티노조아’(➋ )와 같은 시대의 포자 화석(➌). 4억 5000만 년 전에 살던‘ 스콜코돈트’(➍). 미생물이 만든 스트로마톨라이트의 무늬(➎).


5개의 화석이 이야기를 다 마쳤어요. 모두 재미있는 화석들이라 누가 주인공이 되든 즐거운 연극이 될 것 같아요. 하지만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건 단 하나뿐! 잠시 후 투표가 시작됐어요. 꾸벅꾸벅 졸던 랩터도, 몸이 불편한 삼엽충 할머니도 각자 종이 쪽지에 숫자를 표시하고 봉투에 넣었지요. 자, 드디어 개표 시간! ‘제1회 화석 연극축제’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요? 두근두근두근….
아, 그런데 이게 웬일? 박물관의 시계가 아침 7시를 알리는 종을 울리고 있군요! 화석들은 마법이풀리기라도 한 듯 전부 제자리로 돌아가 돌이 됐어요.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려면 아무래도 오늘 밤 다시 한 번 박물관을 찾아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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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4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윤신영 기자
  • 도움

    이성주 교수
  • 도움

    이융남 책임연구원
  • 도움

    임종덕 학예연구관
  • 도움

    최덕근 교수
  • 진행

    박현정
  • 진행

    레이먼드 워홀
  • 진행

    NobuTamura
  • 진행

    Marianne Coll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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