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거북은 왜 줄어들고 있을까?
바다거북은 참으로 신비로운 생물입니다. 육지에 사는 옛도마뱀류에서 진화한 바다거북은 물밖에서 숨을 쉬어야만 하는 폐호흡 동물이에요. 그래서 육상에서 생활하는 게 훨씬 편할 텐데도 막상 생애 대부분을 바다에서 살아가지요. 바다거북은 갓 태어난 어린 개체가 바다까지 전력 질주할 때, 그리고 어미 바다거북이 산란을 위해서 육상에 올라오는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생활을 바다에서 합니다. 알을 깨고 나온 어린 바다거북은 모래사장을 뚫고 바다로 뛰어들어 수천~수만 km에 이르는 망망대해를 홀로 떠돌며 성장하지요. 그러다 18~30년이 지나 성체가 되면 자기가 태어난 모래사장으로 다시 돌아와 알을 낳습니다.
바다거북의 산란에도 흥미로운 점이 많아요. 특히 놀라운 부분은 새끼의 성별이 모래의 온도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입니다. 바다거북의 알이 부화하기 적당한 온도는 27~32℃ 사이인데, 알이 묻힌 모래사장의 온도가 30℃ 이상이면 주로 암컷이 태어나고 28℃ 이하에서는 주로 수컷이 태어납니다.
성비의 균형을 이루는 적정 온도는 29℃로 알려져 있어요. 하지만 기후 위기로 알이 부화하는 모래사장의 평균온도와 산란지 주변 바닷물 온도가 점점 따뜻해지고 있어 적합한 산란지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 해양 오염, 해안 개발, 해수면 상승 등으로 알을 낳을 수 있는 모래사장이 사라져 바다거북의 번식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죠.
우리나라에서 바다거북의 산란이 마지막으로 관찰된 건 2007년입니다. 그 이후로는 공식적인 산란 기록이 없습니다. 우리나라 바다의 모래는 바다거북 알이 부화하기에 온도가 낮고, 초기 생존율이 낮은 편입니다.
경이로운 산란의 순간을 목격하다
지구사랑탐사대 대원들은 야쿠시마의 서북쪽 끝에 있는 작은 마을, 나가타에서 바다거북을 관찰하기로 했어요. 탐사는 밤에 이뤄졌어요. 대원들은 바다거북이 알을 낳을 때까지 멀리 떨어져 어둠 속에서 기다렸어요. 알을 낳기 직전 바다거북은 매우 예민해서 위협이 느껴지면 산란을 포기하고 바다로 돌아가 버리기 때문이지요. 바다거북이 모래에 구덩이를 파고 본격적으로 알을 낳기 시작하자 그제서야 담당자들은 탐사대를 이끌고 바다거북의 산란 장면을 보여 주었어요. 안내자의 작은 조명에 의지해 어렵게 만난 붉은바다거북이 알을 낳고 있었지요.
책과 영상으로 봤던 바다거북의 산란 장면을 실로 오랜만에, 눈앞에서 마주하니 너무나 신비로웠습니다. ‘내가 이 장면을 보려고 여기까지 왔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뿌듯함마저 느꼈죠. 지사탐 대원들은 바다거북의 산란 장면을 눈으로만 담기 아쉬워하면서도 바다거북을 보호하는 행동에 모두 한 마음으로 동참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바다거북은 멸종위기에 처해 있어요. 지난해에는 바다거북 산란지로 유명한 일본의 시코쿠 도쿠시마 해변에서 붉은바다거북의 산란율이 처음으로 0%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 과연 야쿠시마의 상황은 어떨지 궁금해졌죠.
바다거북을 지키는 나가타 주민들의 노력
나가타 바다거북협의회가 바다거북의 산란지를 지키려는 노력은 아주 특별했습니다. 현지 전문가를 제외한 외부 인원의 간접 조명을 일절 금지하고, 바다거북이 산란을 위해 육지에 올라오는 시기에 해수욕장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기도 했지요. 관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보다는 바다거북의 보전을 1순위에 두는 모습이었습니다.
나가타 마을은 1975년쯤부터 바다거북의 산란지를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시작했어요. 해변 청소, 인공조명 최소화, 보호 울타리 설치, 바다거북 연구와 조사 활동에 이르기까지 나가타 주민들은 바다거북을 지키기 위해 지금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연구자인 저에게도 촘촘하게 느껴질 정도로 일정이 꽉 차 있었는데도 지사탐 대원들은 모두 탐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어요. 힘든 기색 없이 진심으로 행복해 하던 대원들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번 캠프가 지사탐 대원들에게 단순히 바다거북의 산란 장면을 본 신기한 경험으로 지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탐사에서 배운 것들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에 공감하고 모든 생물이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귀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마음에 새기는 기회가 되었기를 바랍니다.