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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통합과학 교과서] <흥부와 놀부> 형보다 잘 살고 싶어!

‘이번에는 박에서 뭐가 나올까?’ 

흥부는 한껏 기대를 품고 마당에 자란 박을 잘랐어요. 그런데 박이 쪼개지자, 금은보화 대신 쓰레기와 먼지만 우르르 쏟아져 나왔습니다.  

 

 

# 동화마을에 무슨 일이?

개미에게 답이 있다?!

 

흥부네 가족은 멍하니 쓰레기 더미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꿀록 탐정은 개코 조수와 함께 흥부네 마당으로 다가가 말을 걸었어요.

“이게 무슨 일입니까? 이 쓰레기들, 어디서 난 거죠?”

흥부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어요. 

“탐정님, 저도 모르겠어요. 작년처럼 제비가 가져온 박씨를 심으면 좋은 일이 있을 줄 알았는데”

지난해 흥부는 제비 다리를 고쳐주고는 제비에게 박씨를 선물 받았어요. 박씨를 마당에 심었더니 박 속에서 금은보화가 쏟아져 나왔지요. 그런데 기쁨도 잠시, 못된 놀부에게 박에 들어 있던 금은보화를 모두 빼앗겨 버렸어요. 제비가 한 번 더 자신에게 행운을 가져다줄 거라고 기대했지만, 행운은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았어요. 

“탐정님, 전 이제 형보다 잘 살고 싶어요. 형이 절대 따라 할 수 없는 저만의 기술이 필요해요.”

그때, 개코 조수가 흥부의 발밑을 가리켰어요. 개미 떼들이 나뭇잎 조각을 들고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지요. 꿀록 탐정은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흥부에게 외쳤어요. 

“흥부 님! 개미처럼 농사를 크게 지어보는 건 어때요?”

꿀록 탐정과 흥부는 바닥에 엎드린 채 개미의 농장을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어요. 

 

#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잎꾼개미, 농사 어떻게 지을까?

 

▲셔터스톡
잎꾼개미의 균류 정원.

 

중남미 열대 우림에 사는 ‘잎꾼개미’를 포함해 약 250종의 개미는 오래 전부터 균류 농사를 지었어요. 균류는 버섯이나 곰팡이와 같은 생물로, 주로 죽은 생물의 유기물을 분해하며 살아갑니다. 잎꾼개미는 땅속에서 주름버섯과에 속하는 균류(Leucocoprinus gongylophorus)를 키워 영양분을 얻고, 균류는 오로지 개미에게 의존하며 생존하지요. 둘은 서로 뗄레야 뗄 수 없는 특별한 공생 관계를 맺고 있어요.

 

잎꾼개미는 무리를 지어 땅속에 거대한 균류 농장을 운영합니다. 일개미는 몸 크기에 따라 역할이 달라요. 덩치가 제일 큰 일개미는 곤충 등 외부 침입자로부터 농장을 지킵니다. 덩치가 적당히 큰 일개미는 예리한 턱으로 나뭇잎을 잘라 땅속으로 운반해요. 이들은 낙엽과 물건을 치우며 길을 정돈하고, 몸무게의 최대 50배에 다다르는 잎 조각을 옮깁니다. 

 

덩치가 작은 일개미들은 땅속에서 나뭇잎을 비료로 만드는 작업을 해요. 이파리를 잘게 씹고 침과 배설물을 섞어 바닥에 깐 뒤, 균류를 이루는 가느다란 실 모양의 균사를 심지요. 균사가 비료를 분해하며 자라는 동안 개미가 먹기 좋게끔 동글동글한 형태의 영양물질을 내놓습니다. 영양물질에는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풍부해 개미의 요긴한 식량이 돼요. 

 

잎꾼개미의 균류 정원은 해충에 감염될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요. 특히 균류 정원은 지하의 축축하고 어두운 땅속에 있어 농사에 해로운 곰팡이에 감염될 확률이 높지요. 잎꾼개미는 오랜 기간 농업을 하며 방어 전략을 갖도록 진화했어요. 몸 표면에서 나오는 항생 물질로 땅속에 침입하는 병충해를 제거하며 균류를 보호하고, 병해충에 감염된 균류를 골라내 농장을 안전하게 가꾼답니다.

 

 

# 통합과학 넓히기

개미 농사, 소행성 충돌 직후 시작됐다

 

전 세계적으로 약 250종의 개미가 균류를 재배한다고 알려졌어요. 특정 개미는 특정 균류와만 공생 관계를 맺고 있으며, 오랜 기간 함께 진화해 서로가 없이는 생존할 수 없게 되었지요. 이러한 개미-균류 공생 관계가 약 6600만 년 전 소행성이 충돌한 시기부터 시작됐다는 연구 결과가 지난 10월 3일 ‘사이언스’ 저널을 통해 발표됐어요.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 테드 슐츠 연구원팀은 중남미에서 채집한 균류 475종과 개미 276종의 유전 정보를 분석했어요. 진화 과정에서 생물 집단은 공통 조상으로부터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변화하고, 때로는 새로운 종이 탄생해요. 생명체의 유전 정보가 담긴 DNA 염기 서열 중 진화 과정 내내 변하지 않고 남아 있는 부분과 변화한 부분을 비교하면 언제부터 새로운 종으로 갈라져 나왔는지를 알 수 있지요. 연구팀은 개미와 균류의 DNA를 비교해 각각의 진화 가계도를 만들고, 균류를 기르는 개미와 개미에게 의존하는 균류가 언제 탄생했는지 확인했어요.  

 

개미의 가계도와 균류의 가계도를 비교한 결과, 각각의 공통 조상에서 새로운 종으로 분화되는 시기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그 시기는 바로 지금으로부터 약 6600만 년 전 백악기 말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했던 때였습니다. 연구를 이끈 테드 슐츠 연구원은 “소행성 충돌로 대기가 먼지로 뒤덮여 햇빛이 차단되면서 많은 식물이 멸종했다”며 “죽은 식물을 분해하는 균류가 급격히 번성하면서 개미들의 새로운 식량원이 됐다”고 설명했어요. 

 

연구팀은 개미가 균류를 완전히 길들이기 시작한 건 빙하기가 시작되던 약 2700만 년 전이라고 분석했어요. 기후가 추워지고 건조해지면서 잎꾼개미가 균류를 땅속에서 기르기 시작했고, 균류 또한 야생에서 자라는 다른 균류 종과 분리되면서 개미에 완전히 의존하게 되었지요. 테드 슐츠 연구원은 “개미는 인간보다 수천만 년 더 일찍 농업을 시작했다”며 “6600만 년 동안 이어진 개미의 농업에서 인간이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➊ 미국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 테드 슐츠 연구원팀.  ➋ 2011년 연구팀이 에콰도르에서 채집한 사이포미르멕스 리모수스(Cyphomyrmex rimosus) 개미. 균류 중에서도 효모를 기른다.   ➌ 2014년 브라질에서 채집한 미세토필락스 아스퍼(Mycetophylax asper) 개미. 곤충의 똥을 모아 균류를 기른다.

 

 

#에필로그

 

흥부는 개미처럼 버섯 정원을 꾸릴 생각에 신났어요. 

“흥부 님. 몸무게가 몇 kg였죠?” 

““69kg…. 갑자기 그건 왜 물으시죠?”

“잎꾼개미는 자신보다 50배나 무거운 이파리를 들거든요. 흥부 님은 69의 50배인 3450kg 정도는 거뜬히 들 수 있어야 해요.”

흥부는 우선 운동부터 열심히 하기로 결심했어요. 개미의 농사 비결을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겠다고 결심하며, 성공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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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15일 어린이과학동아(24호) 정보

  • 배하진
  • 디자인

    정영진
  • 일러스트

    박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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