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는 종종 ‘골든 아워’라는 단어를 씁니다. 골든 아워는 환자가 큰 부상을 입거나 생명이 위독해진 순간의 직후를 가리키는 말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금 같은 시간이라는 뜻이에요. 누군가의 골든 아워가 지나가지 않도록 환자를 기다리고 있는 국립중앙의료원 서울권역외상센터 김영웅 외상전담전문의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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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24시간, 위급한 환자를 기다린다
“환자가 도착했다는데, 다녀와도 될까요?”
지난 8월 5일, 국립중앙의료원 서울권역외상센터 김영웅 외상전담전문의는 기자와 인터뷰를 시작하기 직전 급하게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잠시 뒤 돌아온 김 전문의는 “퇴근 후 집에 갔다가 환자가 왔다는 연락을 받고 또다시 병원에 오는 일도 잦다”고 말했어요.
김 전문의가 일하는 권역외상센터는 몸을 다친 환자들 중에서도 생존할 확률이 낮은 ‘중증외상환자’들이 오는 곳이에요. 외상은 어떤 힘이나 충격으로 몸에 상처나 손상이 가해지는 거예요. 날카로운 것에 찔리거나 베이는 것, 어딘가 부딪혀서 멍이 들거나 상처가 나는 것, 높은 곳에서 떨어져 뼈에 금이 가거나 부러지는 것 모두 외상에 포함되죠.
권역외상센터는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권역에서 발생한 중증외상환자를 각각 전담하여 치료합니다. 현재 전국 17개 지자체에 총 17곳의 권역외상센터가 있어요. 김 전문의가 일하는 서울권역외상센터는 2023년부터 서울에 있는 중증외상환자들을 치료하고 있죠.
김 전문의는 외부에서 온 충격으로 가슴 안쪽 장기를 다치는 ‘흉부외상’을 치료해요. 외상으로 목숨을 잃는 경우 중 25%가 흉부외상일 만큼 한 번 다치면 무척 위험하고, 환자의 수도 많죠. 반면 흉부외상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의사의 수는 환자에 비해 무척 부족해요. 서울권역외상센터에도 흉부외상을 담당하는 의사는 김 전문의뿐이에요.
중증외상환자를 빠르게, 집중해서 치료할 수 있는 전문적인 기관이 필요하기 때문에 권역외상센터는 꼭 있어야 해요. 우리나라에는 많은 병원이 있지만, 암을 비롯한 다른 질병을 앓는 환자들도 치료해야 해서 외상환자에게만 집중하기 어렵거든요.
긴급한 중증외상환자만을 위한 특별한 병원, 권역외상센터와 김영웅 전문의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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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목표, 다치기 전으로 돌아가자!
권역외상센터는 상태가 심한 외상환자 한 명에게 의료진과 필요한 기계 등 모든 자원을 집중해서 신속하게 치료합니다. 김영웅 전문의에게 자세한 내용을 물어봤어요.
Q. 왜 흉부외과를 전문 분야로 공부하셨나요?
흉부외과의 정식 명칭은 심장혈관흉부외과예요. 쉽게 말해 ‘사람의 가슴 안에 있는 장기를 치료하는 과’입니다. 가슴 안에는 심장, 폐, 혈관, 식도 등 다양한 장기가 있죠. 갑자기 심장을 둘러싼 혈관이 막히거나 폐가 약해져서 폐 속 공기가 바깥으로 새는 일이 일어나기도 해요. 가슴 안의 장기들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더 알고 싶어 흉부외과 공부를 했답니다.
Q. 권역외상센터는 일반 병원과 다른가요?
배탈, 감기처럼 외상이 아닌 질병, 살짝 베이거나 멍든 정도의 가벼운 외상환자는 권역외상센터에서 치료할 수 없어요. 나라에서 위중한 외상환자들을 치료하라고 세운 병원이 권역외상센터거든요. ‘손상중증도점수’라는 게 있는데, 이 기준으로 측정한 점수가 15점 이상이면 위급한 중증외상환자로 분류해요. 이런 환자에 집중해 치료를 하죠. 기준보다 낮은 점수의 환자여도 다른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없다면 이곳에서 치료하기도 하고요. 저 혼자서는 하기 어려운 일이에요.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권역외상센터의 모든 의료인이 힘을 합쳐야 환자 한 분을 살릴 수 있어요. 그래서 협동이 무척 중요해요.
Q. 매일 크게 다친 환자들을 보면 힘들진 않나요?
마음이 아프고 힘들기도 하죠. 생명이 정말 위태로운 환자가 있으면 집에 가지 못하고 병원에 계속 머무르면서 지켜보기도 하고요. 일을 하느라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못 보낼 때도 아쉬워요. 그렇지만 위급했던 환자들이 치료를 잘 받고 본인이 속한 곳, 학교나 직장,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때 무척 큰 보람을 느낍니다. 외상은 아주 갑자기 찾아오거든요. 아침까지 멀쩡했던 사람이 갑자기 크게 다쳐서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으면,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큰 충격이잖아요. 환자를 최대한 다치기 전의 상태에 가깝게 치료해서 사회로 복귀시키는 것이 저희의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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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의료인으로서 겪은 특별한 경험이 있나요?
2010년 남극세종기지에 월동연구대 의료 대원으로 다녀왔어요. 환자를 치료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의사로서의 역할도 하고, 다른 대원들의 연구를 보조하기도 했어요. 펭귄과 남극 새 스쿠아를 관찰하려고 다른 대원과 함께 남극 곳곳을 돌아다녔답니다. 2021년에는 국경없는의사회의 구호활동가로 동아프리카 국가인 남수단에 다녀왔어요. 여러 무력 분쟁이 있는 곳이라 총을 맞은 환자들이 오기도 하고, 어린이 환자도 많이 왔죠. 굉장히 넓은 지역인데 병원은 딱 하나뿐이어서 환자가 유독 많았던 기억이 나요.
Q. 어과동 독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저희 아이도 어과동을 정말 좋아해요. 다른 친구들의 경험과 생각을 읽는 것도 재밌다고 하고, 과학 기사도 열심히 읽더라고요. 어과동을 읽고 있을 어린이 여러분에게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라는 말을 꼭 하고 싶어요. 저도 어릴 때부터 과학을 좋아했어요. 손으로 하는 건 만들기도, 실험도, 관찰도 다 좋아했죠. 그러다 보니 의료인이 되어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을 하게 됐어요.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다 보면 즐거울 뿐 아니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도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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