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로미오를 두고 다른 사람과 원치 않는 결혼을 할 상황에 놓인 줄리엣은 묘수를 떠올렸어요. 마시면 일정 시간 동안 죽은 것처럼 보이는 약을 먹고 결혼식을 피하기로 한 거예요. 계획대로 신비한 약을 먹은 줄리엣은 깊은 잠에 빠졌어요. 누가 봐도 영락없이 죽은 사람이었지요.
# 동화마을에 무슨 일이?
침착해, 로미오!
줄리엣의 가족은 슬퍼하며 줄리엣을 무덤에 안치했어요. 줄리엣은 이제 로미오를 만나 멀리 떠나기만 하면 됐지요. 그런데 큰 문제가 생겼어요. 가짜 죽음 계획이 적힌 편지를 로미오에게 전달하기로 했던 친구가 전염병 때문에 집 안에 격리된 거예요. 줄리엣이 약을 먹고 죽은 척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로미오는 줄리엣이 진짜 죽은 줄 알고 무덤으로 달려갔어요.
로미오는 무덤에 도착해 줄리엣의 상태를 확인했어요. 줄리엣은 의식도 없고 심장도 뛰지 않았지요. 로미오는 충격에 빠져 비통한 목소리로 흐느꼈어요.
“안 돼요, 줄리엣! 나를 두고 떠나다니요.”
로미오는 품속에서 독약을 꺼냈어요. 줄리엣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산 독약이었죠.
“당신 없는 삶은 싫어요. 나도 따라가겠어요.”
로미오가 독약을 마시려는 순간,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가 소리를 지르며 달려왔어요.
“잠깐! 멈춰요!”
개코 조수의 손에는 자동제세동기가 들려 있었습니다.
#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장 대신 피를 순환시킨다
꼼짝도 하지 않는 줄리엣을 다시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의식을 잃은 사람을 발견했을 때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응급조치는 바로 심폐소생술이에요. 심폐소생술은 심장과 폐가 정지하거나 호흡이 멎었을 때 가슴을 반복적으로 눌러 피가 순환될 수 있게 하는 방법이에요.
피는 우리 몸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깨끗한 산소를 주고 노폐물을 가져가요. 펌프 역할을 하는 심장이 멈추면 피가 돌지 않아서 몸의 중요한 부분들이 산소를 공급받지 못해요. 특히 뇌는 산소가 공급되지 않고 약 4분이 지나면 손상되기 시작해요. 뇌는 한 번 손상되면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4분 내로 꼭 심폐소생술을 진행해야 해요.
심폐소생술의 원리는 간단해요. 멈춘 심장 대신 손으로 환자의 심장을 눌러 피를 몸으로 내보내는 것이죠. 가슴을 일정한 속도로 반복해서 누르고 인공 호흡을 번갈아 하면 심장이 다시 뛰기 전까지 몸에 필요한 산소를 공급하는 데 도움이 돼요.
하지만 심폐소생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때가 있어요.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거나, 심장 리듬이 엉망이 된 상태에서는 자동제세동기(AED)를 써야 해요. AED는 심장에 전기 충격을 줘서 비정상적으로 뛰는 심장을 정상 리듬으로 되돌려주는 기계예요. 그런데 AED는 심장을 뛰게 하는 게 아니라 멎게 해서 생명을 구해요.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요?
심장 질환의 종류는 아주 다양해요. 심장이 갑자기 멈추는 심장마비나 급성 심정지가 있는가 하면,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어서 피가 제대로 돌지 않는 심실세동이나 심실빈맥 같은 질환도 있지요. 심장은 너무 빠르게 뛰거나 너무 약하게 뛰면 모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요. AED는 이럴 때 전기 충격으로 심장의 비정상적인 박동을 잠깐 멈춰요. 그다음 심폐소생술을 해서 심장이 정상적으로 뛸 때까지 규칙적으로 누르는 거예요. 마치 컴퓨터에 에러가 생겼을 때 전원을 완전히 껐다가 다시 켜는 것처럼 심장을 재부팅하는 원리랍니다.
# 통합과학 넓히기
패드 제대로 붙이기만 해도 생존율 오른다
자동제세동기(AED)는 자동심장충격기와 두 개의 전극 패드로 이루어져 있어요. 자동심장충격기는 불규칙하게 뛰는 심장을 멈출 전기를 내보내는 장치고, 전극 패드는 전기를 심장으로 전달하는 장치예요. 한 개는 오른쪽 가슴 위, 다른 한 개는 왼쪽 겨드랑이 아래 옆구리에 붙이는 게 전극 패드의 정석 사용법이지요. 그런데 최근 다른 방식으로 패드를 붙이면 심폐소생술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어요.
9월 9일,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학교의 조슈아 루프톤 교수팀은 AED의 전극 패드를 가슴과 등에 붙였을 때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이 더 높다고 발표했어요. 연구팀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의 한 지역 소방 응급 의료 서비스 기관에서 심장질환으로 치료받은 환자 255명의 데이터를 분석했어요. 그 결과, AED 패드를 가슴과 등에 붙인 환자들이 가슴과 옆구리에 패드를 붙인 환자들보다 정상적인 심장 박동으로 돌아올 확률이 2.64배 높은 것으로 드러났어요. 패드를 앞뒤로 붙이면 심장이 샌드위치처럼 끼어서 전기가 잘 전달될 가능성이 높았던 거예요.
연구를 이끈 루프톤 교수는 “이번 결과만으로 패드 위치가 가슴과 등일 때 반드시 생존 확률이 높다는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며, “다만 최대한 빨리 심장 박동을 되살려야 할 때, 가슴과 등에 패드를 붙이는 게 더 효과가 좋을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어요. 또한 연구에 참여한 모하마드 다야 교수는 “환자를 움직이기 어려운 경우에는 무리하게 등에 패드를 붙이기보다 가슴과 옆구리에 패드를 붙여 빨리 전기 충격을 주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당부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만 10세 이상이면 누구나 AED를 사용할 수 있으니 사용법을 잘 기억해 뒀다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살리는 4분의 기적을 일으켜 보세요!
GIB
AED는 학교, 지하철 등 우리 주변 곳곳에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설치되어 있다.
# 에필로그
자동제세동기를 작동하고 심폐소생술을 하자 줄리엣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어요. 창백했던 얼굴에 피가 돌아 붉은 뺨이 살아났지요. 의식을 되찾은 줄리엣은 로미오의 손을 잡고 말했어요.
“내 심장을 다시 뛰게 해줘서 고마워요. 나에게 당신은 4분이 아니라 평생의 기적이에요.”
꿀록 탐정은 역시 자동제세동기는 최고라고 생각하며 흐뭇하게 두 사람을 바라봤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