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동해에는 1화에서 소개한 산호보다 말미잘이 더 많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바다에서 피어난 꽃처럼 생긴 말미잘은 어떤 역할을 할까요? 말미잘을 만나러 동해로 풍덩!
꽃도 버섯도 아니고, 동물!
말미잘은 해파리와 같은 자포동물의 한 종류예요. 해파리가 뒤집혀 바닥에 고정된 것처럼 생겼어요. 말미잘은 북극 바다의 빙하에 붙어 살거나, 화산과 연결돼 뜨거운 물이 솟아나는 바닷속 구멍인 열수분출공에도 살아요. 얕은 수심부터 1000m 깊이가 넘는 수심까지 말미잘은 지구의 모든 바다에서 발견됩니다.
우리나라에서 말미잘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동해의 평균 수심은 약 1700m예요. 남쪽 바닷물이 흘러오는 남해의 수심이 약 200m고, 동해의 바닷물이 빠져나가는 일본 홋카이도 연안의 수심이 200m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깊지요. 지금보다 바다 수심이 150~200m만큼 더 얕았던 1만 5천 년 전 빙하기에는 동해가 작은 호수고 주변은 육지였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어요. 1만 년 넘게 다른 대양과 호수로 분리돼 있던 동해는 독특한 생태계를 간직하고 있어요. 특히 섬유세닐말미잘이 잘 살고 있습니다.
바다의 청소부, 섬유세닐말미잘
동해에서 발견되는 섬유세닐말미잘 종은 1835년 러시아 캄차카반도에서 처음 발견되었어요. 섬유세닐말미잘은 10℃ 이하의 차가운 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해양생물학자들은 섬유세닐말미잘이 북극해에서 러시아를 지나 동해로 유입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섬유세닐말미잘은 남극과 적도, 호주를 제외한 모든 바다에서 발견돼요. 그래서 섬유세닐말미잘이 분포한 곳을 관찰하면 바다 환경이 변화하고 있는지, 바다 생물들이 잘 살고 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어요.
섬유세닐말미잘은 촉수에 닿는 모든 것을 잡아먹어요. 손톱보다 작은 플랑크톤과 해저에 가라앉는 찌꺼기를 주로 먹어 치워 청소하는 역할을 하지요. 또 섬유세닐말미잘이 먹이를 섭취하고 남긴 배설물은 바다 밑바닥에 사는 저서동물이나 플라크톤 등 해양 동물의 먹이가 됩니다.
우리나라에는 두 종류의 섬유세닐말미잘이 살아요. 깊은 바다에 사는 큰섬유세닐말미잘과 주로 연안에 사는 섬유세닐말미잘이 있지요. 그런데 예전과 달리 경북 포항 연안에서는 섬유세닐말미잘을 찾을 수 없게 되었어요. 바다의 수온이 올라갔기 때문이에요. 섬유세닐말미잘은 25℃가 넘는 환경에서는 살 수 없어요. 같은 이유로 동해의 남쪽에서도 섬유세닐말미잘을 찾기 어려워졌습니다. 바다의 청소부 중 한 생물이 사라지고 있는 거예요.
바다 수온이 오르면 물에 녹을 수 있는 산소의 양이 줄어들면서 바닷속 산소량이 줄어듭니다. 이 때문에 다양한 해양생물이 바다에서 호흡하기 힘들어 살기 어려워져요. 이처럼 바다의 수온이 상승하는 건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화석 연료 등 때문에 발생한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가 지구의 열을 가두고 있어요. 따라서 바다에 사는 해양생물을 위해 지구의 열을 식히는 노력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